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5월이면 생각날 또 하나의 축제,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글 입력 2018.05.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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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생각날 또 하나의 축제,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지난 5월 19일부터 20일까지 페스티벌의 대명사, 자라섬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축제가 개최되었다. 바로 '제1회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다행히도 비가 갠 화창한 오후, 야외에서 포크송을 듣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가 따라주었다. 사실 당일 갑작스럽게 출연 가수가 변동되며 바뀐 일정 때문에 노심초사했지만, 그런 걱정을 무마시킬 정도로 자라섬은 간만에 푸릇푸릇한 풍경을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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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페스티벌 행사 장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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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처럼 자라섬을 처음 가보는 분들에게:
가평역에서 차로는 5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지만,
날씨가 꽤 괜찮다면 북한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도보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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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늦게 하여 그룹 동물원의 무대부터 만나게 되었다. 부모님 세대의 밴드로 알고 있었기에 나에겐 조금 생소하던 터였다. 그러나 너무나도 유명한 6집 타이틀곡, '널 사랑하겠어'의 후렴구가 들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가 한 번씩은 흥얼거렸던, 내심 그리워했던 노래였다. 발매된 지 20년이 넘어가는 노래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면서도, 음악에는 세월이 무심하다는 말이 절실히 실감나던 순간이었다.

노래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동물원 멤버들의 멘트 또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故 김광석이 동물원의 전 멤버였다는 사실을 이 자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와 함께 작업했던 곡인 2집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동물원의 목소리로 듣게 되었다.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3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나에겐 너무나 좋은 노랫말이었고, 선율 또한 귀에 살랑거렸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故 김광석에 대해, 잊혀져간 시간들에 대해 '좋은 음악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들의 진심이 드러났던 곡이었다. '혜화동' 속 노랫말따나마, 우리가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소중한 추억들을 뒤로 한 채 바쁘게 살아가지는 않았는지, 노래와 함께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던 생각이었다.

소위 역주행 곡으로 유명세를 탔던 밴드 '장덕철'이 그 다음 순서였다. '그날처럼'이라는 노래를 듣자마자 '아, 이 가수!'라 떠올렸던 밴드였다. 그만큼 '노래'로 자신을 말한 3인조 발라드 그룹이었다. 대중에게 친숙한 타 가수의 노래로 시작해, '그날처럼', '그 때 우리로' 등 젊은 그룹만의 색을 물씬 보여주었다. '포크'라는 장르가 이전처럼 각광받지는 못하지만, 세대를 아우르며 여러 색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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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순서였던 유리상자는 세대를 불문하고, 가장 친숙했던 그룹이 아닐까. 늘 듣던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랑해도 될까요', '널 사랑하겠어'를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가 기억 저편에서 꺼내 추억할 수 있는 노래로 가득찼던 시간. 특히 모두가 일심동체로 부른 '아름다운 세상'부터 무대를 등지고 푸른 뒷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를 귀에 담았던 순간까지 참 기분 좋은 순간들이었다.

가수 한대수의 공연을 보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마지막을 마무리지었던 가수 이승열의 공연. 포크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던 락 음악을 선보였다. 어둑해진 저녁, 이승열과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난해한 가운데 몽환적이고 감성적이었다. 특히 해가 막 저물던 시점에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다려'라 말하는 곡, '비상'을 들으며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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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묘미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뮤지션들의 음악을 야외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푸른 자연 경치를 눈앞에 둔 채, 소중한 사람들과 모여 맛있는 먹거리 또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열린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은 '포크'라는 장르성과 다양한 라인업만큼이나 타 페스티벌보다 훨씬 광범위한 연령대의 관객, 혹은 가족 단위의 관객이 찾았던 것 같다.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에 포크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또 언제 들어도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친화력이 있다는 생각에 이번 포크 페스티벌이 참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만 페스티벌의 운영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이틀간의 우천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장필순, 조동희 두 가수의 공연이 취소된 사실이 당일에야 SNS계정으로 공지되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서도 안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관객들의 혼선이 있었다. 또한 포크와 락, 발라드가 혼재된 이번 페스티벌의 구성을 보면 온전히 '포크' 페스티벌로 부르기도 애매하다. 물론 인지도나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포크 장르이기에 페스티벌의 풍성한 무대를 위해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포크' 장르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릴레이로 이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있었다.
 
*
 
소박하지만 따스했던 축제, 2018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자라섬만의 푸르른 5월 봄날 하늘과 포크 장르의 대중성에 힘입어, 포크 페스티벌 또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확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첫 시작을 발판으로 프로그램을 보완하여, 5월이면 늘 찾아오는 자라섬만의 포크 축제로 널리 남을 수 있길 바란다.
 
 
[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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