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파릇파릇한 봄기운과 어쿠스틱 사운드,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페스티벌]

글 입력 2018.05.2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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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 기운과
마음을 살랑이게 하는 어쿠스틱 사운드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5.19 SAT - 5.20 SUN
가평 자라섬





"가평 자라섬에서 포크 음악과 함께
여유롭고 따스한 주말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사람들과 사랑스러운 선율을 듣고싶은 이들에게."


  날씨가 무척 좋았다. 따사로운 햇볕이 나무와 잔디와 정수리 위에 내려앉은 주말의 낮. 가평 자라섬에서 포크페스티벌이 있었다. 완연한 봄 기운과 코끝으로 물씬 느껴지는 꽃내음, 그리고 마음을 살랑이게 하는 어쿠스틱 사운드.

  페스티벌은 꽤 크고 넓은 공간에서 열렸다. 넓다란 잔디밭과 작지 않은 규모의 무대, 주변을 빙 둘러싼 나무들이 '여기가 포크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입니다.'를 알리는 듯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푸릇하게 돋은 잔디 위로 사람들이 제각기 돗자리를 펼쳤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도 많았다. 심심한 입을 달래려 와플을 사들고 친구와 자리를 잡았다. 다들 돗자리를 직접 가지고 왔던데 난 미처 그러질 못했다. 자라섬 페스티벌이 시리즈인 것 같은데 돗자리나 앉을 자리 대용일만한 것들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몰라서도 그랬지만 알았다고 해도 짐이 될까 싶어 고민했을 것 같다. 아마 주제가 포크페스티벌인지라 주 연령층이 40-60대였고, 그래서인지 자차에 돗자리를 비롯해서 의자, 텐트 등을 가지고 온 경우가 많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은 결코 쉽지 않으니까. 간단하게나마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는 것들을 대여/구매할 수 있다면 더 편했을 것이다.

  볕이 좋아서인지 모두 돗자리에 벌러덩 누워 페스티벌과 일광욕을 즐겼다. 앞에 놓인 음식들은 덤. 어떤 이들은 작은 텐트를 치기도 했다. 노랫소리까지 들리니, 이만하게 풍요로운 주말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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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풍경


  오프닝을 맡았던 요술당나귀를 시작으로 일요일 라인업 가수들이 순서대로 나왔다. 나와 친구는 잘 모르는 가수들이 더 많았는데, 나보다 어른인 분들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가사도 따라부르고 멜로디도 흥얼거리는 분들이 늘었다. 한 가수 당 서너 곡을 불렀는데, 주어진 시간 자체는 긴 건지 짧은 건지 구분할 수 없지만, 그 시간이 온전히 그 가수에게 주어진다는 건 좋았다. 사회자가 있거나 진행 방식에 포맷이 있었으면 포크페스티벌 특유의 소탈한 진행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드라이하게 흘러갔지만 그래서 가볍게, 선선하게 듣기 좋았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제각기 편한 자세를 취해가며 공연을 즐겼다. 아이들이 뛰놀고,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는 콘서트홀이나 강당에서 이뤄지는 공연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야외 페스티벌만이, 봄이 온 주말에 잔디밭 위에서 이뤄지는 페스티벌만이 가능한 공연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대화하듯 건네주는 노래들이 자라섬을 덮었고, 불어오는 바람, 내리쬐는 햇살, 소소하게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완벽한 봄 페스티벌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포크송이라는 영역이었지만 이런 기분에 취해 들으니 달콤하지 않은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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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희와 김루트


  연인, 가족, 친구 등 다양한 관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있는 장면은 이색적이었다. 어디서나 보지만 또 이렇게 관찰하기는 쉽지 않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대와 아티스트들과 아티스트들이 바라보는 눈빛과 아주 잘 어울리는 그들의 뒷모습.(아마 내가 거의 맨 뒷자리에 앉았어서 가능한 각도였나 보다.) 페스티벌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이들과 같은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모두들 즐거워 보였고, 따뜻해 보였다, 마음이.

  포크송의 영역에서는 빵빵한 라인업을 자랑했던 이번 페스티벌! 자라섬에서 열리는 많은 페스티벌들이 있겠지만 포크페스티벌은 그 중에서도 참 봄과 잘 어울렸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열릴 페스티벌도 궁금하다. 어떤 페스티벌이 또 계절을 맞이하고, 계절과 어울리며, 어느 계절을 보내줄지 기대가 된다. 여유롭고 선선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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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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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2018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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