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을 향해 전진할 권리, '스탠바이, 웬디' [영화]

글 입력 2018.06.0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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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바이, 웬디


2018.05.30 개봉
감독 벤 르윈
주연 다코타 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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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바이, 웬디'의 주인공 웬디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느 평범한 소녀다. 요일에 맞추어 정해진 색과 무늬의 옷을 입고, 정해진 일과에 맞추어 성실히 하루를 살아간다. 그중 웬디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바로 영화 '스타트렉'을 만나는 시간. 웬디는 스타트렉의 시나리오를 직접 쓸 정도로 스타트렉을 사랑하는 열혈팬이다.

어느 날, 파라마운트사가 스타트렉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웬디에게 운명처럼 찾아온다. 웬디는 결심한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공모전에 꼭 참가하겠다고. 공모전에 당선되어 자신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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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의 공모전 도전기는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느라 우편 접수에 늦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웬디에게 포기란 없다. 웬디는 시나리오를 들고 LA의 파라마운트사를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한 여정에서 웬디는 수많은 어려움과 마주한다. 웬디가 사는 재활 센터의 센터장이 절대로 넘어가지 말라고 했던 마켓 스트리트를 넘어가기도 하고, LA로 가는 버스에서 쫓겨나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걷기도 한다. 강도에게 돈을 빼앗기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한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제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위기를 맞았을 때, 웬디는 그녀를 애타게 찾던 순경과 언니 오드리, 재활 센터장을 만나 시나리오를 무사히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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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웬디가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마지막까지 웬디 혼자만의 힘으로 시나리오를 제출하길 응원했었다. 이건 웬디의 성장 영화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후반부에 언니 오드리와 센터장이 비로소 독립된 주체로의 웬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모든 과정은 웬디 혼자만의 성장기가 아닌, 웬디와 그 주변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눈치채려고 하지 않았던 웬디의 성장. 이를 웬디 스스로가 증명해 보임으로써 웬디와 주변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영화인 것이다.

웬디는 정해진 시간에 집안일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일터인 시나본으로 출근하여 맛있는 시나몬 빵을 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웬디의 언니인 오드리, 센터장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사람들은 웬디를 ‘마켓 스트리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일 뿐, 웬디에게서 사회의 독립된 일원으로 살아갈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사회와의 충돌 앞에서 언제나 ‘스탠바이’ 해야 하는 존재로 여겼을 뿐이다.

너는 할 수 없어, 라는 편견 앞에서 웬디는 포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마켓 스트리트를 넘어가 새로운 세계로 전진한다. 웬디만의 용기와 순발력을 발휘하여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다. 시나리오를 들고 재활 센터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웬디는 이미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해 있었고, 그래서 어려움 앞에서 주저앉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후반부를 돌이켜보면, 웬디가 언니와 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를 무사히 제출하는 장면은 웬디가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장면이 아니라, 웬디의 주변인들이 웬디를 독립된 주체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나타내는 장면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웬디는 마켓 스트리트를 지나 계속 전진할 수도 있고, 오드리의 딸에게 좋은 이모가 되어줄 수도 있다. 물론 걸어가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센터장과 오드리가 웬디와 함께 파라마운트사에 갔던 것처럼, 그저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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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에 또 다른 스타트렉의 열혈팬인 순경이 등장한다. 순경은 웬디에게 스타트렉의 언어인 ‘클링온어’로 말을 건네고, 웬디는 순경에게 마음을 연다. 자신의 언어로 말을 걸고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왔던 웬디 앞에 나타난 어느 트레키(스타트렉 팬)가 얼마나 소중하고도 반가운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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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자폐아는 눈물샘 자극용 캐릭터로 소비되어왔다. 하지만 ‘스탠바이, 웬디’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위해 전진하는 어느 개인일 뿐이다.

저 먼 우주로부터 꾸준히 걸어오는 빛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전진하고 또 전진하는 소녀 웬디. 속도는 조금 느릴지 몰라도 걸음은 누구보다 씩씩하다. 그리고 그런 웬디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 또한 용기를 얻는다.

그러니 꿈이 있다면 전진하자. 꿈을 향해 전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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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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