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꿈 같던 시간으로

글 입력 2018.05.28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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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다녀온 지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이상하게 바쁜 시기가 겹쳐서
야근, 특근, 이른 출근에 시달리던 나와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억지로 억지로 빼낸 후,
자라섬으로 향했다.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한
일종의 발버둥이었다.

*

요즘 들어서는 희한하게 늘 하고 싶다 생각만 하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실행해나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할 때가 많다. 1학년 때부터 나름 버킷리스트였던 창덕궁 달빛 기행을 정말 우연찮은 기회로 다녀오고, 유니크베뉴를 조사, 분석하는 대외활동을 통해 서울의 소소한 곳들을 탐방하고, 늘 말로만 떠들던 경춘선 여행을 직접 가는 등, 올 상반기에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거리들을 알차게 찾아다니고 있는 듯하다.

지난 자라섬 행도 이런 소확행을 실현하는 과정의 일부였는데, 사실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그때 그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이 무척 아득하게 느껴진다. 자라섬 페스티벌의 사진과 영상은 그저 힐링 그 자체였다. 특히 친구와 나 모두 한창 바쁜 시기에 짬을 내서 다녀온 축제이기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야근, 특근, 이른 출근에 시달렸기에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의 그 순간이 그리 힐링되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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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라섬까지의 여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경춘선을 타고 가평역에 내려서 도보로 15분. 역 앞의 관광 안내소 직원 분의 깔끔한 설명에 따라 천천히 걸어가니 맑고 시원한 공기, 푸른 산들이 도시에 찌든 나와 친구를 맞이해주었다. 사실 공연 당일에 출연 가수들의 라인업이 감자기 변경되어서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덕분에 공연 시간이 늦어져서 여유롭게 자라섬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축제, 이벤트 업계에 대한 경험을 조금 가지고 있어, 친구가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라인업이 바뀔 수 있는 것이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등을 물어왔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원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무국 사람들 밖에 모르는 일이라며 흔들 그네에 앉아 한량 놀이를 했다. 날은 그리 맑지 않았지만 눈이 확 트이는 풍경의 시원함에 기분이 붕붕 뜨는 듯했다. 당시 현장운영은 갑작스러운 라인업 변경을 포함하여 미숙한 점이 더러 있었지만, 호숫가의 시원한 바람 덕에 한껏 업된 기분은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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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셀카,수다로 한껏 여유를 즐긴 뒤 무대쪽으로 입장했다. 페스티벌 전부터 이상하게 일에 시달리는 중이었던 우리는 그 어떤 욕심도 없이 느긋하게 입장해서 느긋하게 즐기자라는 입장이었기에 큰 욕심 없이 적당한 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바로 코앞에서 가수들을 보진 못했지만, 오디오가 빵빵했던 덕분에 먼 거리에서도 귀호강하며 돗자리 위에서 노닥거릴 수 있었다.

간간히 음식을 사 오고 무대 세팅 시간 동안 산책을 다녀온 시간을 빼더라도 4시간이 넘게 저 돗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를 만큼 가수들이 좋았다. 사실 이 날 라이업에서 내가 아는 가수라곤 #자전거를탄풍경 과 #신현희와김루트 뿐이었는데, 공연을 본 후 다른 가수들도 너무 좋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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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자신의 경험을 녹인 서정적인 가사을 읊던 #요술자전거. 특히 말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았던 기억을 담은 노래 '말'은 정말로 잔잔하게 노래로 말을 걸듯 조곤조곤 마음을 다독거려주었다. 그리고 마치 대학교 새내기를 보는 듯, 신인 특유의 어설픈 귀여움이 묻어나던 #자그마치  역시 말로 위로를 해주는 듯 노래로 나와 친구를 어루만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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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의 무대가 끝난 후, 자전거를 탄 풍경을 기다리는 동안 자라섬 구석 구석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친구와 돌아다녔는데, 노래로 받는 힐링 만큼이나 맑은 날씨, 시원한 바람,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는 편안함을 주었다. 조용하게 아무도 없는 나무 그늘에 누워서 저 멀리서 들려오는 '나에게 넌~' 리허설 노래를 듣고 있자니 잠이 쏟아졌다. 봄 날의 오수. 딱 단어만큼이나 편안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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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무대에서 #자전거를탄풍경 을 만났다. 확실히 연륜이 있다보니 앞의 두 그룹보단 관객과의 소통에서도 노련미가 보이던 이 그룹의 아저씨들은 잔망스러운 매력을 뿜뿜 내뿜어주셨다. 특히 개그콘서트 '마빡이'의 주제곡이었던 '보물'이란 곡을 부를 때는 정말 아이로 돌아간 듯 신이난 모습이었고, 가수가 흥이나니 관객들 역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 듯 해맑게 같이 노래를 따라불렀다. 어쿠스틱 버전의 'DOC와 춤을' 노래 역시 분위기를 한 껏 띄었는데 뜬금 없지만 즐겁게 그 노래를 따라부르며,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고, 반 바지로 된 여름 교복을 입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변화가 뿌듯했다.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노래지만, 그 시간의 흐름 동안 우리 사회에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변해왔다는 사실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물론 지금의 기준에서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다시 가수 이야기로 돌아가서, 정말 이 포크송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던 가수는 바로 #김현희와김루트 였다. 나는 이들을 여기 페스티벌에서 처음 접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이들을 무척 좋아했다. 특유의 활기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 능청스러운 넉살, 대구 특유의 어우러진 김현희는 나이를 불문하고 분위기를 아울렀고, 김루트는 여기에 감초처럼 코믹 소스를 뿌려주었다. 말 그대로 행사 꽤나 해본 사람들. 인지도가 높은 곡들도 많다보니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고, 이들의 무대를 보며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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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순서가 다가왔다. 사실 이때부터 막차 시간을 체크해야해서 마음놓고 공연을 보지를 못했으나, 살짝 빛나는 달과 내가 좋아하는 어둠이 내리는 하늘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무척 고조되었다. 그리고 포크 음악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송창식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나와 친구가 앉아있던 옆 자리에 부모님 나이 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젊은 애들은 이런 낭만적인 감성을 모를 거라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젊은 사람들이 신현희와 김루트의 무대를 끝으로 축제 장소를 많이 이탈했기에 그런 말이 나온 건가 싶었다. 물론 나는 아빠의 노래방 사랑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옛날 노래들에 단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송창식의 무대가 좋기만 했다.  특히 고래사냥이 나왔을 때는 정말 막차 생각 따위 버리고 그 자리에서 끝까지 무대를 즐기고 싶었다. 송창식의 무대가 딱, 내가 프리뷰에 썼던 여름의 소리가 들려오는, 초여름에 만나게 될 음악 페스티벌의 분위기였기에 막차 시간 덕에 중간에 나와야하는 그 순간이 참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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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자라섬 포크페스티벌은 정말 바쁜 와중에 꿈같이 기분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가수들도 가수들이었지만, 자라섬의 자연, 그 날의 살랑거리던 바람 등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참 꿈같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누워 라이브로 귀호강을 하는 페스티벌, 현장에서의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그 적당한 인원 덕에 정말 여유로운 힐링을 경험한 페스티벌. 나에게 자라섬 포크페스티벌은 이 정도로 정의될 것 같다. 이제 포크송 페스티벌 전후로 나를 괴롭히던 바쁨들도 사라졌으니, 다시 한 번 그 힐링의 순간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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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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