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OTEA] THE EMPRESS 3: 천국의 어머니를 경배하라

글 입력 2018.05.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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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OTEA] THE EMPRESS 3:
천국의 어머니를 경배하라


당신의 이름에선 새색시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이해인


 땅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땅 없이는 생물이 존재할 수 없다. 많은 초기신화에서 대지모신은 모든 예배와 신화의 중심이었다. 대지는 모든 공간과 사물, 시간을 지배하는 창조와 소멸을 주관하는 거대한 힘이었다. 악한 것이든, 선한 것이든, 분노건, 자비건 모든 힘이 그녀의 안에서 탄생했다. 대지가 한 세계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의 모습을 닮을 수 밖에 없는 점이다. 대지가 수많은 씨앗을 품고 싹을 틔우게 하는 것처럼, 여성도 아이를 출산해 세상에 첫 발자국을 딛게 만든다. 창조와 소멸을 다루는 우주는 여신의 몸이다. 점차 남성중심주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모든 창조와 소멸의 어머니인 여신의 위신이 빛을 잃었다. 창조신의 자리가 남신으로 대체되고, 여신은 남성의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맡았다. 당장 그리스로마신화가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아프로디테가 '사랑과 아름다움'의 영역에 머무르고, 헤라가 제우스의 아내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여제카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에서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왕관을 쓴 아름다운 존재로 그려졌지만, 초기 카드의 그녀는 방패와 황금 지팡이를 손에 쥔 좀 더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차이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문헌을 찾을 수 없었지만, 필자는 그 두 모습을 함께 묶어 설명하고 싶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어머니'라는 원형이 가진 모습은 단순한 '풍요와 유지'보다, '창조와 소멸의 중심'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한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봐도 그렇다. 어머니는 우리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풍요로운 존재인 동시에, 밀착된 존재로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 그런 맥락에서 어머니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동시에, 가장 거대한 불안과 공포를 줄 수 있는 존재다. 어머니가 양육의 역할을 맡은 사람의 무의식 속에서 어머니는, 세상의 얼굴 그 자체를 닮아 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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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카드는 길을 떠난 바보가 정신적인 남성성의 이미지(마법사)와 여성성(여사제)를 만나 도달한 3번째 카드, 여제다. 여사제가 여성의 순결함과 정결함을 이야기한다면, 여제는 풍요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띄고 있다. 여사제가 정신적인 여성의 모습을 띈다면, 여제는 육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띈다. '육체'의 모습을 띄기 시작했기에, 이 카드는 여성의 성욕과 쾌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제는 수많은 여성이 가지는 무한한 창조성을 닮아 있다. 그녀의 옷에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붉은 석류가 수놓아지고, 그 주변에 황금빛 갈대가 솟아있을 수 있는 것도 그녀가 대지와같은 창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위일체라는 말이 있듯이, 3은 동시에 완전한 숫자다. 그녀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12개의 별은, 우주의 질서와 순환의 법칙을 의미한다. 다윗의 별을 닮은 별들은 음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모든 것의 모태인 그녀는 완전한 존재다. 그녀의 지휘봉은 그런 그녀가 갖고 있는 위대함과 권능의 상징이다.

 그녀의 목에는 진주 목걸이가 걸려있다. 고대 아라비아의 전설에 의하면 달빛을 가득히 머금은 이슬방울이 바다에 떨어진 것을 굴이 삼켜 진주가 되었다는 말처럼, 진주는 바닷 속에서 키워낸 천연 보석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진주를 상냥함과 쾌락의 상징으로, 인도에서는 사랑의 보석으로 여겨 왔다. 진주는 만들어질 때 생기는 고통 때문에 아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사실 진주를 만들어 내는 모체 조개가 건강하지 않으면 절대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래서 진주는 건강, 장수,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히 진주는 풍요로운 여왕의 목에 걸릴만한 보석이라 할 수 있다. 화면을 가득 매우는 붉은 색은 여성의 월경과 정열과 애정을 의미한다. 마르세유의 초기카드가 그렇듯이 그녀의 옆에도 비너스의 문양이 새겨진 방패가 있다. 이는 화려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무언가를 지킬만한 존재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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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ernity (offset printing on special paper)
- Pablo Picasso


 모성신화에 대한 비판이 속출하는 오늘날, '어머니'라는 원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 필자 역시 이 시대에 존재하는 여성으로서 가장 고민하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어머니와 오늘날 존재하는 모성신화에 대한 끝없는 고민으로 뇌를 가득 채웠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모성'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이념으로서 실존하는 '나의 육체', 즉 여성으로서의 육체를 정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성'은 역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육체에 대한 고찰이다. 물론 온갖 차별이 교차하는 시대에서 여성이라는 자아는 고통스러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여성의 육체, 자궁을 가진 필자의 신체에 대해서 감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여성은 무언가를 잉태하고, 출산한다. 그것은 제도나 사상과 같은 사회적인 맥락으로 이해하면 비극이 될 수 있지만, 한 존재로서는 위대한 일이다. 한 생명을 품는다는 것은 곧 한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그것은 신성의 영역과 꽤 닮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육체, 그로 인해 파생하는 '모성'의 진정한 의미를 이분화된 젠더로만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와의 이름은 '생명'이다. 남성중심의 사회 속에서 그녀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지고, 남자에게 복종받는 저주를 받았다. 그녀가 선악과를 베어 문 사건은 여성의 우매함이나 실수를 고발하기 위해 쓰여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성경의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다. 샤갈이 성경 연작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은 신이 바란 것이었다. 예수가 뱀을 지혜의 존재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그것이 단순히 사탄의 상징이 아니라 지혜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다. 인간의 실존을 사랑하는 신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고, 그 스스로가 낙원을 벗어나길 바랬다고 믿고 있다. 필자가 아는 신의 얼굴이 그것을 좀 더 닮아있다. 하와는 아담의 일부가 아니라, 한 몸임을 의미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실제로 선악과를 먹은 부부를 신은 한 인간으로 취급했다. 하와가 선악과를 베어 문 일은 실수가 아니라,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것과 같이 낙원의 세계에서 실존의 세계로  옮겨가는 필연적인 변화의 과정이었다. 이런 해석에 기대면 아담은 오히려 하와의 적극적인 선택에 따른 수동적 존재가 된다.

 변화된 세계에서 다시 씨앗을 잉태하는 하와는 위대한 존재다. 우리는 선택과 별개로 이 땅에 던져짐으로써 다양한 감정과 사건을 겪게 된다. 완벽함을 '빠짐없는 모든 것'으로 정의한다면, 완벽한 이상세계, 즉 천국은 모든 것이 있는 곳일테다. 이런 모순이야말로 천국의 모습을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어둠 없이는 빛이 존재할 수 없고, 슬픔 없이는 기쁨이 존재할 수 없다. 완전한 세계는 두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다. 그 모든 것을 시작하게 한 것은 한 여성의 육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천국의 어머니'를 경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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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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