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는 것 이상을 그려내는, 전시 < Alex Katz, Models & Dancers : 아름다운 그대에게 >

글 입력 2018.05.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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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2.jpg
 

근래에 열린 전시회 중 가장 궁금했던 전시에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롯데뮤지엄, 그리고 처음 보는 알렉스 카츠. 새로운 조합으로 이번 전시가 어떨지 매우 기다려졌는데,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만나는 대부분의 경우처럼 매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였다. 배열된 동선과 작품 모두 잘 어울린다고 느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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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시간
월-목 10:30 - 20:00
금-일 10:30 - 20:30
휴관일은 매월 1회, 월요일
에비뉴엘 백화점 잠실점과 동일

티켓정보
성인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7,000원
송파구민 2천원 할인(1인 4매)
롯데뮤지엄 온라인 회원 2천원 할인(1인 4매),
가족 3+1(성인 2명 동반시 1명 무료/현장 결제만 가능),
만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 4~6급 50% (본인)
장애인 1-3급 50(동반 1인)

문   의
1544-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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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a 15_ 2017.jpg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전시의 초반부에서 눈길을 끈 것은 드로잉 시리즈에 이어 바로 나오는 로라 시리즈였다. 로라 시리즈가 굉장히 인상적인 이유는, 카츠가 보이는 것 이상을 그려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본격적인 대목이기 때문이다. 어둡게 칠해진 배경과 인체 전체가 보이지 않는 구도의 특성 그리고 모델인 로라가 무용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묘사 자체는 단순화되어 있는 이 그림에서 새로운 컨텍스트가 읽히기 시작한다. 로라의 머리카락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캔버스 상에 나타나지 않은 그녀의 움직임이 어떠했을 지, 그녀의 몸이 움직이게 만든 음악은 어떠했을지 함께 상상하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카츠가 그린 로라의 모습이 마치 사진처럼 느껴졌다. 사진이라기에는 그가 그린 로라는 신체비율을 무조건 지켜 그린 것도 아니었고 사실적인 묘사는 생략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으나 그가 표현해 낸 로라가 얼마나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있는지를, 역설적이게도, 느끼게 되었다.


Coca-Cola Girl 26_ 2018.JPG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작년에 나온 신작인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작품을 보고 제목을 생각하면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카츠는 코카콜라 걸 시리즈 그 어디에서도 코카콜라라는 상표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강렬한 붉은색과 흰색의 레오타드가 대비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연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카츠의 코카콜라 걸은 인간의 몸이 그려낼 수 있는 선의 아름다움을 극렬하게 보여주었다. 선과 색 그리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새로운 내러티브가 형성된 것이다.

만일 카츠와 같은 구도로 그림을 그리되 사실적 묘사를 주로 이루어 작품이 완성되었다면 선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츠는 필요하지 않은 묘사는 과감히 단순화하고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에만 집중하여 화면을 구성하였다. 그래서인지 여성의 몸이 클로즈업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자극적인 무언가를 느끼기보다는 몸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성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Coleman Pond_ 1975.jpg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카츠의 컷아웃(Cut-out) 기법으로 만들어진 콜만 호수 작품은 양면으로 작품을 다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배경은 전시장의 벽면으로 삼고 이 작품을 바라보니, 배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보아온 그의 회화 작품들보다도, 이 작품은 관람객인 나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컷아웃은 분명 카츠가 2차원적인 회화요소들을 3차원적인 공간으로 확대시키는 전략인 것임에 분명하다.

다만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다.
컷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내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법 자체는 카츠가 시도해냈을 지언정 이름을 붙인 것은 그가 아니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딱 들어맞는 작명이 아닐 수 없었다.


10 30 am_2006.jpg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10:30am 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인물화는 아니지만 카츠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있다는 그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 말이다. 그가 오전의 숲을 그린 것이라는 점은 기본적으로 보이는 나무와 나뭇잎의 형태 그리고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한 구상회화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마냥 그렇게 느낄 수만은 없는 것이다. 배경처럼 그려진 저 일렁이는 듯한 초록색의 소용돌이들은 그가 새롭게 구성해낸 것이다. 더군다나 그가 담은 빛줄기들은 실제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형태를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카츠가 그린 풍경화 전시 섹션에서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매우 거대한 작품이었다. 멀리서 작품을 볼 때에는 요소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가까이서 작품을 보니 압도하는 웅장함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이 거대한 나무들의 숲에 내가 파묻힐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평온함과 위압감이 동시에 드는, 묘한 작품이었다.


Ada_2011.jpg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전시의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서는 여러 초상화들에 이어 끝내 아다를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다를 그린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마지막 섹션 이외에도 중간 중간에 아다를 그린 작품들이 끼어 있었는데, 아다만 모아놓고 보니 확실히 작품에서 자신의 부인에 대한 애정을 담아 카츠가 그려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어도 혹은 미소가 없어도 우아하고 평온해보였다.

젊어보이는 모습에서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이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캔버스에 아다를 그려냈을 카츠는 클로즈업된 그녀의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랐을까. 다른 인물들보다도 유독 아다에게서 평화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카츠가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더라도 자신의 아내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사람이며, 그런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한 자신은 행운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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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색다른 초상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수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대다수 여성들이 모델이었지만 CK 시리즈에서는 남성 모델을 그려낸 작품들도 있었다. 공통된 것은 생략된 묘사 속에서 극대화된 인체의 아름다움이었다. 카츠는 보이는 인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그 이상의 컨텍스트를 함께 녹여내어 화폭을 완성시킴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보이는 것 이상을 느끼게 해주었다.

롯데뮤지엄에서도 카츠 전의 효율적인 구성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배치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현대적인 음악과 재즈와 함께 카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감상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었다. 생각해보는 재미와 따뜻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찾는다면, 알렉스 카츠의 작품들을 만나보는 것이 재충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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