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불안한 영혼을 위하여 : 마르크 샤갈's 영혼의 정원

영혼의 정원
글 입력 2018.05.2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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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그리는 아티스트.
샤갈이다.



4부작 드라마

이번 영혼의 정원 전시회는 작품이 아닌 삶을 훑는 느낌이다. 샤갈은 영혼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생을 살았다. 세계대전을 겪었고 아내와의 사별을 경험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종교, 전쟁, 시(poetry), 사랑은 샤갈의 작품인생을 추리는 4가지라 할 수 있겠다.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분야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기구하지만 남다른 샤갈만의 인생이 가장 많이 담겨있는 틀인 것이다. 샤갈은 “나에겐 스승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샤갈이 우리의 스승 혹은 동반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림을 매개로, 영혼의 정원에서. 전시가 마련해둔 틀을 따라 샤갈이 안내하는 영혼 산책을 시작해보자.



25점

샤갈을 다룬 한국 전시 중 가장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260여점 중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25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최초 공개되는 몇 작품을 골라 살펴보자.


3]보라색 수탉 The Purple Rooster.jpg
보라색 수탉
Le Coq Violet (1966-72)
oil, gouache and ink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유년기의 환경적 경험과 종교적 분위기는 샤갈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가 집중했던 삶의 풍경과 인 간의 삶을 작품 속에 재현할 때 소, 물고기, 닭, 양 등의 동물을 의인화 시켜 나타냄으로써 좀 더 명확하 게 시각화한다. 내면의 세계 혹은 자화상이기도 한 이 동물들은 인간과 친밀한 관계로 작품 속에 펼쳐진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수탉은 주로 남성과 태양, 다산을 상징하지만, 이 작품처럼 연인들과 함께 그려졌을 경우에는 공중에 떠 있는 표현의 연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정욕을 상징한다.

작품 속 신부는 초록말을 타고 트랙 위를 질주하며 어릿광대는 그녀에게 꽃다발을 내민다. 그리고 보라색 수탉이 거꾸로 매달려 이 모든 광경을 관심있게 지켜본다. 뿐만 아니라 천국을 이야기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사랑과 꽃이 등장한다. 서커스는 샤갈에게 일종의 환상과도 같은 것이라 그가 서커스를 표현하는 방법에 서 샤갈 특유의 공간 속의 배치와 더불어 색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6]붉은 배경의 꽃다발 Bouquet of Flowers on Red Background.jpg
붉은 배경의 꽃다발
Bouquet de fleurs sur fond rouge (1970 ca.)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꽃은 샤갈의 작품의 단골 소재였는데, 이전의 꽃들은 장식적 요소의 성격이 강했다면 오랜 방랑생활 끝에 남프랑스 방스에 정착한 1950년대 이후부터는 독립적인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빛이라는 소재에 다시 한 번 매료된 샤갈은 꽃을 통해 색채의 향연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에서 하얀 꽃들은 붉은 배경과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꽃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돋보일 수 있도록 배경의 풍경은 희미하게 그렸다. 꽃다발은 작품 측면에 보이는 인물에 비해 지나치게 크게 그려져 비례의 불균형을 초래함으로써 일종의 콜라주 효과를 낸다.

꽃다발 너머 찾아볼 수 있는 신랑신부는 언제나 샤갈에게 있어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인 사랑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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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사랑

주말에 보았던 알렉스 카츠가 그의 아내를 뮤즈라고 칭했던 것처럼, 아티스트는 사랑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듯하다. 샤갈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 또한 사랑이라고 했다. “그녀의 침묵은 내 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내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내 어린 시절과 부모님, 내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고, 나를 관통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내가 된 벨라를 보자마자 샤갈이 느낀 마음이다.

역시나 전시 구성에서도 ‘사랑’이 마지막 4부에 위치하는 핵심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게 될 전시라 나 또한 사랑에 관한 그림을 가장 기대했는데, 왜 4부에서 다루는 작품은 9점뿐인지 의문이었다. 굳이 사랑을 앞에 내걸지 않은 그림에도 사랑이 담겨있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랑 영역에 아홉 작품만이 걸리게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영혼의 정원 마지막에 사랑이 위치해있다는 건, 영혼이 안착할 최종 목적지는 사랑이라는 메시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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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지만 이 수식어가 이번 전시에서 메인으로 삼을만한 키워드는 아닌 듯 했다. 절반 이상이 기대했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판화라는 사실을 가서야 발견하고 실망한 사람들의 후기도 적잖이 확인할 수 있었다. 홍보에는 따로 공지된 부분이 없는 터라 많은 사람들이 미리 알고 가면 좋겠다. 판화가로서의 샤갈도 샤갈이니 전시를 보게 될 나도, 다른 사람들도, 너무 실망하지는 않길. 그리고 영혼의 정원에 꼭 컬러만 가득해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대중문화론 시간에 ‘the writerly text'를 공부하며, 후기 구조주의 입장에서는 독자가 의미를 마감하는 불완전한 텍스트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입장을 함부로 적용하여 색채가 없는 작품을 완전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판화를 색 없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완전성, 불완전성을 떠나서 우리가 색 없는 작품에 색을 칠하는 주체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각자의 색으로 의미를 완성하는 단계, 그 단계에서 ’jouissance‘를 느낄 수 있다. 이게 전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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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


일자 : 2018.04.28(토) ~ 08.18(토)

휴관일
매월 넷째주 월요일
05.28 / 06.25 / 07.23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 전시마감 1시간 이전)

장소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르 메르디앙 서울 1층)

티켓가격
성인(만 19세 이상) 13,000원
학생(중/고/대학생) 10,000원
어린이(만 3세-12세) 8,000원

주최
M컨템포러리, 한겨레신문사

주관
M컨템포러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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