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중에 길가에 핀 꽃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며칠 전 내린 달구비(빗발이 달구처럼 굵게 죽죽 쏟아지는 비의 순우리말) 자드락비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라는 순우리말)때문일까? 그 비를 이기고 꽃을 피워 내 시선을 압도한 한련화와 능소화를 바라보며 바짝 다가온 초여름, 찔레꽃머리(찔레꽃이 필 무렵, 초여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의 나는 길가에 핀 들꽃에 눈길이 자주 간다. 하나같이 앙증맞고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들은 이름도 참 곱다. 한련화의 꽃말은 승리와 애국심, 능소화가 꽃말은 그리움, 찔레꽃 꽃말은 고독이라고 한다.

북미정상회담 성공개최를 염원하는 속마음을 눈치라도 챈 걸까? 아니면 떠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그리워하는 고독한 봄처녀 마음을 훔쳐가고 싶은걸까? 이럴 때면 떠올리게 되는 클래식 명곡이 있다. 좀 더 말하면, 요즘 출퇴근길에 자주 듣고 있는 곡들이기도 한 비발디의 사계다.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그는 서양음악사에 명성을 이어간 인물이다. 우리에겐 음악 시험에 자주 출제되던 그 문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남긴 여러 유작이 있지만, 사계Four Seasons는 그의 음악적 재능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요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고 할까? 사시사철, 봄여름가을겨울을 역동적인 사계절의 변화를 음표로 회화를 그린 듯한 정수를 보여준다. 마치 음표가 사계절을 여행하는 여정이랄까? 음표에서 봄의 설렘부터 여름의 청량함, 가을의 성숙함과 겨울의 고독함까지 전해진다. 각 계절별 3악장, 총 12악장으로 이루어진 비발디의 사계는 전 세계 음악인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대에서 선보여지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비발디 사계 연주하는 일인자는 과연 누구일까? 2016년 첫 내한시에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Virtuosi Italiani 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탈리아 음악의 정통을 이어가는 앙상블인 그들은 1989년 이탈리아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솔리스트들로 시작하였다. 무려 29년 동안 단원들이 함께 음악적 신뢰와 교감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활발한 연주를 하고 있다. 긴 세월의 흐름 동안 쌓아온 내공과 팀워크는 마치 고목나무와 같이 속이 단단히 여물었다.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I Virtuosi Italiani 리더 알베르토 마르티니 Alberto Martini는 2004년부터 리더를 맡아 세계 바로크 음악축제는 물론 수많은 콘서트에 초대되어 이탈리아의 영혼을 담은 자신들만의 음악스타일과 풍부한 해석력으로 환상적인 연주로 앙상블의 명성을 단단히 쌓아올리고 있다. 리더와 그의 앙상블 멤버들이 내한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 파가니니, 비발디의 곡들을 관객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선정된 프로그램 선곡들이 ‘봄’에서 ‘여름’ 사이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클래식 명곡들이가 기대가 크다. 앙상블의 선율에 맞춰 환상의 클래식 세계로 빠지고 싶은 날, 이탈리아 여행을 추억하며 반갑게 Ciao!를 인사하고 싶어지는 찔레꽃 필 무렵, 6월을 기다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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