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의 문학적 서정을 발견하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
글 입력 2018.06.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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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이 돌아왔다. 국내에서 열리는 샤갈 전시회는 규모와 상관없이 늘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4월 28일 개막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은 특히 많은 작품들이 출시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터. 개막이 이튿날 궁금증에 못 이겨 부리나케 달려갔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강남 M컨템포러리는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


전시장 외부 - 영혼의 정원展 01.jpg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강남의 M컨템포러리


“Art Seems to me to be a state of Soul more than anything else.” 
그 무엇보다 내 영혼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건 예술이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삽화, 일러스트 작품을 포함하여 샤갈의 인생을 총망라한 26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샤갈의 인생과 내면세계를 조우할 수 있는 ‘영혼의 정원’으로의 산책인 셈이다. 샤갈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가 주로 사용한 대표 테마들을 크게 4부로 나누어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었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에서는 샤갈의 초 중반 작품 세계를, 제 2부 '전쟁과 피난'에서는 전쟁과 피난, 혁명으로 인한 이주 등 고통의 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샤갈의 내면세계를, 제 3부 '시의 여정'에서는 ‘화가의 날개를 단 시인’이라 불리던 샤갈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초현실주의 풍의 작품들을, 제 4부 '사랑'에서는 그의 인생을 통틀어 제일 중요했던 '사랑'이란 주제를 표현한 작품들과 그의 개인적인 일화를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샤갈의 삽화집 속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서사적인 판화 시리즈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샤갈의 예술 세계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넓고 다채로웠다. 원화 전시 외에도 '미디어 어트랙션', ‘샤갈의 공방’ 등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섹션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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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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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수탉 The Purple Rooster, 19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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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
Two Blue Profiles and a Red Donkey, 1980


'두 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 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동물은 샤갈의 상상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주로 수탉, 당나귀, 염소 등의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생명을 부여 받거나 화가 자신과 동일시되는 존재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암소가 어머니, 고국을 상징하는 등 작품 속 동물들은 상징적 차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샤갈은 유대교에 속하는 하시디즘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정통 유대교가 경전에 대한 믿음을 추구한다면 하시디즘은 보다 계시적이고 신비로운 경향을 띠며 개인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샤갈의 그림이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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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Inspiration,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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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의 초상화 Portrait of Vava, 1953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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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아폴리네르 Apollinaire,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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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도판 12, 1968


샤갈은 붓으로 색채를 표현하는 것만큼 펜으로도 서정적인 색채를 잘 표현해낸다. 문학 애호가인 샤갈은 같은 화가들보다 기욤 아폴리네르, 엘뤼아르 등 작가나 시인과 친했다고 한다. 1967년, 출판업자 제랄드 크레머는 1909년부터 1965 사이에 쓴 샤갈의 자작시를 엮어 24개의 목판화와 함께 출판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샤갈의 시(時)" 시리즈는 따뜻한 꿈 속 같은 환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었다.

본 전시를 기획한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강필웅 관장은 “이번 마르크 샤갈 특별전은 80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생이 다한 그날까지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마르크 샤갈의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으로 접근하고자 ‘영혼의 정원’이란 테마로 기획하였다. 전시 관람을 통해 관람객은 샤갈의 작품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원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아 개인의 인생을 고찰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내게 힐링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감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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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갈의 작업실을 토대로 재현해
남녀노소 판화 체험이 가능한 ‘샤갈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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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 강사랑


샤갈의 유명세를 반영하듯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전시 공간이 많은 사람들을 충분히 수용할 만큼 넓지 않은 탓에 관람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인상이었다. 평일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그나마 쾌적한 시간대를 꼽자면 월요일, 화요일 오전이 아닐까 싶다. 공식 도슨트의 해설 투어는 명쾌하면서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전시회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이용하길 추천 드린다. 주요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제 3부 시의 여정 - 영혼의 정원展 02.jpg
전시장 내부 모습


이번 전시는 샤갈의 풍부한 내면세계를 살펴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삽화와 일러스트 작업물을 집중적으로 전시하여 화가 샤갈의 문학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기욤 아폴리네르 등 여러 시인들과 오랫동안 교류하며 직접 시를 쓰기도 했던 샤갈, 책 속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면서 시의 세계를 그렸던 샤갈, 오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어떠한 예술사조에도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화가 샤갈... 그는 진정한 예술가의 초상에 가깝다.


포스터_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F.jpg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 展>의 자세한 정보는 M컨펨포러리 홈페이지(www.m-contemporary.com)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2000원이다. 조만간 여건이 생기는 대로 재방문 하고 싶다. 물론 사람들이 적은 시간대를 택해야 하겠지만… 샤갈의 황홀한 작품들을 살펴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수는 없다!


[강사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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