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몰랐던 샤갈 – ‘영혼의 정원’ 전시를 다녀와서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 展 리뷰
글 입력 2018.06.0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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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jpg
 

미술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여행 중에 미술관을 다니다보면 익숙한 그림을 발견하고 작가를 맞췄을 때 오는 재미가 있다. 맞추기 쉬운 대표적인 작가는 르누아르(볼이 발개진 귀여운 소녀), 고흐(짚, 아몬드 나무, 농부, 붓터치), 그리고 샤갈이 있다. 샤갈의 작품을 알아보는 방법은 배경으로 그려진 마을과 사람의 눈을 하고 있는 측면의 당나귀를 찾는 것이다. M컨템포러리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샤갈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꿈, 우화, 종교]에서는 라퐁텐 우화 시리즈, 제2부 [전쟁과 피난]에서는 절친한 작가 앙드레 말로의 ‘대지에서(Et Sur La Terre)‘에 실린 삽화, 제3부 [시의 여정]에서는 1950년대부터 말년까지 샤갈의 주요 관심사였던 그림들이 소개되고 제4부 [사랑]에서는 그가 꿈꾸었던 사랑에 대한 작품들이 모아져있다. 역대 국내 샤갈 전시 중 최다 작품수를 자랑하는 전시인 만큼 다양한 작품을 모아 소개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익히 알고 있는 샤갈의 유화 작품을 기대하고 간 관람객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1,2부는 거의 판화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3, 4부에서도 미술책에서 보았을 법한 유명한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샤갈의 작품 면모를 발견하고, 또 그 속에서 샤갈의 흔적을 찾는다면 샤갈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볼 수 있는 전시였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3.jpg
 

1부 [꿈, 우화, 종교]의 그림들은 샤갈이라고 적혀있지 않으면 작가가 샤갈이라고 생각지 못할 그림들이었다. 우화 내에 삽화로 들어갈 그림이라서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몇몇 그림은 순수한 동물 우화의 상징 피터 래빗 그림 같아 놀라웠다.

하지만 하나하나 에칭 기법으로 완성한 그의 작품들은 희미한 겉선, 동물의 측면 얼굴 등에서 샤갈 특유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직접 종이에 그린 것이 아니라 에칭 기법으로 완성했다는 것을 생각지 못할 정도로 섬세한 터치들도 있었다. 사자의 털이나 갈기의 질감이 느껴질 법한 그림들이었다.


제 2부 전쟁과 피난  - 영혼의 정원展 01.jpg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섹션은 제2부 [전쟁과 피난]이었다. 앞서 소개했듯 이 섹션에서는 샤갈이 앙드레 말로의 ‘대지에서’를 위해 작업한 삽화를 소개한다. ‘대지에서’는 작가 앙드레 말로가 스스로 겪었던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쓴 글이다. 그는 계속 거처를 옮겨다녀야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전쟁이었다. 샤갈은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고 유대인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등, 유대인을 탄압했던 2차 세계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겪은 전쟁은 남들보다 더 직접적으로 참혹함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의, 어두운 표정의 병사들을 그리는 등 ‘대지에서’의 삽화를 작업한다.


제 3부 시의 여정 - 영혼의 정원展 01.jpg
 

3부 [시의 여정]은 보다 화려해진 색채로 눈을 사로잡는다. 에칭에서 다색목판화로 그림의 방법을 달리하면서 샤갈은 작품의 분위기도 바꾸어버렸다. 특히 목판화에서는 나무의 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자연주의적인 느낌과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시의 여정]에서는 앞서 말했던 배경 속 마을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태어난 비텝스크 마을은 그의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샤갈은 계속해서 거처를 옮겨 다녔지만 그는 생애 내내 자신이 태어나 자란 마을 비텝스크를 잊지 못했다고 말한다. 마을에 대한 그리움, 공동체에 대한 추억이 그가 계속해서 마을 배경을 제시했던 이유는 아니었을까.


7]바바의 초상화 Portrait of Vava.jpg
 

제4부 [사랑]에서는 샤갈이 가장 중요시 여겼다는 주제 ‘사랑’이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샤갈의 작품 속에서 연인들은 공중에 떠 있거나 다소 환상적인 상황에 있다. 이는 사랑에 흠뻑 빠진 샤갈을 잘 표현한다. 비현실성은 사랑의 그림에 로맨틱함을 더했다. 전시에서는 그가 사랑했던 여자 벨라, 바바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아내와 애인을 따로 두고 둘을 너무나 열정적으로 사랑한 순수한 사람처럼 포장하는 것이 의아했다.


marc and bella.jpg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어린 시절 우연히 벨라를 만나 함께 사랑에 빠지고, 그녀 부모님의 허락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벨라와 결혼할 수 있었다. 마침 베를린에서의 전시도 성공한 참이었다. 하지만 30년을 함께 동고동락한 벨라가 갑작스럽게 감염으로 사망하고, 작업을 중단했던 샤갈은 이후 작업을 재개하며 아내를 추모하는 그림을 가장 먼저 그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샤갈은 8년 뒤 우연히 만난 유대인 여성 바바와 또 다시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 것이다. 그러니 그는 열정을 다해 사랑하되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크기변환_샤갈 외부.jpg
 

샤갈의 작품은 좋았지만 아쉬웠던 것은 배치다. 4부 [사랑]에서 유독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작품의 연대가 계속 널뛰기 하듯 바뀌어서 샤갈의 작품 표현 경향이 달라지는 것에 혼란을 느꼈다. 또한, 샤갈이 표현하고자 했던 사랑과 결혼은 쓸쓸한 현실 속에서도 날아오르는 연인, 슬픈 현실 속의 비현실적 행복 같은 인상이었지만 전시장 한 구석에 크게 배치되어 있는 포토존은 그런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미국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영화 트와일라잇의 마지막 시리즈 [브레이킹 던 part.1] 결혼식 장면에서 나온 것 같은 꽃장식과 코랄색 벽지라니. 포토존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전시의 결과 어울리지 않았다.

배치의 아쉬움을 한 번 더 지적하자면,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전시 배경 벽 색깔도 계속 바뀌었는데 흑백 판화를 전시한 1-2부에서 벽 색깔이 빨강, 보랏빛 파랑 등 채도가 강한 색이었다. 차분한 흑백 판화를 감상하다가도 벽 색깔 때문에 오히려 작품의 매력이 죽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전시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데, 굳이 이렇게 형형색색의 벽 배치를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덧붙여 샤갈의 작업실이라고 소개했던 곳은 조악한 판화 에코백과 파우치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대체 이것을 어떻게 샤갈의 작업실이라고 홍보를 한 것인지?)


9]시 도판 12.jpg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샤갈의 다양한 작품, 특히 평소 만나기 힘든 판화 작품들을 만났고 그의 다양한 기법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샤갈의 매력 너비를 한 폭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샤갈은 작품에 자신의 뿌리를 계속해서 담아냈다. 그리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랑하고 표현했다. 샤갈의 생애와 열정까지 엿볼 수 있었던, 샤갈 영혼의 정원 산책이었다. 전시 제목과 참 잘 어울린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정원(0818 최종).jpg
 


김나연 서명 태그(이메일 없음).jpg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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