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 [전시]

아름답거나 혹은 지독하거나
글 입력 2018.06.0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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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을 금했던 전시로, 조악한 몇 글자 기록과 안타까운 기억력에 의존해서 리뷰를 쓰는 게 안타깝다. 생각이 정리되지 못한 점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더욱 아쉬웠던 건 기대했던 전시의 감상을 온전히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시장 외부 - 영혼의 정원展 03.jpg
 

역시 이름을 날리는 작가답게 규모가 상당히 컸다. 전에 팝아트 전시를 방문했을 때는 4개 섹션을 나누고 하나의 섹션에 하나의 작가를 배치했는데, 마르크 샤갈은 이 4섹션을 오롯이 다 사용했다. 물론 여기서 팝아트 작가가 덜 유명하다고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네 작가가 채운 공간을 혼자 채웠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그 규모에 압도당했다고 말하고 싶다. 마감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했음에도 향유는커녕 전시를 다 둘러보기도 촉박했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4.jpg
                

4개 섹션은 독특하게 색으로 구별된다. 구성은 독특하나 내가 무지한 탓인지 섹션에서 섹션으로 넘어가는 걸 인지하기 어려운 구성이었다. 그저 샤갈의 인생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보면서 느낀 건, 마르크 샤갈이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로 다작했다는 것이다. 유채화를 비롯해서 판화나 판화 위에 배색했고 또 시를 쓰기도 했다. 주제도 우화, 고향, 꿈, 종교, 시, 사랑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인생 전부를 망라해서 마르크 샤갈 식으로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6]붉은 배경의 꽃다발 Bouquet of Flowers on Red Background.jpg
붉은 배경의 꽃다발
Bouquet of Flowers on Red Background


사실 초입에서부터 놀랐다. 스치듯 넘기려 한 유채화를 눈 비비며 다시 보게 만들었다. 정말 꽃의 굴곡진 꽃잎을 표현한 듯, 물감이 덩어리져 있었다. 그 입체가 날 반겨주었다. 감탄하게 만들었다.


1] 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jpg
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


이후로는 마르크 샤갈의 어린 시절 고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중요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준 고향, 비테프스크는 그대로 작품 러시아 마을에서부터 나타났다. 넓게는 어린 시절같이 살았던 동물들 소, 물고기, 닭, 양 늑대 따위처럼 작품 속에 드러났다. 샤갈은 고향을 떠났지만 작품 속에 언제나 그리워했던 고향을 그리며 함께 했다.

압도적인 수를 자랑했던 주제는 우화였다. 섹션 1부 작품 다수를 차지했다. 의인화한 동물들은 같이 그려진 사람보다 오히려 표정이 사람 같았다. 그 기괴한 표정의 존재감이 같이 그려진 사람을 잡아먹었다.

샤갈은 이따금씩 추상적인 가치를 의인화해서 그리기도 했다. 그중에서 '죽음'은 특히 인상적이다. 작품에서 죽음은 인두겁을 빌려 썼지만 누가 죽음이라 주지시켜 주지 않아도 누구나 다 죽음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선이 없는 느낌이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가 없다는 뜻 같기도 했다. 게다가 사람과 가까이 위치해있었다. 두 가지 모두 죽음은 인생에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는 존재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6.jpg
 

동판화 위에  채색된 작품이 여럿 있었다. 주로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 나타났다. 당장이라도 물감이 번지면서 서사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들 작품 대부분에서 두 가지 물감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초록색과 노란색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초록색은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색이며, 노랑은 직관적으로 후광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종교적 존재 뒤에서 뿜어 나오는 halo라고 생각하면, 종교적인 존재가 찾아옴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이룬다는 내용 같다. 종교로서 비로소 평화와 안전을 이룩한다는 의미 비슷한 것 같다.


제 2부 전쟁과 피난  - 영혼의 정원展 02.jpg
 

전쟁과 피난에 대한 작품도 많았다. 소설 <대지에서> 삽화로 그려진 작품이 다수였다. 삽화인 만큼 제목이 없었다. 그렇지만 작품이 시사하는 만큼은 제목이 없어도 될 정도로 강렬했다. 전쟁의 참혹함이 무엇인가, 흑백으로 더 강조했으며 번져서 내게로 옮겨붙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 참혹한 장면을 담아낸 작품에 제목을 붙였다면 이상했을 것이다. 그냥 작품 그대로 사실이니까 가타부타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고. 붙여서도 안 되고.

샤갈은 화가이자 판화가, 시인이었다. 많은 분야에서 성취를 이뤘던 만큼, 표현하는 것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났다. 특히 한편의 서사와도 같은 그의 일생이 작품마다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 하나하나 아름답거나, 혹은 지독한 스토리를 담고 담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대가는 그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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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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