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모두의 이야기,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글 입력 2018.05.2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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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관람 며칠 전부터 굉장히 기대했던 공연이었다. 공연 시간보다 조금 여유 있게 공연장(성수아트홀) 인근의 성수동 골목길들을 돌아보고, 공연장 로비의 테라스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들뜬 마음으로 공연의 막이 오르길 기다렸다. 어두웠던 공연장에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고 ‘바람 밴드’의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뮤지컬에서 좋았던 점은 故김광석의 명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진짜 김광석의 목소리가 아닌, 배우의 목소리이긴 했으나 라이브 공연만의 소리와 감동은 충분히 전해졌다. 공연의 막이 오름과 동시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故김광석의 명곡들이 나와서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실제로 주인공 ‘풍세’역을 맡은 배우 박형규 씨의 목소리는 원곡과 비교하면 조금 더 힘차고 또랑또랑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이 공연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공연의 줄거리 자체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었다. 음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젊은이들이 세월의 풍파와 현실의 벽을 만나 점차 찬란하던 꿈에서 멀어져갔으나, 어떤 계기로 인하여 다시 뭉쳐 그들이 가장 사랑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는 다소 뻔한(?) 스토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이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좋은 음악과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비아저씨, 술집 주인, 배철수, 군 간부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멀티맨’ 박신후 배우는 모든 스토리라인의 진행에 있어서 감초이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전개상의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람 밴드의 베이시스트 ‘홍영후’ 캐릭터는 비중이 작다보니 개인 에피소드를 풀어나갈 때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극중 풍세가 연예인 생활을 청산한 후 길거리에서 신청곡 ‘사랑했지만’을 부르는 장면 역시 뜬금없이 삽입된 감이 있었다. 故김광석의 대표곡이어서 뺄 순 없고, 어떻게든 배치하려 했으나 마땅한 곳이 없어 따로 한 씬을 할애한 것 같았는데, 노래는 좋았으나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봤을 땐 아쉬운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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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밴드 콘서트의 한 장면


 글의 제목에서 이 작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이는 이 뮤지컬의 내용과, 故김광석의 노랫말들이 모두 우리 모두에게 한 번씩은 일어났을 법한 사소하고 개인적인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마음 맞는 친구들과 붙어 다니고, 그 과정에서 같은 꿈을 꿨다가 또 결국 현실의 장벽 앞에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경험은 어느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원곡의 노랫말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나 ’이등병의 편지‘ 등의 곡은 한국에 사는 어느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노랫말로 큰 감동을 준다. 이러한 점들이 이 뮤지컬과 故김광석의 노래가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 뮤지컬을 끝까지 음미하는 최선의 방법은 공연 관람 후 성수동의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故김광석의 옛 노래들을 들어보는 것이다. 잔잔한 선율을 따라 뮤지컬의 내용들과 나의 인생이 오버랩되며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 소중한 사람들, 또는 슬펐던 기억들을 찬찬히 떠올리게 된다. 꿈을 꿔본 사람이라면, 꼭 한번 쯤 시간을 투자해볼만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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