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故김광석을 만나는 시간,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공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글 입력 2018.05.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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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관람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공연장까지 시간이 꽤나 걸리지만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오로지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에서 오는 설렘이었다. 작년 겨울 길거리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버스킹을 본 뒤 두 번째 공연이다. 나는 그의 노래를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그토록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그리워해왔다. 나에게 역시 의미 있는 공연이었지만 엄마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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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은 2시간 10분 이라고 했지만 앵콜곡까지 합치면 2시간 30분 정도였다. 스토리와 음악이 합쳐진 유쾌한 공연이었다. 김광석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스토리에 잘 녹여낼 수 있는지 감탄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그의 노래들은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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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바람 밴드는 김광석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 대학시절 대학가요제도 나가고 상도 타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서서히 현실에 부딪히기 시작한 그들은 흩어지게 된다. 누구는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그들의 꿈은 서서히 잊혀 간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 씁쓸했다. 그 시절, 우리 엄마도 꿈 많고 열정 가득했던 시기를 지나왔겠다고 생각했다. 또 그 시절의 낭만을 지켜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을 보내오고 현실을 살아가며 어려움을 느끼던 그들이 울분을 터트리듯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서른 즈음에’라는 곡이 흘러나온다. 그 가사와 멜로디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던지 나와도 먼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에 살짝 서글펐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의 노래가 이렇게나 우리의 일상과 같은 뮤지컬 스토리에 잘 맞는 것은 그만큼 김광석이 삶에 대한 노래를 해왔다는 것이 아닐까. 그는 우리의 삶을 노래하는 가수였다. 그래서 이토록 그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노래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들이지만 가사를 보며 음악을 들으면 느끼는 감정들이 참 많다.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에서 오는 감동이 참 큰 것 같다. ‘서른 즈음에’ ‘그날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일어나’ 등 가사가 정말 시 같다고 느낀다.

나는 정말 힘들고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일어나’라는 노래를 자주 들었다. 원래는 우울할 때 우울한 노래를 더 찾아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 노래는 예외다. 경쾌한 멜로디가 힘이 되는 것 같다. 일어나라는 가사는 등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없던 의지가 생기고 금세 기분이 맑아지곤 했다. 그게 김광석 노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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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스토리, 나는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울고 웃었다.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녹여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많은 관람객들은 뮤지컬을 관람한 후에 옛날 추억이 생각난다고 했다. 예전에 즐겨 듣던 곡을 지금에 와서야 다시 듣게 되면 그날의 기억과 기분, 분위기 모든 것이 상기된다. 아마 우리 엄마도 공연을 보고 김광석의 옛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에 잠겼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도 그의 노래에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가사를 읽어보기도 한다. 이번 뮤지컬은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엄마에겐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김광석처럼 고달픈 삶에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뮤지션은 별로 없다. 나는 여기 남아 그가 남긴 위로의 음악을 그리워하고 보듬는 것에 감사한다.

 
[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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