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화여대 캠퍼스, 영화관이 되다 [시각예술]

영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관객의 경험
글 입력 2018.05.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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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부터 23일, 3일간 이화여대에서는 이화그린영상제(EWHA GREEN MOVIE FESTA)가 열렸다. 본 영상제는 이화 미디어아트 국제전(EMAP:EWHA MEDA ART PRESENTATION)과 올해부터 신설된 이화영화제(EFF:EWHA FILM FESTIVAL)로 구성되었다. 이번 영화제 타이틀은 ‘MESS-AGE’(혼란스러운 시대)로, 성평등 가치 및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영화, 변영주 감독의 영화, 이화여대 학부생 및 대학원생이 제작한 단편 영화, 한국사 특별전 등 네 가지 주제로 기획되었다.

햇수로는 17년, 10회째를 맞는 이마프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야외 영상제'이다. 도록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이번 영상제를 통해 실내에서만 즐기던 영화는 실외로 '해방'되었다. 영화의 무대가 바뀐 것이다. 시초는 2000년 여름, 조덕현 교수의 지도 아래 학생들의 작품을 건물 밖에서 스크린을 설치하여 상영한 일이었다. 당시 이화여대 캠퍼스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바람을 느끼며 영화를 보는 일은 학생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았고, 지금까지 영화제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캄캄한 암실에서 자신을 압도할 것처럼 거대한 스크린을 마주하며, 거기서 쏟아지는 빛을 온몸으로 맞는 영화관 환경은 최초의 영화가 탄생할 때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환경은 곧 영화라는 매체의 정체성과도 연관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에서 실외로 영화를 해방시키는 이마프의 기획은 단순히 영화의 환경을 바꾸는 데 머물지 않고 관객의 경험까지 바꾼다. '이화의 숲'에서 5월의 선선한 날씨를 느끼며, '어둔 밤'이라는 자연의 암실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이전에 폐쇄된 공간에서 보는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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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영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무엇보다 여러 군데에서 동시 상영되는 영화들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ECC밸리 중앙에 놓인 네 개의 스크린을 차례로 지나 꼭대기에 다다르면 네 개의 서로 다른 영상과 소리가 희미하게 뒤섞였다. 그 중 하나의 스크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해당 영화의 소리가 잘 들리긴 했지만 고개를 빼꼼 내밀면 다른 영화가 보이기도 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흥미로웠던 점은, ECC밸리 중앙에 한 줄로 늘어선 네 개의 스크린에서 시대별로 동시 상영되는 한국 영화는 역사의 흐름을 은유하는 장치로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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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영화를 집중해 볼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스크린 사이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서로 다른 스팟에서 미션을 해결하듯 이동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꼭 영상을 제대로 감상하려는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 앞서 언급했듯, 캠퍼스가 영화관이 되어 여러 영화가 동시 상영되는 환경이 관객의 목적을 바꾸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MOVIE FESTA'라는 이름에 걸맞게 푸드트럭도 있어 영상제에 참여한 이들은 작은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경험에 다채로운 색깔을 더하면서도 동시대 필요한 의식을 담아내는 이마프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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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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