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단 한 번의 ! 를 위하여

글 입력 2018.05.1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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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 영감 1% + 노력 29% + 즉흥성 5% + 열망 8% + 사색 7% + 탐구 15% + 일상의 좌절 13% + 모방 11% + 절망 10.9% + 순수한 기쁨 0.1%

- 그랜트 스나이더, “생각하기의 기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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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전에 없던 것’이라는 얼굴이다. 이 얼굴은 이전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것, 혹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을 말한다. 한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달의 뒷면처럼, 창조는 또 다른 얼굴도 갖고 있다. 지구에는 앞면만을 보여주는 달에도 뒷면이 언제나 존재하듯이, 창조는 우리가 잘 모르는 이 다른 얼굴 또한 늘 갖고 있다. 바로 ‘이미 있던 것’이다.

학교에서 주입받은 구닥다리 지식과 지혜들, 어제도 오늘도 질리도록 보고 겪는 것들, 너무나 익숙해 있는지도 몰랐던 일상의 것들, 이들을 먹고 창조는 자란다. 물론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며, 더욱 중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뻘짓이다. 가망 없어 보이는 무수한 시도들,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생각들, 한계에 부딪히는 노력들, 그리고 좌절. 이들은 창조의 필수영양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조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산뜻하기보다는 무겁고, 자유보다는 차라리 절망이며,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더디게 움직이는 한 마리의 달팽이이다.


 
생각은 기술인가?


당연히 창조는 기술과 다르다. 예컨대 숙달된 바이올리니스트는 음정 박자 하나 안 틀리고 악보 그대로의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연주가 얼마나 예술적인지 혹은 곡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석했는지는 연주의 기술적 완성도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기억할 건, 기술이 없으면 창조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위대한 연주를 하고 싶으면 최소한 바이올린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킬 줄 알아야 한다. 거기에 예술성까지 담아 곡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려면, 엄청난 연습량은 기본이고 다른 곡도 많이 듣고 연주해봐야 한다. 심지어 바이올린, 아니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경험까지도 동원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하나씩 뜯어보면 엄청나게 지루하고 답답하고 때로 좌절감까지 안겨줄 수 있는 지난한 길이다. 그러나 이 무수한 노력들이 있기에 단 한 번의 위대한 연주가 세상 빛을 보는 것이다. 창조를 향한 길은 직진이 아니라 수없이 굽어진 우회로의 연속이다.


 
글쓰기와 아이디어



이번 주는 또 무엇을 써야 하나?


거짓말 없이 정말 매주 이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막막함이 섞여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소재의 문제인 줄 알았다. 나는 예술 전문가도 아니고, 예술분야에 이토록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채 1-2년뿐이니, 나에게 소재가 없어서 좋은 글이 안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아닌 이상 소재의 부족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글이 만들어지는 구심점은 소재가 아닌 주제, 즉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재로 글을 써도 나오는 결과물은 가지각색이다.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목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역사가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글이란 글쓴이의 모든 역사가 그의 팔과 손을 타고 흘러 손끝에서 응결된 결정체이다. 그러니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 즉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 당연히 자신의 역사를 그에 맞게 꾸려야 하지 않겠는가? 역사란 거창한 게 아니라, 단지 여태까지 겪은 것들의 총체일 뿐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출퇴근길 내내 들었던 경험,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온 정신을 쏟아 기말 레포트를 완성했던 경험, 해야 할 것을 마친 뒤 아무 강박 없이 자유롭고 평온한 마음으로 동네 한 바퀴를 걸었던 경험, 이처럼 별 거 아닌 경험들이 바로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을 만드는 것이다. 창조는 이미 있는 것에서 나온다.



여담 : 그림이 좋은 이유


이 책의 강력한 매력은 바로 그림책이라는 것이다. 부담 없이 읽힌다는 점도 있지만, 시각예술과 언어예술이 합해졌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각이 좋다. 적당히 삐뚤삐뚤해 오히려 정겨운 선들, 포근한 색감,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이미지들, 편안한 글씨체로 적힌 신선한 생각들이 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산뜻하지만은 않은 창조의 과정이지만 그것이 그림으로 다가오니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발함’과 ‘창의적인’을 위해 땅에 붙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달팽이들이여, 이 그림들을 통해 잠시 동안은 가벼이 날아오르는 신비한 달팽이가 되기를 바란다.


생각하기의기술1 (2).jpg▲ 책 “생각하기의 기술” 中
 




저자 소개

그랜트 스나이더Grant Snider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시적인 언어와 귀여운 그림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뉴요커>, <캔자스시티 스타> 등에도 실렸으며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고 아이디어를 찾아 탐색하는 나날을 촘촘히 그려 넣은 이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삶은 불안정하지만 예술을 향한 용기를 북돋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앞에 있는 페이지는 비어 있으나 뒤에 있는 페이지는 무언가로 채워져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스케치북은 그의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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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의 기술
- The Shape of Ideas -


원제 : The Shape of Ideas

글·그림 :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공경희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자기계발, 그림 에세이, 만화

규격
148*220(양장)

쪽 수 : 144쪽

발행일
2018년 5월 10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152-8(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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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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