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5월의 끝에서 나에게 [기타]

글 입력 2018.05.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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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나는 5월을 참 좋아했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 점점 내리쬐는 태양, 어느 순간 길어진 낮, 그런 당연하고 소소한 것들이 나를 기쁘게 했다. 밤이면 거리를 가득 채운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밤바람은 쌀쌀한데도 방을 아카시아 향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창문을 살짝 열어두기도 했다. 5월이면 끝나는 중간고사, 다가오는 축제, 그리고 밀려오는 과제도,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초조함도, 별 것 아닌 소소한 것들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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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은 예년과는 달리 많이 힘들었고, 그래서 5월이 온 것도, 끝나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아카시아 향은 하룻밤 세차게 내린 비에 모두 떠내려 가버렸다. 중간고사는 너무 길었고, 축제는 남의 이야기였고, 과제와 기말고사로 피가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전과 다른 것이 5월만은 아니었지만, 그토록 좋아하던 5월을 마음껏 좋아하지 못했던 것이 서글프다. 지난 4월에는 5월이 되면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여름을 기다리고 싶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빨리 겨울이 오기를 바랐다. 5월의 밤, 5월의 새벽은 너무 파랗고 축축해서 점점 지쳐만 갔다. 털어내지 못한 아픔과 슬픔이 나를 덮쳐올 때마다 힘들고 버거웠다.

4월이 끝나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너무 지쳐있었고, 5월이 오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행복은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라 내겐 너무 멀었고, 닿지 않았다. 그랬던 5월이 끝났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이렇게 글을 쓴다.

그리고 6월은 다르기를 바란다. 막연히 지쳐 하고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를 돌보고, 나를 살필 수 있기를, 소소한 즐거움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들이 잔뜩 생겨 노력 없이도 행복해진다면 좋겠지만, 더는 약속할 수 없는 것에 희망을 걸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을 사는 나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살아있을 나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그래서 여름의 어느 날엔 활짝 웃으며,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어딘가에서 홀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나와 같기를.

언젠가 당신과 내가 만나게 된다면, 기쁜 얼굴로 만남의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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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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