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8, 비를 뚫은 무대들

DAY ① SINGING IN THE RAIN, 쉽지만은 않았어요
글 입력 2018.05.2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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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8, 비를 뚫은 무대들
DAY ① SINGING IN THE RAIN,
쉽지만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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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 13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봄의 음악 피크닉,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개최되었습니다. 매년 봄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이번에도 역시 관객과 아티스트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습니다. 양일간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 만난 기억에 남는 무대를 전해드립니다. 분신술을 쓸 수 없기에 취재가 한정되어 있었던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토요일의 날씨는 비였습니다. 그냥 비였으면 좋았을걸, 오전부터 대략 낮 2시까지는 폭우에 가까웠습니다. 비민라는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폭우였던 적은 드물었습니다. 끝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비를 뚫고도 깊은 인상을 남긴 무대들을 전해드립니다.

(글의 순서와 순위는 무관합니다.)



페퍼톤스 : 16년 내공, 3년 9개월만의 신보 공개 무대에 쏟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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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비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실내 무대의 헤드라이너는 페퍼톤스였습니다. '햇살부적'이라는 별명은 힘을 쓰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번에도 비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빨간 체크셔크를 입은 신재평, 베이지색 셔츠와 흰 반팔티를 레이어드한 이장원을 중심으로 건반, 드럼, 두 대의 기타, 그리고 퍼커션까지 함께 무대를 꾸몄습니다. 평소 합을 맞추던 기타리스트 Jane의 부재 대신 보다 풍부한 방식으로 공연을 준비한 셈입니다.

이 날 무대의 의미는 6집 발매 이후 첫 공식 공연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음악감상회 형식으로 간단한 라이브 공연이 있기도 했지만 페퍼톤스는 '사람들 앞에서 처음 연주하는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페퍼톤스의 히트곡 '겨울의 사업가', 'New Hippie Generation', 'FAST'를 포함하여 신보에 포함된 곡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곡은 '도망자'였습니다.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는 드럼과 기타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기존 곡과 비교하자면 5집 'FAST'가 연상되는 폭발적인 후주, 쫓기는 이의 이야기를 담아 긴장감과 스릴이 느껴지는 가사는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곡이 끝난 이후에도 한참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페퍼톤스는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타이틀곡 '긴 여행의 끝'은 4집 '행운을 빌어요'의 답가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무대에서 페퍼톤스는 두 곡을 이어 연주함으로서 그 서사를 직접 관객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작별을 말하던 사람, 다시 돌아와 '안녕이라는 그 어색한 인사를 말하지 않기를' 바라는, 머쓱하게 웃는 사람. 그 두 사람의 이별과 재회를 이어 보여줌으로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페퍼톤스는 6월 9,10일 단독공연이 열린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역시 페퍼톤스는 관록, 풋풋함, 그 속의 청춘. 모순되는 단어들을 멋지게 조합해냈습니다.



선우정아 : '갓'우정아, 폭발적인 재능의 뮤지션





대중들에게 선우정아가 알려진 것은 아마도 싱글 '구애'의 히트와 복면가왕 '레드마우스'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선우정아는 유수의 음악 팬들, 동료 뮤지션들에게 대단한 보컬리스트라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2014년에 유희열은 이미 7집 '언제나 타인'이라는, 꽤나 난해한 곡을 선우정아의 목소리로 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선우정아는 아이유의 '잼잼', 거슬러 올라가자면 2NE1의 '아파'를 작/편곡하는 등 음악적 역량을 발휘해왔습니다.

비도 진흙도 선우정아의 공연, 팬들의 열광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관객들은 신발이 망가지는 것을 포기하고, 우비 안에 차는 습기와 비로 인한 축축함을 모두 극복한 채 스탠딩존을 가득 메워 선우정아의 공연에 화답했습니다. 열성팬의 마음을 가득 담은 '순이', 아이유와 함께한 작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고양이'를 비롯하여 선우정아는 총 9곡의 노래로 무대를 꾸몄습니다.

물론 레드마우스를 있게 했던 곡, 블랙핑크의 '휘파람'과 레드벨벳의 '피카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TOY 7집에서 이적이 불렀던 'Reset'(이 또한 복면가왕에서 선보였던 곡입니다.)을 라이브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유자재로 목소리를 연주하는 듯한 선우정아의 스캣은 관객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대체불가 선우정아의 무대는 언제 만나도 감탄하게 되네요.



솔루션스 : 밴드의 에너지에 얹은 '라라랜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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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모던록의 대표주자 솔루션스는 2012년 결성 이후 경쾌하고 세련된 음악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특히나 드라이브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Sounds Of The Universe'를 들으며 운전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무슨 의미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한국 밴드의 음악인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로 솔루션스의 음악은 한국 모던록, 언니네이발관으로 대표될 수 있는 감성과는 달랐습니다.

솔루션스의 음악이 가진 색다른 매력은 공연장에서 배가됩니다. 보컬 박솔의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 나루, 권오경과 박한솔의 연주,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긴채 곡을 이끌어나가는 듯한 멤버들의 모습은 공연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거의 모든 곡의 가사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포인트마다 떼창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곡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했던 솔루션스는 확실한 포인트로 금세 떼창에 참여하고, 열광의 물결에 휩쓸릴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박솔의 친구라고 밝힌 무용수 이루다와 함께한 'Ticket To The Moon' 무대였습니다. 라라랜드의 엠마 왓슨을 연상시키는 노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루다는 'Ticket To The Moon' 가사에 맞춰 멋진 안무를 보여주었습니다. 길게 뻗은 팔다리, 아름답게 휘어지는 춤의 곡선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와 함께 박솔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 부분에서 이루다와 함께하여 멋진 안무를 보여주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을 무대라서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곡이 끝난 이후에도 관객들은 이루다와 솔루션스의 영화처럼 아름다운 무대에 아끼지 않고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신해경 : 몽환적인 사운드, 멋진 음악의 주목할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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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경은 2017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작년 한 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뮤지션 중 한 명입니다. 몽환적인 일렉트로닉과 밴드 사운드를 모아 멋진 조합으로 탄생시킨 신해경은 SK 핸드볼경기장 무대에서 첫 BML 무대를 가졌습니다. 아티스트의 첫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 무대를 함께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한 번 오른 아티스트들이 다음 해에도 출연할 가능성이 높은 페스티벌이라서, 작년엔 그랬지- 그땐 그랬지- 추억할 수 있거든요.

동그랗고 큰 안경을 낀 채, 멘트를 할 때에는 '하이튼!'이라는 접속사를 반복하는 귀여운 청년은 음악이 시작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른한 보컬과 파워풀한 밴드의 연주가 합쳐져 독특한 시너지를 냈고, 이에 컴퓨터로 전자음이 더해져 신해경만의 음악이란 이런 것이라며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무대는 '명왕성'이었습니다. '명왕성'에서는 우주에서 보내온 신호같은 전자음이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 위에 쌓이고, 이 위에 신해경의 아련한 보컬이 더해지다가 드럼, 기타, 베이스가 함께 곡에 합류하면서 한껏 힘을 더했습니다.

공연 막바지, 신해경은 머쓱해하며 6월 22일 단독콘서트 계획을 전했습니다. 공연은 6월 22일 UNDERSTAGE에서 진행됩니다. 신해경의 음악이 마음에 드셨다면 라이브 또한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겁니다.



소란 : 잔디마당 헤드라이너란 이런 것이다, 열정과 준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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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민트페이퍼)

말하자면 소란은 '야망' 밴드입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타도 십센치'를 외칠 때부터, '봄이 좋냐가 좋냐'를 부를 때부터, 아니 그 한참 전부터요. 언젠가 10CM를 넘어 잔디마당(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 가장 큰 스테이지다) 헤드라이너, 마지막 무대를 장악하리라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었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10CM 권정열과 소란 고영배(보컬)는 절친한 사이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소란이 잔디마당 헤드라이너에 등극했습니다. 이미 뷰티풀 민트 라이프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관객 투표로 선정되는 최고의 아티스트에 선발된 바 있었으니 예상 밖의 결과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역대급 무대를 완성했습니다. 풍부한 세션은 물론이고 댄서들과 빗속에 앉아 춤을 추기도 했으며(AAA) 이제는 관객 대부분이 알고 있었던 북유럽댄스(가을목이)까지 빠짐없이 선보였습니다. 10CM 권정열과 함께 작업한 '너를 보네'에서는 권정열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공연이 끝날 때쯤 소란의 보컬 고영배는 비에 쫄딱 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경은 빗물로 앞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관객들도, 아티스트 본인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우리, 여행'이 이어졌습니다. 소란은 늦은 저녁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전하는 것 같은 함께 가자는 약속은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티스트 본인도 감동하는 것은 '우리, 여행'의 포인트기도 하죠.) 이렇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첫 날의 무대는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 우천 시 페스티벌의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돌파구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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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신발은 저녁에 완전히 진흙색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날은 정말 비가 많이 왔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통로에 깔아둔 초록색 플라스틱 깔개는 진흙을 막을 수 없었고, 발을 디디면 물과 함께 진흙이 쭉 올라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삼선 슬리퍼를 신거나 비닐봉지로 발을 감쌌고 하는 수 없이 신발을 진흙 속에 담갔습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공연도 있지만 피크닉의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진흙 위에서 즐기는 피크닉은 생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비는 자연현상, 기후현상입니다. 몇 달 전부터 장소를 예약하는 주최측에서는 그 날 비가 올지 오지 않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시간 이동도 거의 불가능합니다.(게다가 아티스트의 스케줄도 전면 조정해야하니까요.)

관객들의 사정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아티스트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페스티벌의 특성상 평소 많은 문화공연을 즐기지 못한 지방 거주 관객들이 미리 교통편과 숙박을 예약하고 페스티벌을 관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페스티벌 측에서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낸다면, 이또한 모두 물거품이 되므로 주최측, 관객측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지요. 그러나 비가 많이 오는 상황 속에서 강행한다면 참여하는 관객들의 원성을 사게 될 테고요. 결국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이고, 우리 모두는 비가 오지 않기를 혹은 비 예보가 틀리기만을 바라게 됩니다.

그러나, 비가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우천 조항을 점검하고 현실성 있는, 관객들의 의견을 반영한 조항인지 확인해야합니다. 또한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을 마련하고 이 곳에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되 간단한 끼니는 가능하도록 스탠딩 테이블을 설치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민트페이퍼는 결국 1일권(토요일) 전액 자동 환불을 택했습니다. 주최측에게는 어마어마한 손해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기분이 상한 소비자들 또한 존재합니다.

결국 주최측도, 소비자도 행복한 페스티벌을 만들고 즐기고자 하는 목적은 같습니다. 부디,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결론이 이어져 내년에는 보다 나은 봄 페스티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시 온다면) 빗속에서도요.




사진 제공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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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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