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18.05.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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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던 나는 이내 그림을 설명하는 글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모호한 그림의 세계를 명징한 단어들로 설명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미술평론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지금은 그림과 글, 둘 다 똑같은 비중으로 좋아한다. 아니,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림은 글자로 완전히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림과 글은 서로 역할이 다른 언어였다.
   
책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보를 접하고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교수님께서는 ‘사과’라는 단어를 볼 때 사람들 각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과의 종류는 그 단어를 본 사람들의 수만큼 될 것이라 하셨다. 은연중에 우리는 단어가 절대적인 개념을 대표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과’의 가장 일반적인, 그 사람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특징을 수렴해야 하는 사전 편집자들의 고충은 어느 정도일까. 차라리 사과는 명사니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형용사, 동사 등의 의미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의미로 정의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고된 일일까!


“세상의 낮은 업에서 노역하는 이들은 숙명적으로 선의 가능성에 끌리기보다는 악에 대한 공포에 쫓기고, 칭찬받을 가망 없이 비판에 노출되고, 착오에 의해 망신을 사거나 태만에 의해 벌을 받고, 성공해봤자 박수갈채는 받지 못하고, 성실함에 보답받지 못한다. 그 불행한 필멸자들 가운데 사전 편찬자들이 있다.”
 

이 책에서 사전 편집자들은 ‘무해한 노역자, 불행한 필멸자’로 묘사된다. 직업 특성상 일이 시작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전 편집자들은 어떤 면에서 더욱 ‘노역’에 시달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게다가 단어 하나의 의미를 수정하는데 한 달, 아홉 달까지 걸린다면 이 일은 과연 누가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도 이 책이 더욱 기대된다. 사전 편집자들이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고 싶기 때문이다. 예상하건대 그 질고의 시간을 감당하는 동안 사전 편집자들만이 맛볼 수 있는 어떤 희열이 있을 것이다. 마치 이제 막 동이 트려는 새벽에 내리는 조용한 이슬비를 맞듯,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내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내력, 혹은 희열은 아마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맛보는 소소한 기쁨,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마음으로 늘 한 단어 한 단어를 마주하며 좇아가는 기쁨과 닮은 모양이지 않을까.

표지의 말 주머니에 "언어와 연애중"이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와 닿는다. 서로 사랑하지만 때론 다투고 씨름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연애처럼, 단어를 만드는 일도 분명 그럴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 또한 글과 함께하는 연애의 시간을 더 아름답게 가꿔가고 싶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WORD BY WORD -


원제 : WORD BY WORD

지은이 : 코리 스탬퍼

옮긴이 : 박다솜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규격
142 * 211 * 21 mm

쪽 수 : 388쪽

발행일
2018년 5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5581-153-5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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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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