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채색 정원을 산책하는 법 : 샤갈의 영혼
샤갈 : 영혼의 정원
글 입력 2018.06.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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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금지령분명 최근의 전시 트렌드는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남길 수 있는 전시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대상을 경험하였다.” 보다는, “내가 이 대상을 경험하였다.”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나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전시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림미술관, 디뮤지엄 등은 일찍이 이러한 경향을 녹여내어 ‘찍을 수 있는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사진과 같은 복제기술의 발달이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앗아감에 그치지 않고 문화의 새로운 방향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하지만 ‘찍을 수 있는 전시’는 언제든 ‘찍기 위한 전시’로 전락할 위험이 있으며, 해당 위험성을 배제하더라도 모든 종류의 전시에 적용되기란 불가능하다. 이번 샤갈 전시도 마찬가지다. 주로 과거의 작품을, 특히 그림을 전시하는 경우에는 ‘촬영하기 위한 전시’의 테마는 자칫 작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샤갈의 전시 중에서도 특히, 암울했던 샤갈 인생이 드러나야 하는 이번 전시는 ‘무거운 집중’을 요했기 때문에, 적막이 더 필요한 공간이었다.M컨템포러리는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앞뒤 일부 포토존에서만 촬영을 허가했으며, 중간 중간 촬영하는 이들을 단속하기도 했다. 샤갈에 집중할 시간을 셔터 음이 방해하지 않게 도우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적막 뒤 소란주말임에도 전시를 이렇게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니?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전도 아닌, 토요일 낮 시간대에 방문하였음에도 북적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전시 끝자락에서 반갑지 않은 (의문에 대한) 답을 마주쳐야만 했다. 모든 것은 전시 구성 탓이었다. 단조롭게 여겨질 수 있는 수많은 작품을 지나고 나니 색채로 가득한 마지막 공간이 나타났고, 관람객들은 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카메라 소리가 모여 있었다. 마지막 포토존이 하필이면 가장 인기 있는 그림들 근처에 배치된 것이다. 일부 스페이스를 제외하고는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전시의 몰입을 더해주는 듯 해 마음에 들었으나, 전시 구성의 끝처리가 매우 미약했다.판화 : 채색화 = 8 : 2단순히 작품 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이 호응해주길 바랐던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가 판화에 집중했다기보다는 판화로 머릿수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상당수가 판화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한 채로 방문하였음에도 지루함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미리 알지 못했던 주변 관람객들은 실망의 눈초리를 스치듯 그림 사이를 빠르게 지났다. 전쟁을 다룬 2부에서만큼은 판화의 성격이 잘 들어맞았다. 영혼의 정원이 대체로 암울한 영혼들이었음을 몰랐을 관객들의 아쉬움은 컸겠으나, 샤갈의 영혼에 색깔의 단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여과 없이 보여주는 부분이었다.이러한 깊은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관객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화려한 홍보 포스터의 톤과 같은 감동을 기대하고 표를 사게끔 만드는 의도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상업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현실이었다.그래도, 샤갈4부 <사랑> 테마는 짧지만 가장 강렬했다. 비단 색채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바의 초상> 하나만으로도 영혼 산책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기에, 전시의 아쉬운 점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추상 세계에 위치한 사랑을 그려내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샤갈의 그림에서 사랑이 눈에 보이는 이유는, 사랑을 담아 그렸기 때문일 테다. 전시장 벽에 쓰여 있던 문구처럼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전시 정보>일자 : 2018.04.28(토) ~ 08.18(토)휴관일매월 넷째 주 월요일05.28 / 06.25 / 07.23시간11:00 ~ 20:00(입장마감 : 전시마감 1시간 이전)장소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르 메르디앙 서울 1층)티켓가격성인(만 19세 이상) 13,000원학생(중/고/대학생) 10,000원어린이(만 3세-12세) 8,000원주최M컨템포러리, 한겨레신문사주관M컨템포러리관람연령전체관람가[김예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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