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

글 입력 2018.06.0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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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관은 처음 가봤다. 말로만 듣던 그 석파정이 있는 곳. 건물이 깔끔해서 좋았다.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자세한 감상은 아래에 쓴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현대 작가들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있고 2부는 앙드레김의 추모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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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레스를 좋아한다. 엄청 좋아한다. 자주 입지 못해서 더 좋다. 희소가치가 있어서. 기회가 너무 적어서. 그리고 너무 예쁘다. 스트레스 받을 때면 가끔 드레스 사진을 보기도 한다. 상상하면서 대리만족을 하며 푼다. 그 정도로 좋아한다. 전시장 곳곳에 웨딩 드레스가 있고, 또 드레스룸도 따로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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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욱 작가의 설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뚫린 흰 문과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조형 모형. 독을 지녔다는 점이 포인트다. 공간의 힘을 느꼈다. 이러한 의미를 그림으로써 나타내는 것과, 사진으로 합성해서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것, 영상으로 흐르게 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작품을 만들어서 설치하는 것. 3차원 공간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공간감이 느껴지니까. 그래서 저 문 뒤에는 뭐가 있을까 이상하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세계로 가는 '부서진' 문. 그리고 주위를 날아다니는 '독'을 가진 나비들.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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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낭만적인 면으로 흘러갔는데, 갑자기 현실이 나타났다. 드레스를 가격 태그로 만든 것도 있고.. 그 장을 넘어가니 다음에는 무너진 드레스가 있다. 결혼은 현실이며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자가 듣는 말들, 가임기 여성의 수 그래프 처럼 자궁으로 대하는 현실의 그림으로 나타낸 작품도 있고, 무너진 기괴한 여성들 그림도 있었다. 맞지 않는 드레스를 억지로 입어보려고 애쓰는 영상도 있었다. '웨딩드레스'의 의미란 무엇인지, '결혼식'이라는게 뭘지 생각하게 된다. 여성이라는 성이 모호한 대중 이미지도 있었고, 성소수자들의 사진도 있었다. 입을 수 없는 철사로 만들어진 드레스 모형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조진주,딸을위한책,2017,디지털프린트,29.8x26.7cm.jpg
 

결혼식이라는 건 뭘까. 사회적 계약. 그리고 현실. 집안과의 결합. 왜 여자만 주인공인지, 왜 '흰색' 드레스인지- 곧 물들여질 순결인가. 면사포의 의미는. 그리고 '웨딩드레스'라는 특별한 도구로 인해 얼마나 몸을 혹사시키고, 스드메는 얼만큼의 비용이 들고 등등.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이렇게 자연스레 생각하게 만드는 테마 전시 이 컨셉 너무 좋다. 그리고 결혼식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타자화, 대상화, 억압과 폭력적인 시선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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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속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마키바 사진.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감탄하고 벙쪄있었다. 배경음악은 라라랜드 노래였고. 터키 카파도키아였나 내가 열기구 타봤던 그곳 같다. 열기구 배경의 빨간 드레스, 바닷가에서 흰 깃털같은 드레스(구름도 깃털같다), 포스터 속 분홍 드레스, 건물과 구분하기 어려운 푸른색 드레스, 그리고 사막 속 불빛에 쌓인 드레스 사진 등이 있었다. 그림같은 사진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떠나기 싫었다. 저 사진을 찍는데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었을지. 사진예술은 예술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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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으로 만든 금은보화 그림, 아이스크림이 녹는 그림, (초반에 있었던 접시 위 예쁜 꽃 그림), 향수 그림 등등 다양한 아크릴, 유화 등의 그림들은 나도 다시 붓을 잡고 싶게 한다. 회화..수압으로 한 그림도 있고. 작품들이 좋았다. 회화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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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도트그림 말풍선이 곳곳에 있었다. 계단이 포토존이었다. 사진찍으라고 말풍선이 있었다. 다양한 단어들과 함께. 와 진짜 데이트 오기 딱좋다. 말풍선도 예쁘고. 사진찍기 진짜 좋은, 예쁜 장소다. sns 인증사진용 전시가 늘어나는 이 트랜드가 호불호가 갈리지만, 난 나쁘지 않다. 좋다. 이렇게 해서라도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면. 언제든지 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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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드레스 룸 공간이 있다. 세상에. 결혼할 사람들, 결혼한 사람들은 '스드메'를 엄청 상담받고 고민하고 알아봤겠지만. 그저 나처럼 로망만 가진 사람에게 드레스룸은 너무 환상적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드레스를 보면서 내 취향을 골라보고 대리만족을 마음껏 느꼈다.


Show Must Go On by 앙드레 김.jpg
 

그리고 2부. 앙드레김의 추모 전시. 유명하고 엄청 대단한 패션디자이너라는 것만 알고 있다. 워낙 어릴 때라 TV에서 많이 얘기가 나왔고 패션쇼도 등등이 나와도 관심이 없었다. 어리니까, 잘 몰랐으니까. 그러나 그의 작품을 커서 실제로 보니 입이 벌어졌다. 최초 공개하는 작품도 있었고, 유족에게 기증받은 소품도 있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 아니 이렇게 소중한 작품들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 내가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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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예술이라는 그의 철학. 완고함. 그리고 다큐 영상도 있었는데 그 옛날에 남자가 결혼도 안하고 화장하고 옷을 특이하게 입으니 얼마나 루머가 돌고 뒷소문이 심했을까. 고충이 너무 내가 다 속상했다. 안쓰럽고, 엄청 존경심 들고.. 끝까지 작업하시고. 정말 백남준 작가처럼 앙드레김 김봉남 님도 너무나 존경스럽다. 옷만 봐도 누구 작품이라는게 한 눈에 보이는걸. 그리고 정말 한국적이었다. 그 옛날 이불에 있는 그런 꽃무늬가 그려져있고 항상 꽃과 같은 풍성함이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그의 꿈을 내가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이 현실에 감사했다. 사진도 가능하다니. 공간은 넓지 않았어도 작품과 영상을 보며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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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건물 제일 위로 올라가면 석파정과 연결되어 있다. 주말 낮에 왔는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많이 유명하지 않은가..? 석파정은 기대만큼 너무 좋았다. 석파정을 보니 카메라들고 출사와도 좋았을텐데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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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데이트하기 정말 좋은 전시이고 장소이다. 요즘 트랜드에 맞게 sns에 올릴 수 있도록 인생샷 포토존도 많고, 인상 깊고 의미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전체 구성도 좋았다. 이런 전시가 유명해져야 하는데.. 많이들 보러오면 좋겠다.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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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전시명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Dear My Wedding Dress》展
기간 2018. 5. 1(화) - 2018. 9. 16(일)
장소 서울미술관 전관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www.seoul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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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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