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도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글 입력 2018.06.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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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귀엽고 어벙하게 생긴 수달 캐릭터. 내가 아는 건 딱 그 정도이다. 보노보노 만화를 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 하지만 괜찮다. 몰라도 이 책(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을 읽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금씩 읽어내려가는 동안 내게는 친구가 하나 더 생겼다. 아닌게 아니라 내말이 니말 같고 니말이 내말처럼 들렸다. 이 정도면 현실 친구를 깜박 잊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아, 정말이지 보노보노 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 김신회는 쉽고 편안한 어투로 보노보노를 통해 깨달은 인생지론을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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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널리 알려진 팩트를 따르면(?) 보노보노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다. 보노보노는 친구들을 좋아한다. 보노보노는 잘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리고 혼자서 잘 논다… 나, 보노보노처럼 살고 있었던 거야?  여전히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 어른이 된 건지 어른인척 하는 건지 헷갈리는 나. 어떻게 하면 좀더 잘해낼 수 있을지, 더 능숙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내 모습에 울적해진다. 혹시 나만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는 것일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작가 김신회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만화 보노보노를 보면서 위로의 문장들을 끄집어 내었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평범한 에피소드에는 의외로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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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가장 좋은 점은 봄이 온다는 거다’, ‘어떤 이유든 사라져가는 거야. 이유가 사라졌다면 당신은 이제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자, 이 숲으로 돌아와.’ 만화 보노보노 속의 대사를 읽다 보면 픽 웃음이 나오면서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달려가다 넘어지고, 그러다가 기운을 내고, 다시 좌절하고, 적당히 체념도 하면서 어른이 되는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 백퍼센트 꽉 채워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자꾸만 귀를 기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솟구칠 때 더욱 그렇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말하고 싶은 메세지는 아마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길은 하나가 아니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 또한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며 살면 된다. 물론 유난을 떨 필요는 없다. 나는 특별해, 를 외치며 살아가는 것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특별해,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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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보석 같은 문장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보다 따스하고 보다 편안한 빛이었다. 특히 시종일관 친근한 어투가 매력으로 다가왔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고 보노보노를 모르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팬이 될거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작가를 실제로 만나고 싶은 충동이 일지도 모른다).

책 속에는 작가의 사람냄새 나는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삽화와 보노보노의 오리지널 만화가 함께 실려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 동시에 의미를 찬찬히 곱씹게 되는 책이다.

나처럼 서툰 어른들에게, 그러나 저마다 힘을 내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물인 것처럼 건네고 싶다.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보노보노처럼 산다는 건, 의외로 멋진 일이지도 모르겠다.


[강사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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