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 < 2018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

글 입력 2018.05.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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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고 내가 무엇이 되어"
<홍대 부르스> ♬ 신현희와 김루트
*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여유가 없다. 소정의 시간도 어떤 일정에 묶여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흘러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거다. 가령 이렇다. 수험생 때는 수능이라는 미래의 일정 때문에 하루하루 참고서를 푸는 데 여념이 없었고, 취준생인 지금은 집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계 초침 가는 소리에 가슴께가 묵직하게 눌린다. 어쩌면 신자유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시간관념일지도 모른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1분 1초를 열심히 살라”는 명령이 곳곳에서 들려왔으니 이 불안과 조급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우린 흘러가는 시간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보내야 하고, 적은 자본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야 하며, 개천에서 용 나도록 하루하루를 꼭꼭 채워 사는 삶을 정답으로 알아왔다.
 
문득 ‘그렇게 빡빡한 삶이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컨디션이 나쁘면 수업에 빠질 수도 있는 거고, 영어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영화 한 편을 볼 수도 있고, 효용 없는 물건을 큰마음 먹고 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조금씩 조급한 마음을 덜어내다 보니 부모님은 내게 기가 빠졌다고 말씀하시고, 나 스스로는 너무 나태하게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 하루하루를 작은 행복으로 채워가며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 나도 여전히 알 수 없다. 한 10여 년 후엔 ‘정답이었구나’, ‘오답이었구나’하고 판단할 수 있으려나.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전거 탄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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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에서의 하루는 그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바람이 선선히 불어오는 초여름 날, (드물게도) 미세먼지가 없던 청정한 하늘, 햇빛을 받아 제 색채를 뽐내는 녹읍. 저마다 돗자리를 깔고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정겹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로 흐르는 포크 음악은 그 날 하루를 여유와 포근함으로 채워주었다.

거기선 토익 공부 생각도, 취업 걱정도, 다음 날 가야 할 학교 걱정도 없이 사람들 저마다의 시간을 오롯한 감각으로 채우고 있었다. 큰 걱정은 쌀쌀해지는 섬 날씨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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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가 조금씩 질 무렵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는 모든 자연을 아우르며 선선히 다가왔다. 영화 <클래식>의 OST로도 유명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10대 학생에서부터 60대 어르신에게까지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자라섬을 가득 메웠다. 기타 소리와 보컬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진솔한 가사.

많은 사람들이 포크 음악을 사랑한 이유였고, 앞으로도 사랑해 마지 않을 이유였다. 빠른 가사와 꾸밈 많은 음악도 좋지만, 어딘가 아날로그적인 음악을 느끼는 것. 그 날 하루는 그 느낌만으로도 그 감각만으로도 참 괜찮은 하루였다.
 
다시 현실의 시간관념 속으로 복귀하여 마감에 뒤쫓기고 과제에 허덕거리지만 오래고 잊지 못할 감각이 하나 선명히 남았다. 이런 감각을 채워가다 보면 인생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이란 게 사실 별거 아닌 감각들의 총체가 아닐까. 여전히 정답인지 오답인진 모른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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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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