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동작과 색감을 그대에게, '알렉스 카츠'전

글 입력 2018.05.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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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1.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처음에 전시관에 들어갔을때, 사실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림은 정성이 깃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터치가 쌓여있지 않은 그림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이 현대미술 작가의 그림을 보았을때, 어디서 이 작가의 매력을 느껴야하며, 이 작가가 왜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지 알길이 없었다. 단순한 색감, 완벽하지 못한 형태, 과한 생략, 단조로운 색감. 처음 알렉스 카츠의 그림을 접한다면 이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벽면의 전시 설명을 그대로 읽어주는 수준에 지나지 않던 오디오 가이드까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거장의 그림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찬찬히 관람한다면 '카츠 스타일'로 빠질 수 있다. 알렉스 카츠는 본인의 스타일이 굉장히 뚜렷하다. 그 와중에 '컷아웃'과 같은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CK, 코카콜라 걸 시리즈 처럼 상업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의 그림에 과감한 생략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용수를 그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몸짓을 생략하고 무용수의 얼굴 잔근육의 움직임과 표정을 클로즈업 형식으로 그린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을 유추해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Black Dress_2018.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알렉스 카츠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기도 한다. '컷아웃'이라는 작업은 처음에 나무판에 켄트지를 붙여서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점차 나무판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이 작업은 다양한 사이즈로 진행이 되었는데, 블랙미니드레스 시리즈는 작은 사이즈의 작업이었는데 종이인형과 같은 모양새로 시각적으로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캔버스 작업뿐만이 아니라 이런 기법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그의 노력과 열정이 전달이 잘 되었고, 굉장히 흥미로운 스타일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30 am_2006.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카츠 스타일'은 그의 압도적인 캔버스 사이즈에서도 볼 수 있다. 스케치를 카툰의 형식으로 전지보다 큰 사이즈의 켄트지에 하며 필요없는 부분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을 과김히 지우는 시원시원한 작업은 감상자들에게 색다른 감동과 압도감을 준다. 큰 사이즈의 작업은 자신감이자 애정이다. 숲을 그린 '10:30 am'은 2m에 가까운 사이즈로 올려다보고 있으면 정말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숲에 있는 느낌이 든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은 그림 중 하나였는데, 사이즈로 인해 관객들에게 간접체험을 할 수 있게 하며 높은 자작나무가 드리워진 싱그러운 숲길에 있는 것 같은 상쾌함까지 주는 그림이었고, 초창기의 알렉스 카츠 스타일을 볼 수 잇는 그림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Coca-Cola Girl 26_ 2018.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알렉스 카츠의 클로즈업-크롭 스타일의 작업은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은 상업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 시리즈물의 주제가 코카콜라걸이거나 캘빈클라인이었을때 더욱이나 상업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2017년부터 꾸준히 작업해오고 있는 코카콜라걸 시리즈는 빨간 바탕에 코카콜라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금발의 미녀가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보여지는 작업이라 더욱 뜻깊다.

CK 시리즈와는 다르게 로고를 넣지 않은 이 그림은 믹국의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을 보여주는 그림이라고도 한다. 코카콜라의 큰 팬인 본인으로써는 이 그림이 코카콜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지는 사실 공감하기 좀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논란이 되는 여성의 반누드화들과는 달리 여성이 자신의 포즈를 당당하게 취하고 있고 외설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건강한 느낌의 그림이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기뻤다.


Ada_2011.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그리고 그의 작업의 메인 테마 중 하나인 그의 아내 아다(Ada). 그녀를 찬양하고 사랑하며 그녀의 키가 조금만 더 컸다면 미스 아메리카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알렉스 카츠는 아내의 초상을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그는 아내가 '유럽적인 아름다움과 미국적인 아름다움'을 전부 가지고 있다고 했고,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녀를 그리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장 완벽한 모델이라고 평했다. 수많은 남성 예술가들의 아내는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 아다는 오랜 시간동안 메인 뮤즈가 되면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매번 색다른 아름다움을 알렉스 카츠에게 전달해준 것으로 보여진다. 사랑을 담은 눈빛으로 그녀를 관찰하고 사랑스러운 붓터치로 그녀의 초상을 완성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아다의 초상들은 색감들이 차분하고 어둡지만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득 담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는 내게 현대미술의 새로운 매력에 눈뜨게 해준 의미깊은 전시이다. 항상 현대미술은 너무나도 개념적이고 단순하다는 느낌을 주었기에 큰 매력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단순한 그림만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고, '카츠 스타일'의 철학과 열정, 그리고 시도를 높게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한 설명이 아닌, 확실한 철학과 확고한 스타일의 확립으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다시 쓴 알렉스 카츠, 미국을 대표할 만한 그의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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