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봄날 페스티벌을 즐기다,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공연]

글 입력 2018.05.27 00: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jpg
 
 

안녕, 자라섬

 오랜만에 날이 화창하게 갠 날이었다. 며칠 동안 흐렸던 날씨를 보상하는 듯 파란 하늘에 미세 먼지조차 없었던 토요일에 자라섬에서 제 1회 포크 페스티벌이 열렸다. 자라섬은 모두 알고 있다시피 재즈 페스티벌의 고유명사가 된 곳이다. 그곳에서 포크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차별화된 페스티벌을 열 것인지, 그리고 재즈처럼 포크 페스티벌도 오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자라섬은 처음 가게 되었는데 확실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은 아니었다. ITX-청춘 기차를 타고 가평역에 내리면 비교적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모두 매진이어서 결국 2시간 반 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평역에 도착했다. 자라섬은 비교적 역과 가까운 편이라 15~20분 걸으니 공연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의 첫 인상은 한산하고 자연친화적인 느낌이었다.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길옆 군데군데에는 가수들의 판넬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강과 푸른 산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도시와 떨어져서 그런지 느긋한 마음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어떤 콘텐츠가 나와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14.jpg
 

 페스티벌에 입장하니 큰 공연장 하나와 그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탁 트인 뷰와 좋은 날씨 그리고 옆에서 솔솔 풍기는 음식의 냄새까지 페스티벌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이후로 두 번째로 가는 페스티벌이었는데 규모가 비교적 작은 듯했다. 여러 군데에 공연장이 설치되어 있는 서울재즈페스티벌과 달리 메인무대 하나만 있었고 아트마켓과 음식 파는 곳 외에는 다른 프로그램이 없었다.

 처음 열리는 데다 그 기간에 서울재즈페스티벌과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이 동시에 진행되는 바람에 관람객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하는 것 이외에는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좋은 자리에서 쾌적하게 공연을 100% 즐길 수 있었다.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공연은...

15.jpg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당일 오전, 라인업이 바뀐 것과 공연시간이 오후 2시에서 3시로 변동된 소식을 받았다. 공연 전날도 아니고 당일에 공지한 것에 대해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자라섬으로 향했다. 페스티벌에 가기 전 약간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출연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부모님 세대의 가수들이 많이 출연하다 보니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대표곡을 잘 몰랐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었는데 정작 가서 즐겨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3시 요술당나귀 공연은 아쉽게도 놓쳤지만 오자마자 바로 동물원 공연을 볼게 되었다. 그날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나왔던 유명한 ‘혜화동’이 동물원의 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미 30년 전에 나왔던 곡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는 것에 잔잔한 울림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고 김광석이 동물원과 함께 작업을 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년에 일어났던 논란을 언급하며 앞으로 남아야 할 것은 그의 노래여야 한다는 말을 관객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동물원이기에 그들이 고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불렀을 때 더 큰 감동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 다음은 장덕철이 나왔다. 비교적 파릇파릇한 가수 그룹이었는데 포크 음악보다는 발라드 느낌을 물씬 풍겼다. 다른 출연진과는 다르게 성대모사도 하고 약간의 꽁트(?)를 하기도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했던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장덕철이 나가고 나니 관객들이 갑자기 무대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리상자가 등장했다. 두 분이 워낙 오래 호흡을 맞춰오다 보니 무대 위에서도 쿵짝이 잘 맞았었는데 다른 가수들보다 훨씬 더 무대를 재치 있게 꾸며주었다. 예를 들면 “저희 곡 두 곡 이상 들으면 가슴이 턱턱 막혀요” 등 웃긴 일화들을 얘기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축가를 여전히 많이 부른다며 예비 신부, 신랑에게 노래를 선물로 주기도 하고 함께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역시 베테랑은 베테랑인지라 노련미가 있는 무대 매너와 멘트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환상적인 하모니와 목소리는 덤이다) 마지막 공연까지 보고 싶었지만 페스티벌 공연 시간이 한 시간 지연되는 바람에 이승열 (이분은 모던록 가수이다) 공연만 보고 서둘러 기차 시간에 맞춰 떠났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나와 내 친구들은 포크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고 이와 동시에 좋은 공연들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갔던 제 1회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은 생각보다 좋았다. 먼저 좋았던 점은 그전에 몰랐던 포크 가수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라섬은 결코 가까운 곳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찾아가려고 했던 것은 내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어서, 퀄리티 있는 음악을 듣고 싶어서 그리고 페스티벌을 즐기고 싶어서였고 그 점에 있어서 이번 페스티벌은 내 기대를 만족시켜주었다.


16.jpg
 
17.jpg
 
 
 그러나 조금 아쉬웠던 점은 라인업이었다. 장덕철과 이승열이 과연 포크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가수였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것이다. 물론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예를 들면 재즈페스티벌에서도 재즈 아닌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하기도 하는데 이는 공연장이 여러 곳에 퍼져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메인 무대 하나에 1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계속해서 공연이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에서 같이 따라 부를 수 있고 잔잔한 분위기의 포크 음악이 아닌 조금 다른 음악을 들으니 포크 페스티벌의 컨셉에서 약간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음악에 맛있는 음식 그리고 페스티벌다운 분위기에 취해 잘 즐기고 올 수 있었다. 포크 페스티벌이 재즈 페스티벌처럼 오래 남을 수 있기를, 다음 해에는 올해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김민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