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포스터에 속지 말라는 나의 부탁 [영화]

글 입력 2018.05.3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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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으로 포스터가 영화를 망친 셈이 되어버렸다. 마치 <과속스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포스터이지만(위의 포스터가 아닌 가장 많이 알려진 포스터) 실제로는 저속스캔들이다. 어쩌면 따분할 수 있는 소재를 참신하게 풀어냈고, 임수정 배우의 연기 또한 영화의 감칠맛을 더하였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엄마란 누구인가? 어떤 사람에게 엄마라고 명명할 수 있는가? 그 사전적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윤곽을 나눠 보자면, 효진(임수정)과 종욱(윤찬영)의 모자지간 형성이 큰 틀을 이루고, 큰 액자 안에서 효진과 효진의 엄마 그리고 주미(서신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효진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지낸다.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효진에게 남편과 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종욱이 나타난다. 사실, 나타났다기보다 둘의 희미했던 관계가 선명해졌다고 보는 게 낫겠다. 사실 둘은 남남이다. 하지만, 교집합으로 겹치는 한 남자의 아내인 동시에 아들이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흐릿하면서 누군가로 인해 이어져 있다.

이 영화의 부제는 mothers이다. 영화를 보면 부제가 더욱 와닿는 것은 위에서 말한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 때문이다. 효진의 이야기만 다뤘다면 mother이 되었겠지만, 효진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엄마라는 사람이 표현된다. 효진은 엄마였던 적이 없고, 엄마를 준비했던 적이 없다. 돌연 엄마가 되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제 17살이 되는 남자 아이의 엄마 말이다.



1) 효진-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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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엄마의 케어를 전혀 받지 못하며 자란 종욱은 갑자기 자기 인생에 나타난 효진의 존재를 꺼려한다.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는 효진의 간섭을 탐탁치 않아 한다. 효진 또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이다. 당장 혼자 생계를 이어 나가기도 힘든 상황에 머릿수가 하나 늘었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꽤 냉철하다. 현실을 위해 당장 버려야 할 것들을 계산하여 미련 없이 버린다.

사실, 미련 없이 버린다는 것은 이기적인 나만의 생각이다. 그녀도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아직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지만, 지금 닥친 그녀의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욱은 그녀를 피해 자신의 뿌리를 찾으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둘의 행보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둘은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알기에 각자 방식대로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둘은 둘만의 시작을 위해 짧은 준비를 시작한다.



2) 효진-명자(효진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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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과 명자의 관계를 보여준 이유는 효진도 아직 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던 것 아닐까? 여전히 철 없고 엄마와의 다툼이 잦은 딸임에도 엄마가 되어야 하는 극한 상황을 보여준다. 여전히 자신도 엄마의 굴레에서 허우적대며 발버둥 치는데, 이제 17살 남자의 발버둥을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 된것이다. 둘은 만나면 싸운다. 중요한 점은 만남과 싸움의 공존이다. 매번 싸우면서도 매번 만난다. 현실적인 모녀지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종욱에겐 이 그림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엄마가 있던 적이 한 번도 없던 종욱은 효진과 명자의 관계를 바라보기만 한다. 어쩌면 종욱에게 지금 필요한 그림이 효진과 명자의 관계가 아닐까? 삐끗거리면서도 함께할 수 밖에 없는 모습 말이다.



3) 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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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와 종욱의 관계로 볼 수 없다. 주미는 주미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종욱과는 친한 친구 관계이다. 아는 오빠와 성관계를 맺게 되고, 피임을 했는데도 임신이 된 주미는 그녀만의 선택을 그녀 스스로 결정한다. 주미와 효진은 참 닮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파악하고,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가장 최상의 효과가 나올지 그리고 모두에게 이익일지를 계산한다. 그렇게 주미는 불임 부부에게 자신의 아이를 주기로 한다. 임신시킨 오빠새끼는 어디로 튀었는지 영화에서 알 도리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많은 미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생활고로 고생하지만, 남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주미는 담담히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그런 주미를 종욱은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한 것이다.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았을 때, 종욱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욱도 꽤 이성적인 친구이지만, 여자에게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도 참된 이성을 찾지는 못한다. 주미는 안다. 이 현실에서 자신의 아이를 키워 나갈 환경은 절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물론, 자신이 낳은 아기를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키우고 싶겠지만 여력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 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주미는 "내가 왜 나빠? 나 안 나빠!"라고 자신의 선택을 옹호한다. 하지만, 그 어떠한 선택들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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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형성을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시키고, 상황에 의해 받아들이는 상황들은 나를 변화시킨다. 분명 관계란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 하에 이루어 지는 것이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많은 관계들을 맺고, 혹은 끊는다. 때로는 이기적인 이유, 이타적인 이유로 관계를 수단시 하기도 한다. 주미와 효진은 예상치 못한 관계 속에서 각자의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는 새로운 희망의 당면으로 그들을 이끌 것이다. 기존의 관계 또한 마찬 가지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들의 방식대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관계의 이상적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관계를 그들만의 색으로 칠해갈때, 온전히 그들만의 관계를 유지하고 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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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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