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무엇에 대한 결핍인가, 연극 킬롤로지

글 입력 2018.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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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연극 킬롤로지를 관람하기 전 Preview에서는 킬롤로지가 사회의 여러 가지 아픔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적은 바 있다. 본인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사회의 내밀한 곳에 대해 다루었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극을 관람하다보면 어쩌면 극중 사건이 곧 모두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Review에서는 우리의 일이 될지도 모를 킬롤로지 속 사건들을 각 인물이 가진 결핍으로써 가까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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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가상의 고통


"가상의 게임 '킬롤로지'는 사람을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는 게 목표이다. 심장을 노려 총알 한 방만으로 사람을 죽이면 1점. 팔이나 배를 쏴 고통을 느끼며 천천히 죽게 만들면 100점. 거기에 고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온라인 게임의 위험성과 폭력성은 줄곧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킬롤로지와 같은 게임의 경우, 누군가를 죽인다는 명백한 목적성으로 유저들의 쾌감을 충실히 만족시킨다. 하지만 살인은 실제로 행해지지 않기에 가해와 피해에 대한 눈에 띄는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게임 제작자 폴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역설적으로 폭력의 결과가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으므로 킬롤로지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주 도덕적인 게임임을 역설한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의 학대를 겪으며 자라온 폴이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 그에 잔혹한 상상까지 더해 폭력을 만들어낸 것이라면-그에 충분히 반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박은 단순히 게임 자체에 대해 폭력성을 통제하자는 메시지로 던져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본 극에서는 폭력성을 매개로 게임을 넘어 각 인물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 그 개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살인을 노골적으로 메인 시나리오로 설정한 게임인 킬롤로지라면 그 경험이 온라인에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다. 괴로운 현실을 열심히 눈과 손으로 지워보려 하지만, 잔상은 꽤나 오래 남아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혹시 다른 생각을 가진 경우라면, 이어질 데이비의 이야기와 함께 생각을 정리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는 작년에 관극하였던 '네더'의 주제와도 어느 정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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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떠올리는 것

 
아버지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늘 일을 하러 나가시기 때문에 집은 늘 비어있다. 데이비가 늘 보아왔던 집의 풍경은 그렇게 아무도 없는, 무서우리만치 조용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란 어려운 일. 부모의 많은 역할 중 하나, 생계유지를 그 나름으로 열심히 수행해주시는 아버지이지만 한 공간 안의 생활이 힘들 만큼이나 바쁜 그에게, 데이비는 아들로서 알란을 얼마나 사랑하고 떠올릴 수 있었을까.
 
특정 가정 형태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는 탈피함이 옳지만, 보살펴주는 이와 보살핌을 받는 이가 서로를 이해하며 충분히 대화가 진행되어야 어린 아이는 보다 덜 결핍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의 경우 오랫동안 보호자가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잦았으며 가난하다는 경제적 상황까지 더해져, 언제든 깨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안전망 안에서 성장했다. 받지 못하는 사랑의 결핍을 약자에게 폭력으로 행하기도 하지만, 그는 그보다 강한 패거리에게 킬롤로지에서처럼 잔인하게 살해된다.

이처럼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의 가장 변두리에 서서 바라본 부모와 사회의 모습은 결국 데이비에게는 겹쳐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느낌만 받은 채 뒷모습을 바라보아야 했던 데이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닿았던 곳은 차가운 길바닥이었다. 감상을 깨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환상 속에서 아버지를 마주했던 것도-죽은 뒤의 데이비를 등장시키는 것도 잠깐 동안 안도를 느낄 산 자의 상상일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한 물리적 정신적 결핍이 한 아이의 죽음으로 함축되어 극을 시작하는 사건-문제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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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롤로지에서 말하는 것은 게임의 폭력성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게임으로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하고, 부모자녀 간 소통의 부재와 보살핌의 결핍을 통해 각 인물을 직접적이고 일상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려 했다. 사실 담고 있는 말은 훨씬 더 많았던 어렵고 아픈 극이었지만 누군가의 결핍을 사회로 확장하여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누구나 보아도 질문 거리가 많이 남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남게 된 각자의 질문에 대해 조금이나 보탬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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