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채 마술사, 마르크 샤갈 [전시]

글 입력 2018.06.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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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jpg
 

2018년 4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마르크 샤갈의 전시가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특별히 총 4부로 나뉜 전시는 꿈, 전쟁, 시의 여정, 사랑 등을 주제로 나눠 전시를 구성하였다. 이 외에도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로 샤갈의 일부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인터랙티브'공간과 샤갈의 작업실을 재현한 샤갈의 공방이 눈에 띄었다.

사실, 전시회 가기 전에 샤갈의 이름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작품을 그리는 사람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미디어 인터랙티브와 샤갈의 공방은 샤갈이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잘 담아내 그를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게다가 부 별로 나뉘어 있는 전시장은 그의 인생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인생의 과정 하나하나를 담아냈다. 그래서 거장 마르크 샤갈이기보다 마르크 샤갈이라는 위대한 미술가를 친근한 일상으로 풀어서 쉽게 그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입장 마감은 오후 7시이다. 또한, 휴관일은 매월 넷째주 월요일이기 때문에 이 점 유의하여 관람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마르크 샤갈의 작품에 대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들은 평일 오후 2시, 오후 5시에 운영되는 도슨트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샤갈이라는 거장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듣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입장요금은 성인 13,000원 학생 10,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사실, 사람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10,000원이 넘는 입장료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사람에게는 실망할 수도 있는 전시이다. 따라서, 인파가 적은 평일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마르크 샤갈을 어떻게 전시로 풀어냈고 드러내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2.jpg
 

전시의 소재는 샤갈의 정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상징적인 이미지를 독특한 화면구성과 아름다운 색채로 구현한 샤갈의 다양하고 폭넓은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섹션을 소개하자면, 1부에서는 러시아혁명을 겪은 후에 파리로 돌아온 20대부터 미국으로 강제 추방된 시간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간 50대까지의 초중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0세기 초중반 샤갈의 작품 세계관을 만날 수 있으며 수작업으로 완성한 채색 에칭 기법의 라퐁텐 우화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작품의 이미지와 섹션의 스타일이 벽지의 색과 오묘하게 맞아 떨어져 더욱 섹션의 분위기를 풍긴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섹션이다.

삶 속에 깊게 침투한 전쟁으로 인한 공포를 흑백의 작품으로 표출하였으나 고통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소중히 여긴 샤갈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전쟁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주제일 것이다. 우리에게 전쟁이 큰 상처인 것처럼 러시아에게 세계대전은 크나 큰 상처이며, 많은 사람이 희생된 아픔의 기억이다.

샤갈 또한 러시아의 한 국민으로서 그 아픔을 온전히 캔버스에 담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특별히 샤갈의 친구이자 작가인 앙드레 말로가 스페인 시민 전쟁 당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대지에서 속 삽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 3부 시의 여정 - 영혼의 정원展 01.jpg
 

시의 여정, 제 3부이다. 화가의 날개를 단 시인 샤갈은 예술적인 발전을 이룩한 1950년대 이후부터 말년까지 샤갈의 관심사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3부에서 소개된다. 프랑스로 돌아와 프로방스에서의 새 삶을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천상의 색으로 발현되어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어딘가 몽환적인 이 섹션의 전시는 우리를 정말 꿈으로 초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품들이 예술의 가시화가 된 듯한 느낌으로 우리를 꿈의 세계로 초대한다. 특히 시-삽화 시르즈는 발표 되자마자 매진될 정도의 인기작이자 판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담은 샤갈의 아틀리에 포트폴리오집이다.

마지막 섹션은 사랑의 제 4부이다. 현재 롯데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알렉스 카츠의 전시에서도 그의 부인 아다에 대한 그의 사랑은 굉장했다. 캔버스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맘껏 담아냈고, 전시의 마지막 구역에서도 그의 아내의 사진이 온 전시장을 밝혔다. 샤갈도 마찬가지였다. 샤갈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테마가 바로 사랑이었고, 그의 영원한 동반자 벨라와의 사랑이 화가의 작품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내를 향한 화가의 헌신적이고 성숙한 사랑은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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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러시아 마을

-러시아 서부의 작은 도시 비텝스크는 샤갈이 모이세 샤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곳이자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곳이다. 유년기와 청년기의 경험을 그는 저버리지 않고, 잊지 않았다. 그 기억들을 그대로 캔버스에 담으며 그의 스타일로 뽐냈다. 그에게 그의 모든 일생과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추방당한 유대인들이 정착한 곳이고 샤갈가 역시 전통 유대교도 집안이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샤갈의 유년시절은 주로 마을 광장에 있는 새하얀 교회, 매주 가던 유대교 회당에서 성서를 읽고 노래를 부르거나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던 시기로 기억된다. 그의 기억은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졌고 지금의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2) 보라색 수탉

-그가 집중했던 삶의 풍경과 인간의 삶을 작품 속에 재현할 때 소, 물고기, 닭, 양 등의 동물을 의인화 시켜 나타냄으로써 좀 더 명확하게 시각화 했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수탉은 주로 남성과 태양, 다산을 상징하지만, 이 작품처럼 연인들과 함께 그려졌을 경우에는 공중에 떠 있는 표현의 연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정욕을 상징한다. 그의 모든 채색법을 알지 못하고, 그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천천히 그의 의도를 느낄 뿐이다. 그 또한, 온전히 100% 그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가 표현한 많은 작품들을 우리의 생각과 경험대로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을 기대할 것이다.

*

우리는 시각적인 동물로, 다양한 것들을 보며 살아간다. 우리가 본 것은 단순한 시각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영원히 기억되기도 하고, 우리의 무언가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리고 샤갈은 전시로 우리의 모든 사소한 일상들과 경험들은 소중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작품은 비싼 것, 대단한 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절대 아니다. 정말 사소한 그의 인생에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을 그린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의 경험과 일상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며 항상 귀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 일상들이 모여 큰 하나의 작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시간도 귀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도 귀하다. 언젠가 이 시간이 나중의 귀한 때에 소중히 쓰일 것을 우리는 믿는다.


샤갈의 공방.JPG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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