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집어삼키는 우울함에 관하여 [기타]

글 입력 2018.05.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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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집어삼키는 우울함에 관해



살면서 종종 우울해질 때가 있다. 모든 것이 다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극도의 무기력함. 바로 어제의 내가 그랬다.
 
내가 싫어하는 비 내리는 날도 아닌데, 엄청나게 습도가 높은 더운 날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애꿎은 날씨 탓이 아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정말 이유가 없었다는 건 아마 거짓말일 거다. 그럼에도 날씨 얘기로 자꾸 돌리게 되는 건 일종의 회피일까. 그래. 난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정면 돌파하는데 서툴렀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모두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의견에 나를 맞춰가려고 노력했었다.

고등학교 때는 꽤나 그 우울함의 크기가 커서 누군가 내 우울함을 톡 하고 건드리면 크게 터져버렸을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내 우울함을 대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서투른 사람 같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 주변을 맴돌고, 애꿎은 다른 이유들을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정말 이상하다. 예전의 나는 참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토론 시간에 나를 시켜주지 않는다고 눈물까지 고였던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마 그 정확한 이유를 찾으려면 길고 깊은 생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난 지난 10년 동안 거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잠을 자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등 그 일 자체를 잊어버리려고 했던 것 같다. 늘 아니라고,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내 생각의 오류였다.

돌이켜 보면 그건 내게 일종의 회피였다.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 다시 말해 대책 없음이었다. 그러나 나의 최근 1년은 내게 일어나는 문제를 단지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회피하고 싶었지만 반드시 바로 마주해야만 하는 문제들이 있었고, 내가 직접 정면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사건들을 통해 내 문제들의 중심에 내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이 아닌 '내'가 서 있다.

여전히 그 안에 서 있는 나는 부족하고 서툴며, 온전하지 못하다. 나의 우울함과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확신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이 시간들이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게 느껴진다. 삶에 찾아오는 풍파들을 견디고 지나다 보면 나는 언젠가 예전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겠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계속 노력하다 보면 나를 집어삼키는 우울함과 당당히 직면할 수 있게 되겠지. 그렇게 믿고 계속 가련다.

*

감정이란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 분노, 슬픔, 후회, 연민 등등. 그러나 감정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강력하고도 확실한 요소이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때로는 선물로, 말로, 그리고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곤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수단이 필요하달까. 꿈과 목표도 똑같다. 우리 중에 '꿈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삼성전자에 들어가 연 10억 정도를 벌며 타워팰리스에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행복하게 살기', '좋은 사람 되기'와 같은 추상적인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당연하다. 꿈이랑 목표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는 '행복하게 살기'와 같은 당장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이루기 위한 가시적인 목표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매일 같이 내 마음을 컨트롤해 나가는 것. 바로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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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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