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생각하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죠? : 도서 < 생각하기의 기술 >

글 입력 2018.05.2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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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의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생각을 짜내는 모습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나는 꽤 고통스럽다. 글을 제대로 공부한 지 6년쯤 되니 아주 조금은 알겠더라. 나는 영감이란 것이 늘 번뜩거리는 사람이 아니고, 경계를 과감히 넘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 남들의 이목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뚜벅뚜벅 제 필치로 성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 그럴만한 용기도 재간도 없다. 그래, 나는 곧 천재가 아니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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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가장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었다. 배우 머레이 아브라함이 캐치한 살리에리의 열등감과 동경 사이. 그 오묘한 눈빛은 모차르트의 음악보다 더 강렬히 남아있다. 어쩌면 내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내가 감히 시도도 못 해볼 사유와 흉내도 못 내 볼 문장을 만나면 나는 살리에리처럼 (믿지도 않는) 신에게 원망을 퍼붓고 싶어진다. “욕망을 갖게 해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하고 말이다. 나이가 든 살리에리와 달리 나는 이제 시작인 사람이다 하고 위안 삼아 봐도 나어린 반짝임을 목도했을 때의 박탈감은 살리에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아니 지금도. 내 머릿속 얼마 안 되는 재능을 짜내고 짜내어 글을 짓는단 느낌이 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니 머리는 빠개질 듯 아프고, 남의 글을 기웃거리다 보면 또 불쑥 솟아오르는 자괴감 열등감 무력감. 그러다 보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생각을 하기 싫어질 때가 많더라. 과부하가 올 땐 내가 생각해서 고로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해서 고로 생각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살리에리가 용서한다고 외쳤던 수많은 평범함들, 그 평범함으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그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가 안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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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우리를 위한 처방전도 있어야겠지. 저자는 ‘기술’이라 표현한 걸 내 딴에는 처방전이라 바꿔 말해보겠다. 우리가 생각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수월히 창작할 수 있도록 내려주는 처방전.
 
저자가 진단하길 <영감 1% + 노력 29% + 즉흥성 5% + 열망 8% + 사색 7% + 탐구 15% + 일상의 좌절 13% + 모방 11% + 절망 10.9% + 순순한 기쁨 0.1%>로 천재는 탄생하고, 이중 노력, 사색, 탐구와 같은 노동 활동이 도합 98.9%에 달한단다. 이 처방전에 따르면 신이 나를 만들 때 욕망과 재능의 분배를 실패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99% 가까이 되는 노동 활동은 앞으로도 채워 나갈 수 있는 것이기에, 머리를 굴리고 몸으로 느끼다 보면 체득할 수 있기에. 나의 선천적 재능을 원망할 필요도 신에게 욕을 퍼부을 이유도 없지 않을까.
 
원망과 욕이 불필요해도 예상컨대 이 좌괴감과 열등감과 무력감은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이상 불치병일 거다. 처방전으로도 완치는 불가능.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고 싶은데도 생각하기가 무섭고, 스스로의 평범함에 오늘도 채찍질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작은 팁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이런 작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아직 이런 생각을 하기엔 이르다는 자조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뚜벅뚜벅. 다시 생각하고 타자를 치고 문장을 만든다.

빠르지 않아도 번뜩거리지 않아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고 있는 평범함들이여. 오늘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창작자들이여, 우리 모두 부디 건승.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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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의 기술
- 매일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The Shape of Ideas)

글·그림: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공경희
면수: 144쪽
판형: 148*220(양장)
정가: 13,800원
발행일: 2018년 5월 10일
펴낸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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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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