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글 입력 2018.05.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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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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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미학

화려한 수식어구가 더해진 문장. 혹은 간결하게 그러나 담백하게 쓰여진 문장. 어느 것이 더 쓰기 어려울까? 단언컨대, 나는 후자일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힘들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주름 하나 하나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보다 중요 특징을 파악해 단순하게 풀어내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 지난 주말 <알렉스 카츠>展에서 본 그의 그림은  간결했다. 하지만 완벽했고, 간결하기에 더 강렬했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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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 스타일

알렉스 카츠의 초상화는 불친절하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그림 속 주인공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초상화와 달리, 카츠의 초상화는 관람자에게 그림 속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최소한의 '절제된' 정보는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함으로써 보이는 모습 이면의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탐구하게 만든다. 여기서 관람객의 집중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구도'인데, 알렉스 카츠는 단색의 대형 화면에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크롭된 인물을 배치한다. 이런 대담한 구도 역시 관람자로 하여금 그림 속 인물에 집중하게 만든다. 즉, 광고 사진이나 영화 속 클로즈업 방식과 같은 것으로, 어떤 특정 미술 사조에도 편승하지 않고 본인만의 독창적인 초상 회화 세계를 구축했던 '카츠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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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카츠, Coca-Cola Girl 26, 2018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공간감이 제거된 2차원적 평면의 배경과 감각적인 색 대비에서 색면 추상의 아우라가 조성되고, 주인공의 개성이 완벽하게 드러난다. 관람객의 시선을 화면 속으로 이끌고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카츠의 능력이 놀라웠다. 알렉스 카츠의 그림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감각적인 그림'이 아닐까?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알렉스 카츠를 '현대 초상회화의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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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카츠, Ada, 2011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아다(Ada), 아름다운 그대에게

피카소에게 도라 마르가 있었다면 카츠에게는 영원한 뮤즈, 아다(Ada)가 있었다. 알렉스 카츠는 1957년 자신의 전시회에서 아다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그녀를 그려왔다. 아다의 초상화는 250여 점에 달하는데, 지난 60여 년의 시간 동안 그녀의 모습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했지만, 아다만의 이미지 자체는 개인이 아닌 하나의 특별한 도상으로 자리잡았다.

카츠가 표현한 아다의 모습은 뉴욕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기도 하며, 여러 작품에서 아다는 우아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평화로운 인간미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아다'의 대표작과 가로 4.8m에 달하는 초대형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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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 선구자, 알렉스 카츠

알렉스 카츠를 부르는 또 다른 단어는 '선구자'다. 평면의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조각, 즉 '평면적 조각'을 '컷-아웃'이라 하는데 알렉스 카츠는 1959년 최초로 이 컷 아웃을 제작했다. 컷 아웃 기법을 최초로 시도한 사람이 카츠였다는 사실에 꽤 놀랐다. 그것도 1959년도에 말이다. 보통의 조각은 3차원 공간의 부피감과 형태감을 표현하지만, 카츠의 컷 아웃은 배경과 인물이라는 회화적 구성 요소들을 공간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평면적인 '종이 인형'을 생각하면 좀 이해가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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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카츠의 컷-아웃 작품 가운데 <블랙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의 회화 작품 <블랙 드레스>와 같은 주제로 컷 아웃을 제작한 것이다. 회화 작품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은 아다(Ada)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그린 것과 달리, 컷 아웃 작품에서는 Yi, Cecily, Oona, Sharon, Ulla, Yvonne, Carmen, Ruth, Christy 등의 실제 모델을 묘사하는데, 간결한 세부 묘사와 대비되는 패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게 있어 '블랙 드레스'는 오드리 햅번을 떠올리게 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오드리 햅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서 입고 나온 지방시의 '리틀 블랙 드레스'가 당대의 패션 트렌드를 주도했던 것처럼, 블랙드레스는 도시 여성의 우아하고 세련된 패션을 상징한다. 카츠 역시 블랙 드레스를 통해 상류사회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블랙 드레스를 차려 입은 여성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블랙드레스>가 색면과 인물의 조합, 패션의 결합을 통해 ‘카츠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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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 모델 & 댄서: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시는 알렉스 카츠의 그림처럼 '감각적'인 전시였다. 알렉스 카츠의 예술 세계를 총 망라하는 작품들과 더불어 CK, 코카콜라 시리즈 등 신작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의미 있는 전시이기도 했다. 사실 CK와 코카콜라 시리즈는 너무 상업적으로 느껴져 큰 감동을 느끼진 못했지만, 어쨌든 올해 92세를 맞이한 알렉스 카츠의 열정과 '여전히' 세련되고도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지금까지 작업의 열정을 놓지 않은 알렉스 카츠. 내게는 그가 그림 속 인물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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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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