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어마이웨딩드레스, 당신의 드레스는 어떠합니까

글 입력 2018.06.05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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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스.드.메'라는 과정이 있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 신부를 빛나게 하는 라개, 혹은 여자들의 로망으로 불리우는 굉장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옷이다. <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 전시는 포스터부터 너무나도 아름다운 드레스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어서 드레스에 대한 나의 로망을 더욱 더 높여주게 되었다. 게다가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포토스팟은 이 전시는 굉장히 참여적이고, 활발한 전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전시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과연 결혼이란 정말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 결혼은 사회적인 약속이고,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결혼식은 일생에 한번 있는 특별한 행사로 엄청난 이벤트라는 생각이 우리의 머리속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만큼, 결혼식도 천차만별이고, 결혼 생활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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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첫 부분은 다양한 웨딩드레스, 그리고 웨딩드레스의 주인공, 결혼에 대한 생각과 감정들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되어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결혼식장에 가서 본 드레스들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다양한, 아름다운 모양들의 드레스들이 펼쳐져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는 여자들의 로망이자 나의 꿈이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꿈꾸는 본인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된다면 나와 여동생, 그리고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내 손으로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 드레스는 이 세상 어떤 옷 보다 예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서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들을 감상하였다.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굉장히 인상깊었다. 드라마, 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차용하여 만들어진 이야기들에서 우리가 익숙한 명대사들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꿈만 같고 화려한 결혼식이 끝나면, 그 꿈에서 깨서 아내로써 엄마로써 요구되는 엄청난 역할에 눌리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어서 가슴 한켠이 답답해져오기도 했다. 영화같은 인생을 약속할 것만 같은 하얀 드레스를 벗는 순간,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괴리감, 그리고 그 안에서의 힘듦을 이 전시는 마냥 비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이 더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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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도 굉장히 다양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가 된 크리스티나 마키바(Kristina Makeeva)의 작업은 꽤 큰 사이즈의 사진 출력물로 화려한 여성과 그녀의 드레스를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국적인 건물의 문 앞에서 치마를 흩날리면서 서있는 여성의 모습은 마치 동화책의 공주님과도 같은 모습이다. 또 다른 인상깊은 작가는 구성연 작가였다.

금색의 식기들이 쌓여있는 작품을 프린트해서 노란색의 벽면에 걸어놓은 이 작품은 결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결혼이 막연히 약속하는 풍요로움, 하지만 결혼식에 드는 무시하지 못할 비용 등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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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전시실로 가면, 한국 패션계의 거장 앙드레김이 살아생전에 아꼈던 드레스들과 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리고 그의 물건들이 전시되어있다. 패션쇼를 한편의 동화와 같이 구성하여 많은 이들을 꿈속으로 끌어들였던 이 거장의 작품들을 감상하니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급스럽고 아룸다우며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앙드레김의 옷은 대부분이 오트 쿠틔르인데, 독특한 스타일을 디자인하며 그의 확고한 예술관을 엿볼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었다.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는 굉장히 화려하고 규모도 크고 다양한 컨텐츠들이 있는 전시였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남녀노소가 관심있는 주제인 '결혼'을 테마로 전시를 기획하고, 화려한 드레스 작품을 포스터로 선정하여 관심을 끌며 전시의 내용 자체를 결혼과 여성을 묶었다면 조금 더 깊게 생각할 거리가 있는 전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사람들에게 '결혼'이라는 것은 필수가 아니다. 본인의 인생에서 본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행사'중 하나이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현실에 부딛히면서 괴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가 조금 불분명한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여성과 결혼을 다루는 내용에서 많이 편협한 시각으로 전시가 전개되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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