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네마천국(극장판), 곱씹을수록 진하게 느껴지는 노스탤지어 [영화]

글 입력 2018.05.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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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눈을 감고 어렸을 적 즐거웠던 일을 떠올려보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 가족들과 여행을 갔던 기억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인 일을 생생히 기억해 낼 수는 없겠지만 아마 그때 느낀 행복, 따스함 같은 좋은 감정들은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그때 그 감정을 느끼고 싶다는 그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다. 이렇듯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면 우리는 이를 '노스탤지어'라고 부른다.

영화 '시네마천국'은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각자의 노스탤지어를 일깨우는 수작이다. 중년인 살바토레(아명 토토)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같이 회상하면서 우리는 점점 과거에 빠져들어 강력한 향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의 과거 여행에 잠시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1. 어린 토토와 알프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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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중년의 살바토레(토토)가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토토는 1940년대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와 여동생과 같이 사는 초등학생이었다.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에 나가 소식이 끊겨 돈을 벌기 위해 신부님의 일을 도우며 살아간다. 토토가 정말로 좋아하는 단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이다. 마을에 하나 있는 영화관인 '시네마 천국'에서 자신이 돕는 신부님이 영화 검열일을 하고 있기에 그는 더 가까이서 영화를 접할 수 있었고 영사 기사인 알프레도는 토토의 우상이었다.

알프레도는 토토가 영사실을 드나드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환경도 열악하고 벌이도 시원찮은 일인 영사 기사일을 아직 가능성이 많은 어린 새싹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호통을 쳐도 토토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토토는 엄마의 심부름 비까지 써가면서 영화를 봤고 영사실에 매일같이 출근하며 알프레도가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배운다. 끝까지 반대하던 알프레도는 토토가 알프레도의 검정고시 시험 컨닝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그에게 영사 기사 일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잠깐의 부주의로 영사실에서 불이 나 영화관이 불에 타버리고 토토가 알프레도를 화염 속에서 구했지만 알프레도는 결국 시력을 잃고 만다. 그리고 새 극장이 지어지고 토토는 '새 시네마 천국'에서 눈먼 알프레도를 대신하여 마을의 새 영사 기사가 된다. 그래도 알프레도는 여전히 토토가 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넌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해. 눈이 안 보이니 더 잘 보이는 것도 있구나. 전에 못 보던 것도 볼 수 있어." 어린 토토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알프레도는 토토를 진심으로 아끼고 생각했다.



2. 청년 토토와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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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토토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알프레도와 함께 영사 기사 일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엘레나라는 부잣집 아가씨가 이사 오면서 그의 첫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에 서툰 토토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기는 하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그녀 앞에서 이상한 말만 하는 바보 같은 자신을 책망한다.

여기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공주를 사랑한 병사가 있었는데 공주는 그에게 "100일간 발코니 아래에서 기다린다면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병사는 99일간 기다리다가 100일째 되는 날에 사라진다는 열린 결말의 이야기. 마무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착안하여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엘레나에게 너의 방 창문 밑에서 기다릴 테니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으면 창문을 열고 나와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 엘레나는 토토의 정성에 감동해서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엘레나의 아버지의 반대, 타지로 가버린 엘레나, 토토의 징병으로 열렬히 사랑했던 두 청춘은 결국 연락이 끊겨 서로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다.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기분이 든다. 지금 현재 그 사람을 그때처럼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때 그 감정이 진실된 것이라면, 그리고 그 관계를 자신의 의지로 끝낸 것이 아니라면 사랑은 미련으로 변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잠복하고 있다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법한 토토와 엘레나의 이야기는 잠자고 있던 사랑에 대한 향수와 미련을 깨워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3. 청년 토토와 알프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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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영화와 달라.
인생은...훨씬 더 힘들지.

넌 젊어. 세상을 거머쥘 수도 있지.
난 늙었다. 이렇게 옆에서 너랑 수다 떨기 싫어.
멀리서 네 명성만 듣고 싶다.
어서 여길 떠나라."


엘레나와의 관계가 정리되고 난 후, 군인 생활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는 알프레도와 이야기를 나눈다. 토토가 방황하자 알프레도는 토토가 어린 시절에도 했던 얘기를 더 자세히 들려준다. 알프레도는 작은 마을에서 토토가 자신처럼 영사 기사로 평생을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끼는 토토가, 영특한 토토가 더 대단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한 평생을 영화와 함께 보냈지만 그렇기에 인생이 영화에 비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것인지 잘 안다. 그래서 그는 토토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여기를 떠나서 로마로 가라."

떠나는 그 순간까지 알프레도는 차가운 태도로 일관한다. "너에게 향수병이란 없는 것이다. 여기 생각은 일절 하지 말고 돌아오지도 말아라." 떠남을 슬퍼하는 제자가 미련을 단 하나라도 남기지 못하게 하려는 스승의 강한 처방이었다. 스승의 뜻을 이해한 토토는 그렇게 30년 동안 단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

알프레도 역시 속으로는 토토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같이 생각한 소중한 제자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소중한 토토이기에 그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같이 있고 싶다고 상대방을 붙잡아 둔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한 것이 아니다. 이는 그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데서 오는 이기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4. 중년 토토와 고향과 알프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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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의 장례식 날,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 토토는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했던가. 고향은 예전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떠나올 때까지 줄곧 함께한 '시네마천국' 극장도 폐허가 되어 문을 닫은지 오래되었고 같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던 거리는 자동차들로 북적였다. 자신을 돌봐주던 시네마천국 사장님, 관리인, 신부님도 모두 많이 변해있었다. 늙었고 힘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토토를 잊지 않고 미소를 보내주었다. 변한 것들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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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이 강제 철거되기 전날, 토토는 혼자 극장에 들어서며 추억에 잠긴다. 폐허가 된 극장에도 예전 흔적은 조금씩 남아있었다. 그는 천천히 극장의 모든 곳을 하나씩 눈에 담기 시작한다. 그의 향수가 보는 이에게도 스며드는 순간이다. 변해버린 장소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사람이 아닌 장소에도 나의 과거와 감정이 담겨있어서 이토록 마음 한 켠이 시큰해지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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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천국'이 찬사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지막 장면이다. 토토는 로마로 돌아오면서 알프레도의 부인에게 알프레도가 남겼다면서 영화 필름을 하나 받는다. 극장에서 혼자 그 필름을 틀어 본 토토는 영상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그 영상은 바로 토토가 어렸을 때 가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검열된 키스신들의 짜깁기였기 때문이다. 알프레도의 마지막 선물은 그가 토토를 정말 사랑했고 영원히 그를 잊지 않음을 축약적이고 강렬하게 보여주어 전율이 흐른다.

*

살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고 또 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변한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느끼며 가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과거는 지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무언가는 결코 아니다. 과거에 그런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추억은 우리의 힘이며 자산이며 보물임에 틀림없다. 끝으로 영화 '시네마천국'의 유명한 OST를 들으며 우리도 잠시 추억 속에 잠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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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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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하하하은
    •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제가 직접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으면서 영화의 깊은 여운과 감동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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