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금 더 특별했다, 레인보우 페스티벌

레인보우 뮤직&캠핑 페스티벌 2018
글 입력 2018.06.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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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양일간 가평 자라섬에서 <레인보우 뮤직&캠핑 페스티벌> 이 진행되었다. 나의 네 번째 페스티벌이 되어준 이번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특별한 페스티벌로 기억에 남는다. 좀 더 더웠고, 좀 더 멀었으며, 특별한 재미와 색다른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워

내가 가 본 페스티벌 중에는 가장 더웠던 것 같다. 왜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5월에 몰려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불과 6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글거리는 햇살은 잔디밭을 구워댔다. 점심 먹을 때까지만 해도 선선한 날씨에 내심 안도했었는데, 페스티벌장으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땀이 흘렀다. 잔디밭에 앉은 사람들은 양산이나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아예 그늘진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깐 사람들도 많았다.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그늘 없는 잔디에 앉거나 스탠딩에서 노래를 듣는 게 힘들 정도의 더위였다.

그래도 최소한 비는 안 와서, 하늘만은 파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티벌 때 날씨가 좋기를 그렇게 기도했는데, 날씨가 내 기도를 너무 잘 들어준 걸까. 덕분에 핸드폰을 아무데나 대고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는 점은 좋았다. 또 다행히도 행사장 내에서 얼음물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더위와 갈증을 달랠 수 있었다.


d91896c5875916a722cf6fc535751134_MYvIy7XFDvb6Ddzx3.jpg▲ 사진만은 덥지 않구나
 
 

#여기는_서울_밖

사실 자라섬에서 하는 페스티벌에는 처음 가 봤다. 대충 서울 페스티벌의 규모 큰 버전이라고 예상했는데 크게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난지 한강공원이나 올림픽공원 등 서울 시내의 주요 페스티벌 장소도 전체 규모는 절대 작지 않지만, 자라섬의 페스티벌은 섬 하나를 통째로 써서 그런지 다른 페스티벌보다 공간을 더 넓게 넓게 쓰는 것 같았다. 무대도 크고, 무대 앞의 피크닉 존도 넓고, 푸드트럭만 돌아다니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리고, 메인 무대에서 다른 무대들로 이동하는 데에도 거리가 좀 있다(물론 난지 한강공원보다는 훨씬 가깝다. 그곳은 어마무시한 무대 간 거리를 자랑한다). 또 피크닉 존이 대체로 제한되어있는 서울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섬의 대부분 공간에 자유롭게 돗자리를 펼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물론 그 중에서도 좋은 자리, 그늘지면서 노래도 잘 들리는 그런 자리들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말이다.

또 자라섬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서울의 공원들보다는 자연 날것의 느낌이 났다. 피크닉 존의 잔디도 어딘가 덜 정돈된 느낌이고, 돗자리를 뚫고 나올 정도로 억센 풀들도 있었고, 벌레도 벌레지만 왜 이렇게 꽃가루가 날리던지. 그늘 있는 자리를 잡으려면 이 정도는 다들 감수하는 것 같았다. 조금 불편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벤트_꿀잼

레인보우 페스티벌만의 특징이자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이벤트였다. 물론 페스티벌의 본질은 음악과 피크닉이지만, 이벤트는 페스티벌의 재미를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의 일사병을 막아주었던 얼음물 이벤트 말고도 페이스페인팅(정확히 말하면 판박이)이나 인스타그램 인증샷 인화 등 다양한 이벤트들을 즐길 수 있었다. 또 테이프 아트나 피아노 업사이클링 등 작가들의 즉흥 작업 퍼포먼스도 열리고 작은 토크 버스킹과 연주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이벤트는 레인보우 페스티벌의 메인 스폰서인 폭스바겐의 부스, ‘블루 아일랜드’에서 자사 홍보차원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을 보다가 잠시 쉬면서 물도 얻고 즐거운 추억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건 이 페스티벌만의 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꾸미기_0806-2018-0923634421561345703.jpeg▲ 레인보우 페스티벌의 라이브 아트. 이 피아노는 곧...
 
꾸미기_0806-2018-0921634420152142050.jpeg▲ 이렇게 작품이 됩니다
 


#아티스트

음원과 유튜브로만 수없이 반복해 들었던 노래를 라이브로 접할 때의 기분은 설명할 수 없이 묘하고 벅차다. 나에게는 치즈(CHEEZE)의 공연이 그랬다. 통학길에 ‘어떻게 생각해’, ‘Madeleine Love’, ‘퇴근시간’, ‘Mood Indigo’를 재생한 횟수만 해도 백 번은 넘지 않을까. 또 잠이 안 올 때 머리맡에 ‘Romance’, ‘새벽길’을 틀어놓고 밤을 보낸 적은 얼마나 많은지. ‘퇴근시간’은 에디터활동 초창기에 쓴 내 글에도 들어가 있다. 그의 노래는 때로는 나의 발걸음을 가볍고 사뿐사뿐하게 만드는가 하면, 때로는 쓴맛 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이라는 설탕에 절어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치즈의 라이브 공연은 나에게 또다른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일단 음원으로 듣던 목소리와 좀 달랐다. 음원의 목소리는 여리고 산뜻한 가성이었다면, 라이브는 살짝 허스키한 매력이 있는 목소리랄까. 그러고 나서 음원을 다시 들어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그의 허스키함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노래만큼이나 편안했던 멘트에서도 그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도 진행도 매력있는 아티스트 치즈였다.


꾸미기_0806-2018-0920634418297435706.jpeg▲ 치즈의 공연. 다음에 꼭 또 봐요.
 

치즈 외에도 10cm, 멜로망스, 윤하, 다이나믹 듀오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아티스트들이 레인보우 페스티벌을 빛내주었다. 장희원, 체리콕, 새소년 등 이전에는 잘 몰랐던 아티스트들의 개성에도 빠져보는 시간이었다.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다 ‘힐링 감성’ 아니면 ‘뛰어놀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라인업이었다. 각자 독보적인 소리와 무대로 페스티벌을 채색해 주었다. 프리뷰에도 썼다시피,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빛을 발하는 보석’같은 공연들이었다.



#약간의_아쉬움

일단 첫 번째는 아쉬운 점이라기보다는 나의 부주의함인데, 상당수의 푸드트럭이 어플을 통한 사전결제 시스템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어플이 필요한지 몰랐던 나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나마 푸드트럭 음식이 간절할 정도로 배고프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듣기로 주차장이나 셔틀도 사전예약제였던 것 같은데, 필요한 사람은 미리미리 알아보고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캠핑을 하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보기에 캠핑 구역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줄맞춰 다닥다닥 붙어있는 텐트들을 보니 음악과 낭만이 가득한 캠핑을 기대하고 온 사람에게는 약간의 실망을 안겨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후기를 찾아보니 공연에 비해 캠핑의 질이 떨어졌다는 평도 꽤 있었다. 물론 이건 직접 캠핑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

꾸미기_0806-2018-0921634419532865397.jpeg▲ 페스티벌 인증샷은 언제나 손목밴드+파란하늘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초여름의 햇살이 어깨 위에서 부서지고, 눈부신 우리 위에 그만큼 빛나는 음악이 덮였다. 차도, 빌딩도, 고가도로도 없이 오직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자라섬 한 가운데에서 휴식의 낭만이 울려퍼지는 레인보우 페스티벌이었다.


[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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