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어 마이 웨딩 드레스

글 입력 2018.05.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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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4개월 만이다.

따스한 봄에 활짝 핀 명자꽃과 푸른 잎사귀로 가지를 채운 감나무와 재잘거리는 직박구리
늘 제자리를 지키는 석파정을 만나러, 내 인생에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투자하러 다시 이곳을 찾겠노라고.

딱 4개월 전 내가 나 자신과 약속을 하고 지키러 왔다. 지난 주말, 전봇대 전기줄 사이에서 앉아 있는 직박구리를 마주쳤다. 서울 용산에서 마주친 직박구리라니... 내가 널 잊은 듯 하니 일부러 귀띔해주러 날 찾아온건가? 피식 웃음이 났다.

요 며칠 늦잠을 자다 오늘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마음 같아선 침대에 오래 붙어 있고 싶었지만, 게으름 때문에 짧아지는 하루를 후회하기엔 이제 아니다 싶었기에. 오랜만에 멀리 나갈 채비를 꾸렸다. 한시간쯤 달려 도착한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예나 지금이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재주가 있다.

오늘 관람한 전시는 바로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프리뷰에서 썼듯이 나는 영원할 행복을 선물할 자신이 있냐고 이 럭셔리한 소모품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화려함이 내 이목을 끌기에 앞서 오늘만큼은 나도 '결혼'을 조금 진지하게 마주 볼 생각으로 말이다.

12색 12실 12인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제 1부는 가지각색의 '결혼'을 마주하는 작가들의 시선이 담겨 있다. 비평적인 시선도, 에로틱한 시선도, 로맨틱한 시선도, 환상적인 시선까지, 혹은 조금은 추상적인 시선까지. 다양하게 풀어놓은 1부는 핑크핑크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채로 눈을 황홀하게 해준다. 아직은 좋다고 속단하기 이르다. 결혼은 해봐야 하니까.

1부에서 인상 깊게 본 작가는 바로 황하이신 Hai Hsin Huang이다. 대만 출신 작가로 결혼을 '쇼'로 코믹하고 풍자스럽게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말하면 이것이야말로 결혼의 실체이자 본모습이 아니던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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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행복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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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Happy Day!
Oh! Happy Wedding Show?


그 다음 눈여겨 본 작가는 바로 크리스티나 마키바 Kristina Makeeva. 메인 포스터의 작품으로 선정된 작가이자 따로 공간이 마련될 만큼 이번 전시에서 많은 후광을 받은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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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은 이어질 그녀의 미래와 행복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원히 해피엔딩이고 싶은 동화 속 판타지를 담은 내면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저 드레스... 혼자 절대 못 입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레스를 혼자 입지 못해 끙끙대는 여성의 모습이 영상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 영상을 만들고 드레스를 입은 아티스트 또한 터키 출신의 유명 여성 아티스트다. 내가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 싶은 바는 결혼은 절대 혼.자.하.는.게.아.니.다. 라는 점이다.

결혼은 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무대 위 커텐 뒤에서 쇼를 준비하는 분주한 이들..... 나의 결혼을 위해 많은 이들이 나를 도와주고 함께 이 행사를 준비한다. 나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들 앞에서 맹세를 할 것이다. 쇼를 위한 쇼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2부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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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인생에서 결혼은 내게 주어진 하나의 과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가 기어 다니다 두 발로 서고 걷게 되고, 학교에 들어가 친구를 사귀고,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 것이다.

결혼을 하고...부터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인생을 함께 만들어가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Life goes on. 인생은 계속 되는 것이다.

2부에서는 고인 앙드레 김의 유작과 그의 패션쇼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알던 앙드레 김의 새로운 면모를 만났던 자리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TV 스크린에서만 보던 그의 작품은 뭐랄까? 화려함의 극치라고만 느껴졌다. 패션의 실용성만 생각했던 철 없던 나였으니깐.

처음 그의 작품을 바라보니, 한국적 미를 고운 선으로 담아냈구나... 생각했다.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홀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프랑스로 세계로 널리 알리던 그의 열정을 이제야 알게 되어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을 조용히 숨긴 채 미술관 위 석파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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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
석파정 사랑채 곁을 거닐며
나의 웨딩드레스에게 말을 걸었다.


디어 마이 웨딩 드레스. 함께 나와 걸어갈래?
Dear My Weddingdress. Shall we walk together?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삶은 계속 되니깐. 
No matter what happens, life goes on.

언제나 너와 함께 하고 싶어.
I wanna be with you.


개인적으로 내가 입고 싶은 취향의 웨딩드레스를 발견했다.

목이 긴 나를 위한 브이넥과 팔뚝살을 살짝 가려줄 슬리브와 화려하지만 심플한 레이스 패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석파정을 거닐 날을 기대하며,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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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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