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여러 단면을 그리는 영화들 [영화]

글 입력 2018.05.2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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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는 곧 사랑의 역사다. 인간이 처음 생겨날 때 사랑은 생겨났고, 인간이 세상에 보다 깊게 뿌리를 내리고 번영해 갈수록 사랑의 모습도 따라서 늘어만 갔다. 인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곧 사랑이 노래되어지고, 글자를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사랑이 글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사랑을, 특히 완벽하게 타인이었던 사람조차도 한순간에 사랑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모두 겪었거나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우리는 사랑을 완벽하게 정의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을 노래하고, 기록하고, 탐구한다. ‘사랑’은 인간의 역사인 동시에, 곧 인류의 최대 난제다.

 그리고 여기, 이토록 알 수 없는 무수한 사랑의 모습들을 담아낸 세 가지 영화들이 있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난제를 그린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고작 세 작품에 불과하지만, 이 네 가지 영화에서조차 사랑은 모두 다른 얼굴을 가지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토록 수많은 단면을 가진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더,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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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포스터- 네이버 영화.jpg
 

1. 이와이 슌지, '4월 이야기(2000)'- 모든 우리들의 처음도 그랬다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요즘 자주 즐겨 듣는 새벽 시간의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에 이런 말이 나왔다. ‘사랑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꽤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오프닝 후, 라디오의 디제이는 여기에 덧붙여 말했다. 아주 사소한 기적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겠느냐고. 바로 ‘4월 이야기’는 이 말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것도 이와이 슌지만의 탁월한 감성으로 말이다.

 이야기는 갓 대학생이 되어 도쿄로 상경한 소녀 우즈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벚꽃 잎이 마치 비처럼 수도 없이 떨어지는 도쿄의 4월, 대학에 입학한 우즈키는 많은 낯선 것들을 겪게 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경험들이 온통 그녀 앞에 펼쳐진다. 무섭고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고 이상하기도 한 감정들을 겪으면서 우즈키는 스무살의 또 다른 성장통을 겪는다.


4월이야기- 네이버 영화.jpg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 모든 낯섦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랑’이다. 고등학교 시절 도쿄로 대학 진학을 한 첫사랑 선배를 따라 도쿄로 대학 진학을 하고 싶어진 그녀는 열심히 노력한다. 그리고 이윽고 그와 같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어른이 된 그녀는 조금씩 서서히, 첫사랑에게 다가가게 된다. 마치 동화같고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이 영화는 그런 ‘사소한 기적’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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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포스터- 네이버 영화.jpg
 

2. 마이크 니콜스, 'Closer(2004)'- ‘안녕, 낯선 사람’

 영화는 꽤나 묘하게 시작된다. 사고를 당한 여자가 자신을 구해 준 남자에게 ‘안녕, 낯선 사람’이라는 인사를 건네고 곧 머지 않아,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윽고, 영화는 더욱 묘하게 전개된다. 두 명의 주인공이 더 등장하고 곧 그들은 복잡하게 얽힌 사각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어디 하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옆에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찾고, 한눈을 팔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나탈리 포트만이 울부짖으며 던지는 대사 몇 마디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다.


클로저- 네이버 영화.jpg
 

“네가 말한 그 사랑이 어디 있어?
사랑은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어.
그냥 몇 마디 들을 수 있을 뿐이지만
그 공허한 말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결국 무엇이 진짜 사랑인지, 진실은 사랑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왜 우리는 또 다시 ‘낯선 사람’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인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의 이면을 또 다시 마주해야 하게 될 순간이 오게 될 때, 왠지 꼭 다시 한 번 보게 될 것 같은 영화다.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몇 번에 걸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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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포스터- 네이버 영화.jpg
 

3. 장진, '아는 여자(2004)'- 사랑에는 등식이 없다


“근데 사랑 하면요,
그냥 사랑 아닙니까?
무슨 사랑, 어떤 사랑, 그런 거 어디 있나요.
그냥 사랑하면 사랑하는 거죠.”


 여기, 두 개의 종말을 맞은 남자가 있다. 왕년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야구선수 동치성.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두 가지를 잃는다. 하나는 사랑을 잃은 것이고, 하나는 암으로 인한 시한부 선고 때문에 생의 의욕을 잃게 된 것이다. 동치성은 이별의 순간에 이렇게 말한다. 늘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면 사랑인 것은 없었다고, 그러므로 자신은 첫사랑을 아직 못해본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그에게는 사실 오래 전부터 곁을 맴돌던 한 여자가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살면서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치성에게는 전혀 ‘알지 못하던’ 여자였던 그녀는 서서히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하고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알지 못하던 여자’가 ‘아는 여자’가 되고, 이윽고 더 ‘알아갈 여자’가 되는. 전봇대를 타고 전류가 흐르듯이 사랑도 그렇게 전해져 온다는 것을 감독 특유의 B급 감성으로 마냥 이상하고 유쾌하게 표현해낸다.


아는 여자- 네이버 영화.jpg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이야기 곳곳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말하는 ‘사랑의 의미’에 있다. 주인공 치성이 마주친 몇몇의 인물들은 각각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 혹은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은행 강도가 말하는 사랑, 도둑이 말하는 사랑, 형사 반장이 말하는 사랑, 야구장에서 마주친 한 여자가 말하는 사랑. 모두 각양각색의 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그 대답들은 곧 모두 치성에게 있어서 정답이 되고, 결국 사랑에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낸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사랑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아마 그 대답이 무엇이든 간에, 그건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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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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