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 카포네 트릴로지 > : 나쁜 일은 항상 같은 곳에서 일어난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5.2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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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네 트릴로지 THE CAPONE TRILOGY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을 배경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100명 남짓한 관객들은 661호에서 벌어진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1923년, 1934년, 1943년에 벌어진 사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장르로 이야기가 풀어진다. Lady, Old man, Young man. 세 명으로 이루어진 등장인물들. 이 인물들도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서로 다른 인물들로 등장한다.

세 에피소드는 개별 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통하고 있다. 등장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알 카포네의 존재를, 알 카포네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야기를 관통하는 오브제도 존재한다. 하나의 에피소드만 봐도 무관한 공연이지만, 세 에피소드를 모두 보고 난 후의 당신은 아마 이 에피소드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LOKI; 파멸의 광대,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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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코미디 장르인 만큼 카포네 트릴로지 시리즈 중에 가장 무난하게 볼 수 있는―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시카고 최고의 쇼걸 롤라 킨이, 이 가혹한 카포네의 도시 시카고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Old man과 Young man은 네 다섯 개의 역할을 멀티맨 형식으로 75분 내내 소화해낸다. 배우들이 땀에 젖는 것은 순식간이다. 언제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어떤 애드리브가 나올지 모르는, 변수가 많은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합과 순발력이 필히 요구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롤라 킨과 그녀의 수많은 주변 인물들이 일으킨 사건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사실 롤라 킨의 이야기는 사실 비극에 가깝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관객은 롤라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희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LUCIFER; 타락 천사, SUSP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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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man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서스펜스 장르로, 긴장감을 가지고 보게 되는 장르이다. (무서운 느낌은 아니다) 조직의 2인자―를 자처하는― 닉 니티와 그의 아내 말린 니티, 그리고 말린의 가족인 마이클이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닉 니티는 그 누구보다도 다정한 남편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조직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또한 닉은 마이클의 아버지이자 말린의 삼촌인, 또 다른 조직의 거물 조조와의 관계가 굉장히 좋지 않다. 이 기막히게 꼬인 인연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간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있자면, 왠지 결말이 뻔히 보이는 느낌이 있다. 필자의 경우는 그랬다. 아마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를 테니까. 루시퍼는 로키에 비하면 굉장히 잔잔하게 흘러간다. 심장소리 효과음이 아니었다면 서스펜스 장르라는 것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닉 니티라는 인물이 썩 매력적이지는 못하지만, 세 인물 사이의 관계성을 집중적으로 생각하며 보게 된다면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VINDICI; 복수의 화신, HARD-BO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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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man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젊은 경찰 빈디치는 시카고 경찰청장 프랭크 두스를 향한 복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을 프랭크 두스의 딸, 루시 두스가 돕는다. 빈디치는 루시가 도움을 자처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경계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도움이 필요했던 그는, 루시를 통해 복수를 할 기회를 잡게 된다. 절대 잡히지 않을 것 같던 프랭크 두스가, 그에게 제 발로 걸어온다.

이 에피소드는 세 에피소드 중 가장 '자극적인' 요소를 다루고 있다. 비상식적인 형태의 성적 욕망이나, 약간은 고문과 같은. 사람에 따라 보기 힘든 장면이 있을 수도 있다. 잔인하거나, 혹은 역겨울 수도. 극을 보기 전 참고해야 할 점이다. 빈디치가 주인공인 극이지만, 루시 두스의 존재감은 가히 주인공이라고 해도 절대 어색하지 않다. 위험할수록 더욱 매력적이라고 하던가. 이 에피소드는 관객들을 그렇게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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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연에는 총 세 페어가 공연을 하고 있다. 초연부터 쭉 함께한 배우들인 이석준, 윤나무, 김지현 페어(이윤지), 초연 때 함께 했던 배우 김종태와 이번에 새로 합류한 강정우, 최유하 페어(김우유), 마지막으로 뉴페이스로 이루어진 배우 김주헌, 김도빈, 손지윤 페어(주도윤)이다. 세 페어 각각 서로 다른 느낌의 인물들을 연기하고, 이는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같은 에피소드일지라도 배우들의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 카포네 트릴로지 >를 보는 하나의 팁이 될 수 있겠다.

좁디좁은 한 호텔 룸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세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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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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