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글 입력 2018.06.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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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정원(0818 최종).jpg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展

 
5월임에도 불구한데 이미 초여름이다. 동면에서 깬 지 별로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성큼 다가온 더위가 온 몸을 감쌌다. 얼음 가득 아이스 커피 한잔이 절실히 생각하는 오후, 찌는 더위를 거스르고 강남으로 향했다. 지난 팝아트 전시 이후 오랜만에 찾아간 M 컨템포러리는 더욱 화려한 눈길로 세운 간판이 나를 맞이하였다.


전시장 외부 - 영혼의 정원展 02.jpg
 

마르크 샤갈. Mrac Chagall. 이미 프리뷰에서 나에게는 명품 브랜드 샤넬보다 더욱 진귀한, 아껴 부르고 싶은 이름이라 칭송했던 그다. M컨템포퍼리에서 기획하는 전시는 어느 전시보다 관객들을 위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큼지막한 공간도 한 몫하겠지만, 어렵지 않게 아티스트의 생애와 그들이 지녔던 철학을 구체적이지만, 공감할 수 있게 풀이해서일까? 교통적인 근접성도 좋은 것은 덤이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예술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추천해주는 갤러리 중 하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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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정원이라… 전시의 부제이기도 한 문장을 나지막히 혼잣말로 읊조려 보았다. 세상 눈 감는 날 내 영혼이 향할 곳은 과연 어디일까? 꽃으로 가득한 향기로운 정원에서 영생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프리뷰에서 말했듯이 내가 마르크 샤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방인의 시선’ 때문이다. 바로 그의 태생이 프랑스가 아니라는 점. 그의 무대가 러시아를 넘어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저 멀리 유럽까지. 마치 바람과 같이 샤갈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원래 유랑하는 존재. '이방인'의 시선과 변화무쌍한 삶의 굴곡에서 탄생한 그의 작품들은 나의 마음에 하나둘 애정으로 채워갔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제 1부 꿈, 우화, 종교 제 2부 전쟁과 피난, 제 3부 시의 여정, 제 4부 사랑으로 나누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각 섹션별 마르크 샤갈의 삶에 가장 중심이 되어준 키워드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가 화가라는 꿈을 꾸고, 우화의 삽화를 그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 종교를 가지고 성경의 삶을 고찰했던 때도, 제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과 피난을 반복하며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을 살았을 때도, 언어의 시처럼, 그림으로 풀어낸 유희와, 어려웠던 삶에서 그를 단단하게 지탱해 준 ‘사랑’에 공감할 수 있게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에서 내가 공감했던 요인은 총 네가지이다. 먼저 그의 넓고 깊은 관심사와 작가들과의 교류다. 그가 친히 지냈던 이들이 모두 예술과 문학을 하는 이들이였고,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그의 관심사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 나아가 세계로 시각을 넓혀갔다. 인간이 지닌 본연의 근본과 자유와 의지…, 그는 그림으로 세상에 자신을 꺼내었다.


8]시인 아폴리네르 Apollinaire.jpg
 

두 번째, 재치있는 우화 삽화의 감각이다. 우리에게 동화는 어릴 적에만 읽던 장르이자 문학이고, 이를 폄하하는 시선도 간혹 본다. 인격화한 동식물을 주인공으로 풍자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주는 우화.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화에서 배워야 할 교훈들이 아닐까?

라퐁텐 우화 The Fables of La Fontaine 에서 그는 우화집의 삽화를 그리며 작가의 글에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 그저 검은 색으로 뭉쳐진 선과 점이 샤갈의 손에서 재치 있는 동식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아하!를 외치게 만드는 위트 있는 그의 감각에서 왜 그의 작품에는 왜 이리도 동식물이 많았는지 다시 한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폰지를 잔뜩 실은 당나귀, 소금을 잔뜩 실은 당나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쩜 사람이랑 이리도 똑같을 수 있을까?) 더불어 7가지 죄악이라는 자만, 탐욕, 성욕, 시기, 분노, 욕망, 나태를 그림으로 경고시한 그의 작품에서 인간이 조심하고 또 피해야 할 7가지를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4]두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Two Blue Profiles and a Red Donkey.jpg
 

세 번째, 세상을 향한 희망의 목소리였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앙드레 말로’의 ‘대지에서’ 삽화를 그린 작품들을 관람하였는데, 그는 모든 삽화를 묵직하게 그렸다. 사실을 과장하지도 비난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그 작품들을 보다  떠오른 작품이 있었다. 바로 ‘Twenty and Ten’ 이다. 1978년 어린이 소설로, 나치 점령 시절, 10명의 프랑스 어린이들이 유대인 어린이들을 숨겨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기억해 낸 건, 번역수업 당시 내가 맡은 번역과제였고, 아주 힘들게 번역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샤갈이 살던 제 2차 세계대전 때 실제 일어났던 일을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마음이 참 아렸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샤갈은 ‘대지에서’ 삽화의 마지막에 춤추는 군인들과 무지개와 새를 그렸다. 샤갈이 놓치 않았던 자그마한 희망,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세상을 향해 소리쳤던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마지막, 중력을 거스르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로 중력을 무시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아니다, 사랑은 역시 중력을 무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샤갈의 대다수의 작품들은 남녀가 지상이 아니라 공중, 다시 말해 하늘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들이 발견된다. 실제 인간이 날 수는 없으니, 이 희망을 담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삶과 작품을 연결해 해석해 본다면, 유배와 유랑에서 헤매던 그를 붙잡고 다독여 준 건 다름아닌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라, 세대간, 국가간 나아가 영혼까지 보듬는 사랑이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색칠해야 한다.
If all life moves inevitablt towards its end,
then we must, during our own,
colour it with our colours of love and hope.


Love and Hope. 사랑과 희망이라….언제가 마침표를 찍어야 할 삶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하고 희망하는 일이 아닐까? 사랑하고 희망해야 내 영혼이 당신의 영혼이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샤갈은 중력을 거스렸던 사랑으로 영혼의 정원에서 또 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지 않을까?


9]시 도판 12.jpg
 

오늘은 2018년 6월 6일 현충일이다.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 얼룩졌던 근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이들의 영혼을 기리는 날이다. 생애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영혼의 정원에서는 모두가 사랑하길 기도해 본다. 조용히 묵념해 본다.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길, 중력을 거스린 평화가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길, 우리의 영혼이 정원에서 편히 쉴 수 있길…


샤갈특별전(영혼의정원展)_포스터(최종 0511).jpg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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