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광석 노래로 행복을 말하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8.05.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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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김광석을 기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를 다룬 뮤지컬 중 가장 '김광석다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 노래를 소재로 한 최초의 뮤지컬이다. 2012년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고 누적 관객 1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를 하고 가게 된 공연이었는데, 비가 촉촉히 내리는 토요일에 보게 되었다. 김광석 노래들이 비 내리는 날의 감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왔는데, 공연 날에도 이렇게 날씨가 협조를 해주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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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은 기타의 줄이 튕겨지는 소리,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너무나도 생생히 들렸다. 더군다나 어쿠스틱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김광석의 노래들을 현대적인 색으로 덧칠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표현해냈다. 피아노, 기타, 베이스, 젬베까지 최소한의 세션만 갖춰졌고, 기타 하나만으로 노래하는 장면도 제법 있었다. 역시 김광석 노래는 기타가 다 살리는 것 같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하며 바람밴드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이 오히려 극에 몰입하게 되는 장치로 작용했다. 대학가요제가 성행하던 90년대와 2002년 그리고 현재를 넘나드게 하는 것은 '음악'이었다. 음악으로 모이고, 음악으로 추억을 만들고, 바쁜 일상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다 다시 음악을 찾는 과정에서 김광석의 노래는 진한 여운을 남기게 하는 향수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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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의 말미에 다시 연주를 하던 바람 밴드가 우리에게 행복에 대해 질문했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셨나요?" 이렇게 질문을 하고, 행복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 이내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어쩌면,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기쁨이 모인 것이 아닐까요?" 이 말에 나도 동의했다. YOLO를 넘어 소확행(小確幸: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나만의 소확행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고양이 영상을 볼때, 좋은 전시회나 공연을 보다가 같이 갔던 사람의 감동한 모습을 볼 때, 공기가 좋은 날 산책하는 것 등이 사소하지만 확실한 나의 행복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사소한 기쁨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사실은 지치고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준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고 나서도 행복을 느꼈다. 김광석 노래를 통해 아는 곡이면 아는대로, 몰랐던 곡이면 모르는 대로 흥얼거리면서 감상에 젖어들고,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웃고 감동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 때가 공연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배우들의 목소리에 빠져들고, 자연스레 김광석 노래의 매력에 빠져들 뿐만 아니라 같이 온 사람과 함께 호응하며 각자 자신만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까지 마련하게 된 공연이었다. 공연 후에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 속 이야기를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혹은 오래된 인연과 감상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성수 포스터.jpg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어쿠스틱 뮤지컬 - 


#공연일자 
2018.05.04(금) ~ 06.01(금) 

#공연시간 : 120분 공연
화, 수, 금 저녁 7시 30분
토, 일, 공휴일 오후 4시

* 5월 7일(월), 5월 22일(화) 오후 4시
5월 8일(화) 공연없음

문의
#성수아트홀 02-2204-7563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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