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오늘도 단어와 씨름하고 있을 그대에게

글 입력 2018.05.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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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돈을 벌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휴일이랄 것도 따로 없었던 그 때, 휴게실에 누워 작은 휴대폰으로 보던 친구들의 행복하기만 한 SNS가 나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참 얼얼하고 시큼했던 계절이었다. 이 이후로 나는 어떤 물건을 볼 때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노고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TV프로그램 ‘극한직업’을 이따금씩 찾아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 생겨난 또 다른 습관으로는, 책을 읽다가 뜻이 헷갈리는 단어가 있으면 따로 정리해서 기록해두는 것이다. 그다지 똑똑하지는 못한 기억력 탓인지, 글을 쓸 때면 특정한 단어가 매번 반복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몰랐던 단어의 의미를 알아갈 때면 묘한 뿌듯함 같은 것을 느낀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별개의 공간에 저장되어 있던 말을 하나씩 꺼내먹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면서 이 많은 언어는 어떻게 기록되는 걸까, 역시나 고민해봤다. 말은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이 순간에도 많은 단어들이 소멸하고, 생성되며, 변화하고 있다. 알고 보면 언어를 대하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일만큼이나 까다롭지 않을까 짐작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이 내 질문의 명쾌한 해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일 단어 책.jpg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제작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사전 편찬일을 맡고 있는 코리 스탬퍼가 언어 노동자로서 겪는 경험과 속사정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단어 하나를 담아내는 데 10명의 넘는 사람이 거쳐간다. 침묵에 가까운 사무실에서 8시간동안 단어를 편집하고, 회사 밖을 나서서도 더 좋은 인용문을 찾아 다니며 노동을 한다. 빠르고 편리한 인터넷 사전으로 정리 해고의 위협을 받고, 이해의 영역이 다른 분야이다 보니 독자들로부터 수많은 항의 메일을 받는다.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은 사전 편찬자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세상의 낮은 업에서 노역하는 이들은 숙명적으로 선의 가능성에 끌리기보다는 악에 대한 공포에 쫓기고, 칭찬받을 가망 없이 비판에 노출되고, 착오에 의해 망신을 사거나 태만에 의해 벌을 받고, 성공해봤자 박수갈채는 받지 못하고, 성실함에 보답받지 못한다.’ 한마디로, 이토록 성실한 불행한 필멸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저자 코리 스탬퍼에게 필연적인 숙명이다. 사소한 차이로 갈등이 생기고 애달프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떼어낼 수 없는- 오래된 연인과 함께하는 기분으로 20년째 언어와 함께하고 있다. 단어는 결국 사람에 의해서 전파되는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저마다의 말에는 복잡하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 편찬자들은 모든 단어를 평등하고 경이롭게 대할 수밖에 없다.

말의 힘은 강하다. 때때로 일부 유명인들을 보면, 그들의 파급력은 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뱉어내는 단어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만큼이나 무거운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앞으로의 나에게 언어는 하나의 습관처럼 자리잡았으면 한다. ‘단어광’ 코리 스탬퍼가 쓴 이 책은 분명히 숱한 고민의 결과물일 테다. 그러니 나는 그가 지새웠을 밤을 상상하며, 글자 하나하나 소중히 읽는 수밖에. 오랫동안 단어를 연구하고 언어를 애호하는 저자가 쓴 책인 만큼, 나에게 전해줄 공감과 지혜가 있지 않을까 많은 기대가 되는 책이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WORD BY WORD -


원제 : WORD BY WORD
지은이 : 코리 스탬퍼
옮긴이 : 박다솜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쪽 수 : 388쪽
발행일 : 2018년 5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 979-11-5581-153-5




문의
도서출판 월북
031-955-3777







나예진.jpg
 

[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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