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직 페스티벌은 처음이에요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글 입력 2018.06.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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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뮤직 페스티벌이 처음이었다. 가기 전에 생각해보니 이런 규모의 축제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말 기대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축제를 잘 즐길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괜히 들었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마음조차 어떻게 잡아야 할지 괜히 고민하던, 사람의 리뷰임을 미리 말하며 시작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자연스럽게 아직 뮤직 페스티벌을 즐겨보지 못한 분들을 위한 리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많이 말하기보다는 느낀 것들 자체로만 이야기 해보려 한다. 정말 일기 같은 리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보고 싶은 아티스트 무대보다 모르고 가서 입덕한 아티스트의 무대가 더 많은 사람이었다. 그만큼 나의 좁은 음악 취향으로 인해 아는 아티스트가 많이 없었고, 그렇게 현장에서 반해버렸던 곡의 이름도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시험이 끝나면 하나하나 찾아 들어 보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과 달리 단순한 표현이지만 정말 행복하게 페스티벌을 후회 없이 즐기고 왔다.

초여름이라기엔 갑작스러운 30도를 넘는 폭염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지칠 틈 없이 즐기고 온 레인보우 뮤직 페스티벌 리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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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뮤직 페스티벌은 세 무대에서 진행됐다. 늦은 밤부터 시작되는 미드나잇 클럽을 제외하고서 우선 레인보우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곧이어 포레스트 스테이지가 진행되며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나는 레인보우 스테이지의 첫 무대가 시작할 즈음 도착했는데 자라섬에 입장하자마자 넓은 들판에 자리 잡은 레인보우 스테이지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풍경을 만났다. 그늘 한 점 없는 공간에 우산을 펼치고 텐트를 치고 부채랑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더위를 물리치며(?) 모여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마 이 곳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격적인 올해의 첫 여름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내게는 올해 첫 더위와 첫 뮤직 페스티벌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예상되는 더위에 대한 걱정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페스티벌의 첫 인상에 대한 기분은 좋았다.

이번 레인보우 뮤직 페스티벌의 특징은 바로 모든 것이 예약제였다는 것이다. 주차장, 캠핑, 푸드 트럭, 셔틀버스 등 모든 것이 축제가 시작되기 전 미리 예약제로 진행되었다. 페스티벌의 규모도 큰 편이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일 축제에서는 한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혼선이 많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시스템을 마련한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개인적으로는 축제를 즐기는 동안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 사람이 너무 몰려서 길게 줄을 서다가 축제를 놓친다거나 그런 경우는 겪지 않았었다. 더 편하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쓴 부분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나와 친구는 둘 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새소년의 무대부터 즐기기로 미리 계획했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오느라 조금 지친 몸을 포레스트 스테이지에서 조금 떨어진 풀숲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 앞에서 계획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포레스트 스테이지 쪽에서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그 음악에 반해 돗자리를 그대로 두고 바로 무대를 찾아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망설이더니 하나둘씩 무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전날 한 고민과 달리 자연스럽게 축제를 즐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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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도착하니 포레스트 스테이지의 첫 번째 공연 순서를 맡은 소야의 첫 곡이 끝나고 있던 찰나였다. 그리고 그 찰나에 나를 포함한 주변에서 노래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무대 앞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겐 아티스트도, 음악도 처음. 사실 처음이라는 설명을 둘 필요가 없다. 처음이라는 말이 가지는 어색함 하나 없이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그 자체로 이미 반해서 여기까지 와버렸기 때문에. 소야는 첫 무대를 하면서 사람이 많이 없어 걱정했는데 노래를 듣고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햇빛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할 때 열린 포레스트 스테이지, 숨쉬기도 조금 벅찬 날씨인데도 소야는 퍼포먼스와 함께 무대를 이어나갔고, 그곳에 모인 관객들도 함께 노래를 즐기기 시작했다. 퍼포먼스 후 잠시 멘트 시간 때 관객 중 한 분이 소야에게 직접 부채를 부쳐주면서까지 함께 더위를 어떻게든 해결해보기도 했다. 그만큼 본격적인 최고 기온도 아닌데 이미 정말 더운 날씨였다. 지치는 날씨지만 공연을 이어가며 소야는 앨범 프로젝트 소개와 함께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번에 이루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다음에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생각해보니 나만 처음이 아닌 것이다. 가수도 페스티벌이 처음일 수 있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여러 모습의 의미로 음악을 통해 무엇인가가 이루어지는 곳이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생각이 첫 무대를 보며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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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계속 나와 친구는 돗자리까지 옮기며 포레스트 스테이지를 지켰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더 많이 들어보고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는 가수의 무대를 보고 싶었을 법도 한데 내 마음은 이미 포레스트 스테이지였다. 포레스트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이 가끔씩 장난스레 레인보우 스테이지를 두고 이곳으로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사실 좀 더 가까이 아티스트를 만나고, 시선으로 소통하고, 같이 뛰면서 즐기는 이 무대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정말로. 아마 이곳의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처음'에 '처음'이 계속 반복되는 그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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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의 무대는 정말 제일 많이 기대하고 있었고 아마 유일하게 가기 전 꼭 봐야해 라며 마음잡았던 공연이었다. 같이 간 친구가 예전에 알려 준 새소년의 '긴 꿈' 곡에 완전히 빠져서 한동안 그 곡만 계속 듣기도 했었다. 새소년만의 음색을 라이브로 듣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그 마음으로 쉬는 리허설 타임 시간에도 다들 그늘로 피신할 때 앞자리를 잡고 서있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이미 새소년의 팬들이 앞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리허설 때 조금씩 울린 새소년의 노래 소리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포레스트 스테이지를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무대가 시작하기 직전 뒤돌아보았을 땐 이미 돌아가는 건 포기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함께 새소년이 무대에 올랐다. 보컬 황소윤은 오랜만에 검은 티를 입고 왔더니 폭염이라고 장난스레 멘트를 시작하며 폭염이지만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무대를 진행했다. 곡 하나하나 시작할 때 마다 곳곳에서 감동 먹어버린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긴 꿈' 공연이 진행될 때는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스테이지를 가득 채웠던 그 순간들이다. 그리고 정말 좋아했던 노래였기 때문에 음악이 시작 될 때의 소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티스트를 마주하고 온 감각으로 느끼는 음악은 다르다는 것을 실감나게 느꼈다. 같이 부르고 같이 감탄하며 같이 좋아하고 같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느끼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약간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은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랄까, 그만큼 공연에 취해있었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새소년 무대는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음악이 딱 시작 될 때의 느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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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그 때 상황을 생각해보니, 폭염 속에서 무대를 이어간 아티스트도, 지친 기색 없이 무대를 즐기던 관객들도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유 없이 더위보단 노래, 공연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개의치 않고 머물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분위기는 지칠 줄을 몰랐다. 레인보우 스테이지보다는 규모가 작고 그만큼 모인 사람들도 적었지만 함께 즐긴다는 것 그 자체로 온전히 꽉 찬 스테이지가 진행되었던 곳이 바로 포레스트 스테이지였다.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폭염은 이미 음악의 열기에 져 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햇빛을 피해 쉬는 것 보다 더 좋은 무대를 즐기는 것이 더 행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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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는 저녁이 되어서야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계속 포레스트 스테이지 앞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가 잠시 물을 사러 나가는 사이에 결국 레인보우 스테이지에 빠져버렸다. 다이나믹듀오의 무대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친구랑 한번 가보자 해놓고 끝까지 즐겨버린 것이다.
 
레인보우 스테이지 앞에 준비되어있던 넓은 스탠딩 구역은 많은 사람이 모여 이미 넘쳐 버린 지 오래였고 스탠딩 펜스 밖으로도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축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나 싶을 정도로 최대 인원이 몰려있는 듯했다. 레인보우 스테이지의 첫 번째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관객도 가수도 노래도 심지어 더위가 사라져버린 저녁 날씨까지 준비되어있었다. 더위에 억눌려있던 사람들마저 전혀 망설임 없이 함께하는 무대였다. 진짜 딱 '축제'였다, 예정된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다이나믹듀오는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공연을 마치겠냐며 무대를 더해야겠다고 멘트를 하자 관객들도 망설임 없이 환호와 함성으로 응답했다. 그리고 공연은 결국 계속 이어졌다. 해가 온전히 진 밤의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시작부터 지칠 줄 모르는, 낮과 또 다른 분위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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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나는 미리 다시 포레스트 스테이지에 돌아왔다. 공연 스케줄상으로는 레인보우 스테이지가 먼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밤부터는 포레스트 스테이지와 미드나잇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것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다이나믹듀오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그 많던 인파가 훨씬 좁은 공간의 포레스트 스테이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조금 걱정되었지만 스텝들이 신속하게 돗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두었다. 그리고 좁은 공간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느끼기로는 이 밤까지 지치지 않고 모인 사람들은 이미 제대로 모든 것을 즐기기로 작정한 사람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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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마지막 공연은 스컬&하하였다. 미리 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서서 즐겼는데 마지막이 이 공연이라니, 끝까지 즐기고만 싶었다. 버스 시간이 있어서 중간에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밤에 진행되는 축제는 또 분위기가 달랐다. 특히 스컬&하하의 공연이 진행될 때는 레게음악 특유의 리듬에 다 같이 취한 느낌이었다. 축제 분위기는 이어지고 즐기는 것을 방해하던 더위가 사라지니 정말 마음 편히 취할 수 있는 공연이 된 것 같았다. 하하와 스컬은 함성소리를 따라 미리 준비한 선물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제대로 흥이 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함께 즐기면서 만들어지는, 처음 느껴보는 '무르익는' 분위기였다. 아쉽게도 그 무르익는 순간에 자라섬을 나와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멀어져가는 노래 소리를 뒤로 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


꿈만 같았다는 표현이 흔하기는 하지만 꿈만 같았기 때문에 그 햇빛 아래 그렇게 많이 움직이고 뛰었는데도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 꿈이라면 지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기분이다. 너무 좋았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니 그냥 좋다고만 웅얼거리는 그런 상태, 그만큼 좋았고 낭만적이던 추억이 남기고 왔다.

로맨틱 빌리지, 사실 일상을 살면서 만나보기 힘든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르게 말하면 일상을 벗어나야 만날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레인보우 뮤직 페스티벌이 딱 그랬다. 딱 일상을 벗어난 느낌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망설임 없이 축제를 즐기고자 했고 결국 그렇게 즐기고 왔다. 첫 뮤직 페스티벌 경험이 행복한 추억으로 마무리되어 기쁘다. 또 다시 기회가 되면 이번보다는 더 멋지게 즐겨보겠다고 리뷰 끝에서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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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다시 되돌아보니 온통 '좋았다'와 '처음'이라는 말만 가득한 것 같네요. 사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어떻게 축제에서의 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감이 잘 안 잡히는 것 같아요, 정말 단순한 표현들뿐인 리뷰지만 그만큼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즐기고 왔답니다. 그리고 글의 처음부터 계속 언급했지만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다른 축제와의 비교나, 장점과 단점 등 더 많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아직은 언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일기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듯 리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아직 뮤직 페스티벌과 같은 축제를 안 가보셨던 분들에게 이 글이 어렴풋이나마 현장의 느낌이 어떤지 상상해볼 수 있는 그런 편한 리뷰가 되었음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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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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