[Review] 마력의 발견, 독서의 발견

글 입력 2018.05.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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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력의 발견, 독서의 발견


 나는 어릴 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점심시간 붕뜬 쉬는 시간에 어울릴 사람도 없었지만, 어색하게 말을 거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도서관에 박혀서 책을 읽었다. 독서의 시작은 낮은 또래지위에서 비롯되었지만, 독서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점에서 비롯되었다. 책을 폭발적으로 읽던 5학년의 기점으로 유난히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한 권 있는데, <아로와 완전한 세계>다. 13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저 책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해주었다.

 <아로와 완전한 세계>는 '읽는이' 아로가 타락한 책 속 세상,(이제는 불완전해져버린) 완전한 세계를 성장하며 구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나는 현실의 고뇌와 꿈이 책 속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는 설정이나, 그 책 속 세상을 건너가 모험한다는 점이 좋았다. 완전한 세계였을 책 속에는 불완전한 세계와 같은 고뇌와 양면성이 존재하고, 이 세계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읽는이는 그것에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성장해갔다. 어렴풋이 그때부터 나는 개인의 독서가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은 것도 책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것이 판타지 동화 속 설정이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책은 적어도 지루한 삶을 깨는 도끼였다. 이후로도 계속 독서는 내 삶의 초침을 조금씩 돌려놓고 사라졌다. 독서를 읽는다는 것은, 책을 지배하는 '읽는이'가 되는 경험이었고, 그 경험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독서의 발견>은 책을 읽고싶게 하는 책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졸음이라도 쏟아지는 것처럼 공감섞인 끄덕임을 반복했다. 책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자잘한 공감대가 문단 구석 구석마다 숨어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은 수많은 인용과 감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어느 한편으로 '새로운 시대에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주장을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런 메시지보다는 '저는 독서를 해서 이렇게 행복하고 좋았습니다.당신도 읽으세요'라는 메시지를 더 많이 발견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4차혁명을 등에 지고 출판된 미래에대한 분석이나, 수많은 계발과 경영책과는 다른 색을 띈다. 정말로 책을 좋아하는 저자가 품에 책을 한가득 안고 달려와서, 나도 좋아했지만 네가 좋아할만한게 이 안에 가득 있으니까 얼른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책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명문의 패러디, 유명한 작가들의 말은 알고 있었다면 더 반갑고 즐겁게 만드는 또다른 포인트기도 했다. 마침 요새 필자는 꽤 우울한 참이어서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을 읽고 있었는데, 바슐라르의 인용구를 읽자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나와 같은 비슷한 경험을 하게될 것 같다. 바슐라르의 말이 나온김에 말하자면, <독서의 발견>에서 말한 '자기탐색적인 독서의 마력'을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불의 정신분석>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바슐라르는 불이 더이상 과학의 대상이 아닌 현실을 지적하고, 자신의 저서가 지식이 전혀 불지 않을 수 있으며, 객관적 인식에 있어서는 자기비판적 아이러니 없이는 어떤 진보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독자 개인은 자신이 가진 정신적 습관의 경직성을 벗어나, 최초의 직관들에 대한 자기도취를 파괴해야한다. 필자는 이것이 독서의 올바른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독서의 발견>에서 말한 독서의 마력도 이런 독서에서 비로소 더 큰 힘을 가질 것이다.

 책 속에서 모든 개인은 거대한 주체가 된다. 책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두렵과 아름다운 수많은 것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와락 안기도 하지만 때로는 움츠러들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모두 건물 사이 속에서 무표정으로 미꾸라지 미끌어지듯 움직이지만, 두 손에 들어오는 작은 활자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뚜렷히 존재한다. 이 점이 독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것을 앞서, 혹은 더 많이 느낀 사람이었고, 그것은 독자의 동기에도 꽤 큰 동기를 준다. 책을 덮은 지금, 또 책을 읽고 싶어진다. 주저말고 꺼내본다. 저자도 그러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또 완전한 세계에 투신한 읽는이가 된다.





독서의 발견 1. 읽는 사람만이 다르게 읽을 수 있다
독서의 발견 2. 색다르게 읽어야 남다르게 읽을 수 있다
독서의 발견 3. 정독精讀해야 해독解毒된다
독서의 발견 4. ‘책責’잡히기 전에 ‘책冊’을 읽자!
독서의 발견 5.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독서의 발견 6. 독서경영은 자기경영이다
독서의 발견 7. 사색思索하지 않으면 사색死色이 된다
독서의 발견 8. 4차 산업혁명은 독서혁명이다
독서의 발견 9. 책과 몸을 섞어야 새로운 생각이 임신된다
독서의 발견 10. 인두 같은 한 문장이 한평생을 위로해준다
독서의 발견 11. 책보다 삶에 밑줄을 그어라
독서의 발견 12. 책은 위험한 생각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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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지음|272쪽|값 15,000원
인문>독서, 글쓰기>독서>독서일반
카모마일북스
120*186mm | ISBN 978-89-98204-45-7(03800)
출간일 2018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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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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