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뮤즈, 나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 알렉스 카츠展 [전시]

글 입력 2018.05.2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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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뮤즈, 나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알렉스 카츠ALEX KATZ

2018.04.25 - 07.23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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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isa_2015


 독창적인 초상 회화로 '카츠 스타일'을 구축한 현대미술의 거장 알렉스 카츠. 인물을 대상으로 그리는 작가들의 시선은 언제나 흥미롭기 마련이다. 물론 사물을 바라보고 상상하고 각색해 탄생하는 작품들도 매력적이지만, 눈을 바라보고 숨을 느끼며 마주보는 이와 동시작업을 한다는 건 작가가 향하는 방향성이 대상 하나인 것보다 더욱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음을 의미한다. 카츠가 그린 그림들 역시 그러하다. 주로 초상화를 그려온 그는, 인물을 관찰하여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거기에 그만의 시선과 개성 역시 담뿍이 담아내고 있다.

*

 단색의 대형 화면과 대담한 구도, 마치 클로즈업 된 카메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각도의 그림들은 독특하고 감각적인 카츠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연속촬영을 한 듯, 다양한 구도에서 바라본 인물의 모습을 담은 카츠의 그림들. 특히 카츠의 선명하고 사실적인 그림체가 대상에게 시선이 확 꽂히도록 집중을 돕는다. 전시에 걸린 그의 작품들에게서 붓을 쥔 그의 손아귀의 힘이 얼마나 세고 우직한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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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ura (1), (2)


 위의 사진들은 전시에서 가장 카츠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 작품이다. 작품명은 로라. 모델이 된 인물의 이름이 로라Laura다. 전시의 한 섹션이 로라의 그림들로만 채워져 있다. 무려 열댓 편이 로라의 초상화라는 뜻. 그런데 참 궁금하고 신기하다. 로라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볼수록 로라의 생김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도통 모르겠다. 로라를 담은 그림을 열댓 편이나 보았는데, 모두가 로라이고 그 순간 로라의 모습들인데 볼수록 로라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겠는 거다. 나란히 그려진 서너 편의 그림을 빠르게 번갈아 보면서 이 세 인물이 과연 같은 인물인가? 하는 우스운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꽤 오래!

*

 초상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각도마다 장면마다 생김새가 다르다면 우리가 보는 얼굴들은 정말 그렇게 생긴 게 아닐수도 있겠다. 우리 모두 각자의 시선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얼굴들을 보고,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그러니까 두어 장의 초상화나 사진에 누군갈 담아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그저 그 대상, 인물의 무수하고 다양한 모습들 중 한 순간인 걸 거다. 모든 프레임이 다합쳐지면 온전한 그가 되려나?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 불가능하리라. 진짜를 버젓이 놔두고 또 진짜를 욕망하는 건 좀 어리석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초상은 진짜에 가까운 것들을, 진짜일 순 없지만 진짜보다 더 진짜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우리는 초상을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진짜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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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 and Marisol_1960


 대상을 '바라보는 것(행위)'을 넘어서, 이번엔 그 시선이다. 시선은 어디로부터 시작해 어디에 닿는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림 자체를 그저 바라봐 보라. 무엇이 느껴지는가? 다시. 무엇이, (과연) 느껴지는가? 작품 자체는 사실 그리 특별할 게 없다. 배경도, 인물도, 색상도 그러하다. 물론 이와 같은 작품을 선호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는 특별할 작품이 맞지만, 단조로운 색상의 연속과 무채색으로 꼼꼼하지 않게 채워진 그림에서는 집중력을 요할 어떤 포인트랄 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품을 궁금하게 하는 건 바로 시선이다. 창 앞에 마주보고 위치한 두 인물의 시선을 보라. 1) 마주하고 있음에도 서로를 보고 있지 않으면서, 2) 창을 기준으로 여자는 창 밖을 바라보고, 3) 남자는 방 안을 바라보고 있다. 창 밖과 방 안이 그려지지 않는가? 그것도 이 그림을 바라보는 자들 모두가 각자 다르게 그려지고 있을 것. 이 그림은 대상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끌어내는 상상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모든 걸 직접 그리지 않고도 작품 속 인물들의 두 눈만으로 그 이상을 무한정 그려내는 중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며, 보여주지 않고도 전부를 보게 만드는. 카츠는 그걸 전하려하는 듯하다.

*

 감각적인 그의 시선과 선명하고 개성있는 초상 회화, 그리고 초상화의 선입견을 와장창 깨트린 그의 전달력있는 메시지들까지 무척 반갑게 본 전시였다. 현대 미술의 거장이자 시각예술가인 그의 작품은 전시에서 더 많이 관람할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했던 것 외에도 시각예술가로서 대상과 시선, 그리고 공간에 대한 고민까지 다다른 그의 조형물도 함께 볼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이나 대상이 없어 다소 단조로울 수 있을 것 같다. 대상을 관찰해보라. 제각기 다른 코끝의 길이, 눈의 크기, 쇄골의 깊이 변화와 동작을 바라보라. 초상을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새롭고 도전적인 시선에 다다를 수 있다면 그 재미와 감탄으로 어느새 마지막 세션에서 숨을 몰아쉬리라.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18.04.25-07.23

관람 장소
롯데뮤지엄(롯데월드타워 7층)

관람 시간
월-목 10:30-20:00
금-일 10:30-20:30
※ 관람 종료 30분 이전까지 입장 가능

티켓 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만 18세까지) 10,000원
어린이(만 12세까지) 7,000원

문의
롯데문화재단
1544-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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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카츠Arex katz (1927-, 뉴욕 출생)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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