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모성애가 사라졌으면 [기타]

메타언어적으로 모성애라는 어휘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글 입력 2018.05.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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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모성애가 사라지길 원하는 게 아니라, 메타언어적으로 모성애라는 어휘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영상을 봤다.


엄마 결혼하지마..나 낳지마.. by 대학내일
25살의 엄마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처음에는 엄마라는 치트키를 사용해, 속된 말로 즙을 짜내며 조회수를 올리려는 농간인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엄마라는 단어는 세상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덴 3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무심코 눌러봤다.

중반까진 무심하게 봤다. 뭐 별거 없는 얘기였다. 엄마랑 친구 같은 관계며, 친하다고 생각했던 딸들이 사실 엄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이야기. 인터뷰이들은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편집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인터뷰가 마무리되려고 하는 찰나에 딸의 인터뷰들을 엄마에게 보여줬다. 이때 나도 놀랐다. 손이 얼굴로 가더니 진짜 엉엉 울었다. 그걸 왜 보여주나 원망하기도 하고. 역시 엄마는 치트키였다. 심심풀이로 밥 먹으면서 보기 위해 튼 영상 때문에 난 십여 분간 질질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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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글이 생각났다. 출처를 알 수 없이 떠돌아다니는 글이었다. 아버지가 아들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어디 소설 한 부분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했다. 중요한 건 글을 스크랩할 정도로 와닿았다.

"넌 남자들, 특히 나이 든 남자들이 어머니~~어머니~~하는 게 얼마나 역겨운지 모르지? 왜 역겨운지 알아? 저 남자들이 그리워하는 건 어머니가 아니라 실은 어린 시절 작은 동굴 같은 자기 세계에 황제로 군림하던 자기 자신을 보증해주는 대상을 그리워하는 거라 그래. 내가 세상서 아무리 치여도 나를 늘 내 세계의 황제로 만들어주는 나를 섬기던 자가 그리운 자기애에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 잘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잘하려면 조용히 잘하라고. 남에게 잘해준다는 게 손이 나가고 몸을 굽혀 섬겨 잘하는 게 말보다 중요한 건데, 꼭 말밖에 없는 인간들이 어머니들의 귀한 왕으로 떠받들 여지며 자라 손끝 하나 섬기려고 움직이는 건 못하고 입으로만 어머니, 어머니~~~하게 되어있거든.

그리고 모성뽕 전파하는 영화들 별로야. 엄마 같지 않은 엄마들도 많은데, 사실 말이지 - 애 따위 남 몰라라 하고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엄마 같아 보이는 엄마들이라고 없는 게 아냐. 머릿속에서 간음만 생각해도 실제 간음과 다를 게 없다는 성경 말씀식 윤리대로 보면 말이지, 행동을 하고 안 하고는 아무리 엄청난 차이라도 욕망에 있어선 엄마 같지 않은 엄마나 엄마 같아 보이는 엄마나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그런데, 저런 모성 뽕을 자꾸 전파하면 말이지 - 죄가 아니어도 될 욕망에도 여자들이 자기 자신들을 스스로 찔러 죽이며 자기를 괴롭히며 살아야 한다고. 그러니까 위대한 모성 찬양하지 말라고. 무얼 자식을 위해 희생하건 위대한 엄마가 되라는 사회적 압박으로 하는 거 아니라고. 그건 오롯하게 개인의 선택이니까 얼마나 대단한 희생을 해도 칭찬받을 것도 없다고. 내 희생이 내 개인적인 선택이니까 아들에게 알아달라고도 안 하고 갚으라고도 안 한다고. 그리고 그렇다고 알아주지 말라는 건 아니고 그건 또 네 선택이라고 보는데, 정말 어머니를 인간으로 존중하고 연민한다면 어머니한테 엄마로만 살라고 어머니~~~라고 부르짖지 말라고. 차라리 아, 어머니가 시집 가시네~~하며 어머니 건너는 샘물에 징검다리 놔주는 게 정말로 어머니를 인간으로 편하게 존중하는 거라는 걸 애써 부인하지 말고. 언제 기대 와도 아들이니 받아줄 테지만, 내 삶에 어머니로만 사는 삶이 전부가 아니니 다른 모습으로도 능히 살아가게 제발 어머니 하나에 사람을 가두지 말라고. 이젠 수명이 너무 길어서 너를 키워 독립시키고 나 혼자 살아갈 분량이 또 많으니까, 그러니까 '어머니' 타령 좀 그만하라고. 한국 남자들, 어머니 타령 지겹다고. 어머니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야 할 삶의 다른 영역들도 능히 누리거나 일구며 살게, 좀 그만 사람을 가두라고."

영상과 글을 떠올리면서 나는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려고 노력한다. 엄마를 엄마로 만드는 사회 속에서 한 명쯤은 개인으로 주지시켜줄 사람이 필요하겠지.

한국에서 유독 엄마의 모성애가 강요된다는 건, 아니 비롯해서 아빠 동생 누나 오빠 형 언니 등 기대 역할을 강요받는다는 건 발달된 친족어휘로서 알 수 있다. 호칭으로 말미암아 서로를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속한 세포로 바라보는 것이다. 개인은 무시한 체, 역할만 바라본다. 그중에서도 제일 잔인하고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엄마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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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한국 사회에 바라는 건, 더 이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모성애를 이용해서 자기의 경쟁력을 높이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가자는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모성애를 이용하는 것이다. 오로지 실력을 갈고닦아 우승하려는 다른 참가자와. 대한민국 모든 엄마를 물 먹이는 짓이다.

가령, 힙합 경쟁 프로그램에서 제발 자기 얘기가 주제면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면 좋겠다. 엄마를 부르짖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실력이 아니라 감성을 판다. 쇼를 하면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짠내를 불러일으키며 살아남으려고. 가사대로면 랩을 하는 순간 효도하는 것이며 엄마가 랩을 듣고 감동할 것만 같다. 물론 당장 랩을 그만두고 집 가서 엄마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게 백배 천 배 효도하는 길인 것 같다.

노래 가사를 그렇게 해놓고 엄마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으면, 래퍼의 어머니는 어 아이가 다 컸구나, 엉엉 엄마를 이렇게나 생각해주겠거니 싶겠지, 당연히 아픈 손가락이 자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을 거야. 숭고한 어머니상이라는, 뒤따라오는 부담은 애써 무시하면서 안아주겠지. 엄마의 아킬레스건, 이렇게 엄마라면 다 받아줄 거라는 전제를 깔고 가면 엄마를 비롯한 시청자들이 감동받겠지 싶은 건가? 아니면 이 노래를 들으면 감동받을 사람들과 나를 인간적으로 바라볼 사람들,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인기를 목적으로 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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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한국인이면서 슬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 마냥, 집은 어려서부터 가난했고 가정은 불우했으며 온갖 문제아였던 척 코스프레하다가 갑자기 엄마를 부르짖고 또 돈자랑과 자기자랑을 나열하는 행태가 너무 웃기다. 물론 진실된 사람도 있겠지만서도, 더 이상 자기 실력을 보여줄 때 자신에 대한 엄마의 희생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 먹히지도 않고. 난 인간극장이 아니라 랩 경연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

유독 엄마에게만, 모성애와 엄마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엄마임을 강요한다. 희생과 사랑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모든 엄마에게 요구한다. 어느새 개인이 아니라 엄마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희생하지 않으면, 곧 엄마라는 자리에서 박탈당하고 끌어내려와진다. 웃긴 건 박탈당해도 곧 엄마라는 사실이다. 박탈당하기 전에는 이 사회의 보편적인 엄마지만, 내려와지면 엄마라는 역할을 저버린 엄마가 되며 비난당해도 싼 엄마가 되는 것이다. 엄마가 되는 순간 개인은 없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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