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시]

아름다웠을, 아름다울 그대에게
글 입력 2018.05.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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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
: 아름다운 그대에게



1. 『모델과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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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a


 전시 초입에서 발견한 『모델과 댄서』 시리즈는 알렉스 카츠의 조형언어가 함축되어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알렉스 카츠는 작품을 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머리 쪽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싶었고, 모델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의 턱 부분을 보자. 턱을 돌리면서 드러나는 잔 근육이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움직임은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 알렉스 카츠

 
 네 문장은 머릿속을 떠돌며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지만, 작품을 보자 빠르게 자리 잡았다.  『모델과 댄서』 시리즈를 내멋대로  『로라시리즈』라고 명명하고 싶다. 작품 이름이 Laura에 번호를 매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검은 배경에 머리 부분, 특히 턱 부분을 조명하면서 자칫 단조로우면서 지루할 수 있는 작품이 번호를 붙인 여러 편의 작품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낸다.

 감명받았던 점은 무용수에 대한 해석이 작품으로 실현됐다는 것. 무용수는 공연마다 배역을 달리하며, 어느 배역이 될 수 있다. 공연에 들어가는 순간, 무용수는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마치 로라시리즈에서 같은 틀과 구성을 취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점은, 알렉스 카츠의 무용수에 대한 깊은 해석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하나의 작품만을 보면서 알 수 없었던 스토리는 로라시리즈를 향유하게 되면서 '로라'가 주인공인 여러 갈래들이 뻗어나가는 것만 같았다. 로라라는 한 이름으로 여러 작품 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2. 『코카콜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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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a-Cola Girl3 _2017


 다음으로는 『코카콜라걸』 시리즈가 날 반겼다. 강렬한 레드 위, 하얀 무용복을 입은 금발 여성의 구성이다. 광고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댄서』 시리즈에서처럼 움직임의 찰나를 포착하여,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볼 수 없었던 몸의 아름다움을 관람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강렬한 빨강 위 여성의 모습은, 찰나를 포착해 색과 선, 브랜드 이미지가 결합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빨강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강렬한 색으로, 그림 속 빨강으로 하여금 넘치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만 같다. 빨강으로 감싸진 곡선은 여성으로 하여금 코카콜라 페트병을 연상하기도 한다. 『코카콜라걸』 시리즈에서 코카콜라걸들은, 광고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인 모습보단 주로 뒤를 보거나 측면을 응시하는 등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다. 업계 1위라는 자부심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만 같다. 대단한 업적을 이뤘으니 이제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 당당함에 오히려 더 매료된다.
 


3. 『Black 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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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Dress_2018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Black Dress』다. 회화작품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은 아다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그린 것과 달리, 컷 아웃 작품에서는 Yi, Cecily, Oona, Sharon, Ulla, Yvonne, Carmen, Ruth, Christy 등의 실제 모델을 묘사하고 있다. 상류사회의 격식 있는 파티를 상징하는 블랙 드레스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도시 여성의 우아하고 세련된 패션 아이템이다. 카츠는 장식이 배제된 디자인과 검은색의 간결한 조합만으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블랙드레스에서 블랙에 조명했다. 블랙이라는 강렬한 색이 블랙드레스 상류사회의 격식 있는 파티를 상징하는 이유를 알것만 같다. 주변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레드와 다르게, 블랙은 주변의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강렬한 색으로 힘을 상징한다. 조용하지만 서서히 공간을 잠식하는 힘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상류사회가 떠오른다. 상류사회의 격식 있는 파티 중 보이지 않는 힘의 대결, 암투 스토리를 연상하게 되는 작품이다. 파티의 구성원이 저마다의 무기 (매력이든 재력이든 권력이든)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힘의 대결을 벌인다고 생각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4. Cut -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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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eman Pond_ 1975


 Coleman Pond_ 1975는 컷 아웃으로 제작됐다. 알렉스 카츠는 컷아웃 기법을 최초로 사용했다. 평면의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알렉스 카츠의 특별한 평면적 조각을 컷-아웃이라고 부른다.


"컷 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내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 알렉스 카츠


 한 기법을 최초로 제작한 사람으로 너무나도 담백한 반응이면서, 그의 소위 마이웨이적인 성격을 짐작케 한다. 컷아웃은 알렉스 카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배경과 인물이 만나면서, 작품은 공간적 확장을 이룬다.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관람자를 작품 속으로 유입시키는 것이다. 관람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당기면서 작품의 일부인 것처럼 느낀다. 내가 제멋대로 해석한다면, 어떤 예술 작품도 감상이 존재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을 내포하는 것 같기도하다.



5. 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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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a가 이렇게 큰 작품인 줄 몰랐다. 카츠는 60여 년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한 아다의 모습을 계속 그림으로써 하나의 개인이 아닌 특별한 도상으로 아다 만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카츠는 어떠한 특별한 설명 없이 아다의 모습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간의 인간성을 찾아낸다. 카츠는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으로, 각기 다른 공간과 포즈들로 사실적인 변화들을 반영하여 아다를 표현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다의 그림을 통해 공통적으로 우아함과 평화로움을 느낀다.

 마치 엘리자베스 여왕의 세월이 영국 동전에 담긴 것처럼, 카츠의 아다 시리즈를 따라가면 그녀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어색한 입가와 눈가는 기묘하게도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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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를 찍을 때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담겼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카츠가 그린 아다도 그렇다. 물론 자기 작품에 애정을 쏟지 않는 작가가 어디있겠냐만은. 아다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애정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작가를 바라보는 피사체의 눈빛에도 애정이 담겨있다는 데 서 특별하다. 작가와 피사체의 애정이 담긴 시선 속에서 작품이 탄생한 것만 같다. 전혀 따뜻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그림에서 따뜻한 느낌이 난다.




오세준.jpg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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