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브이로그가 보여주는 또 다른 욕망의 창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6.0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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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로 영상의 시작을 알리고 날씨 이야기나 오늘 할 일 등을 가볍게 이야기한다. 화장을 마치고 오늘 만날 사람과 장소 거리를 카메라로 비춰주고 사람들은 그 장소와 거리를 화면에서 본다. 짧으면 하루 길면 일주일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짤막한 글과 함께 영상을 올린다.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고 또 다른 자신의 카메라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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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영상이란 유튜브라는 공간에 올라오는 동영상이다. 유튜버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유튜버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인 업로더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분야도 다양해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 선택해서 볼 수 있다. 그중에 여자들의 관심사 뷰티유투버가 많이 차지하고 있고 그다음으로 게임, 노래, 책 순서다. 요즘은 ASMR까지 영상으로 만들어져 볼 수 있다. 보고 듣는 두 가지의 감각을 사용하는 유튜브 영상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 그중 오늘은 일상 브이로그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 친구도 아닌 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겟 레디 윗 미(get ready with me)란 준비하는 과정을 같이 하자는 뜻이다. 그래서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말 그대로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 영상을 그냥 보기도 하지만 자신도 준비를 하면서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은 이제 자극적인 소재보다 우리와 연관되어있는 일상이나 화장, 고민을 두런두런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영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일상 브이로그를 많이 찾는다. 저렇게 살고 싶은데 못 살아서 저렇게 살아야지 라는 미래의 희망을 담고 있다. 저 영상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희망.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기암시도 이에 해당한다. 나의 일상이 조금은 특별하고 아름다울 것 같은 생각. 그게 비록 영상 속의 세상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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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상 브이로그는 인터넷상의 쇼윈도다. 제3의 공간에서 보이는 또 다른 소유욕과 소비를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는 물건이나 옷을 보기 위해서는 직접 점원에게 상품 이름을 말해 점원이 가지고 오는 형태에서 쇼윈도가 생기면서 그 기능을 대신했다. 손님은 지나가면서 미리 그 상품을 볼 수 있고 가게 점원은 물건을 일일이 꺼내오지 않고도 사람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켜 가게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쇼윈도는 성냥팔이 소녀 같다. 성냥에 불이 꺼지면 사라질 환상. 그러나 그 환상을 보고 싶어 하고 상상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쇼윈도의 세계는 창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현실은 빈곤하고 가진 게 없어도 창 너머의 쇼윈도는 풍요롭고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 잔뜩 늘어져 있다. 그저 쇼윈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상품진열창(show window)은 대체로 투명유리다. 빵집이나 카페, 소품 가게에서 많이 볼 수 있고 쇼윈도의 공간은 멈춰있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누구나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소비자들은 눈으로 보고 자연스레 마음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눈으로 물건을 보고 마음으로 저 물건을 사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의 옷이나 화장법, 소품을 영화나 드라마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연예인이 아닌 우리 옆에 있는 일반인들의 취향에 열광한다. 이제 연예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스타, 유튜버 스타들의 취향까지 관심을 가지고 닮고 싶어 한다. 그들의 삶에 대리만족한다. 예쁜 그릇에 직접 요리해서 먹고 예쁜 옷, 화장, 방을 나만의 분위기로 꾸밀 수 있는 그 안목. 뷰티유튜버가 추천하는 화장품을 사고 그들이 쓰고 입는 그릇이나 옷을 사는 또 다른 소비의 형태다. 이로써 지금 유튜버가 보여주는 일상 브이로그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영화이자 책, 세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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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브이로그를 보여주는 매개체는 바로 카메라다. 카메라는 또 다른 눈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어 있다. 또 다른 눈으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사람들. 카메라가 주는 또 다른 시선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든다. 앞으로 사람들이 무수히 만든 다른 세상에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더 많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처럼 쇼윈도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면서 여전히 사람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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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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