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를 만나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18.06.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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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외부 - 영혼의 정원展 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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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주말, 샤갈을 만났다. 전시회가 열리는 강남 일대는 시끌벅적했지만 전시회장은 고요했다. 조용한 전시회장에서 샤갈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관람을 시작했다. 전시회장 초입에서 만난 것은 샤갈의 옆모습이었다. 스크린 안에 샤갈의 옆모습과 함께 담긴 야생화들, 그리고 금방이라도 밝은 햇빛이 들어올것만 같은 창문 그림자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제목이기도 한 '영혼의 정원'을 떠올리게 했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1.jpg
 


제 1부 <꿈, 우화, 종교>


가장 먼저 샤갈을 만나본 1부는 샤갈의 꿈과 우화, 종교로 구성된다. 러시아 혁명을 겪은 후 파리로 돌아온 20대부터 미국으로 추방된 뒤 프랑스로 돌아온 50대까지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는 1부는 샤갈의 인생관과 종교관을 폭넓게 아우르는 섹션이라고 생각되었다.

동판화로 작업된 수많은 작품들을 보며 샤갈이 단지 그림 뿐 아니라 판화와 같은 다양한 예술도 섭렵했던 예술가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때론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라퐁텐 우화들은 관람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그림들이었다.


제 2부 전쟁과 피난  - 영혼의 정원展 01.jpg
 


제 2부 전쟁과 피난


두 번째 섹션은 샤갈이 겪은 전쟁과 피난을 다뤘다. 1887년에 태어나 1985년에 사망해 거의 한세기를 살다간 샤갈은 현대 세계사의 굵직한 모든 사건들을 다 겪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고향의 러시아 혁명, 세계1, 2차 대전을 겪었으며 때문에 샤갈의 삶은 피난의 연속이기도 하였다. 전쟁의 공포와 피난의 고통은 샤갈의 내면에 남아 작품에 표출되었는데 제2부가 이러한 작품을 담아내고 있었다.

특히 샤갈의 친구인 앙드레 말로가 스페인 내전을 바탕으로 쓴 작품 '대지에서'의 삽화는 샤갈이 전쟁을 어떻게 보는지가 잘 드러난다. 계속되는 전쟁은 그에게 무력감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맨 마지막 무지개와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삽화를 보며 전쟁의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샤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제 3부 시의 여정 - 영혼의 정원展 02.jpg
 


제 3부 시의 여정


세 번째 섹션에서는 화가가 아닌 시인 샤갈을 만날 수 있었다. 1950년대 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프로방스에 머물던 시절에 그린 작품들을 담은 3부는 마치 그림으로 읽는 시와 같다는 느낌을 준 섹션이다. 시에 대한 삽화나 석판화, 목판화 시리즈는 그가 그림 뿐 아니라 시와 문학에도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가 자주 다룬 서커스나 종교, 꿈, 꽃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섹션이었다.

 
2]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 Double Portrait with a Glass of Wine.jpg

 

제 4부 사랑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와 같이 전시회 중간중간 샤갈이 남긴 어록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어록들을 통해 샤갈은 항상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는 것이 느껴졌다. 네번째 섹션은 사랑을 말하는 샤갈을 담은 파트였다. 샤갈의 영원한 동반자인 벨라와의 사랑을 끊임없이 그려낸 샤갈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샤갈의 강렬한 사랑은 작품<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에서 느껴졌다. 아네 벨라와의 결혼식을 기념해 그린 작품은 도시 위에 두둥실 떠있는 연인(샤갈과 벨라)를 담아내고 있다. 따뜻한 색감과 공중에 떠있는 둘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

전시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샤갈의 다양한 모습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전시를 접하기 전 샤갈은 색깔을 아름답게 사용하는 화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시를 통해 샤갈은 화가였을 뿐 아니라 판화가, 문학가 였으며 그가 엄청난 로맨티스트였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예술에 대한 사랑은 삶의 본질 그 자체이다' 라고 외치던 샤갈. 백년이 가까운 삶 동안 그가 작품을 그려낼 수 있던 원동력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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