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고 보면 우리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 [도서]

혐오와 배제 속에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
글 입력 2018.06.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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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소설책은 <딸에 대하여>이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말에 덥석 빌려오게 되었다.  먼 미래가 아닌 오늘과 내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들은 미래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으며 지금을 살아가기에 바빠 보인다.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 이 사회,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동성애자인 딸과 그로 인해 받는 온갖 차별들, 그런 딸과 갈등을 벌이는 엄마, 시간강사로 일하는 딸과 무연고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엄마 등 혐오와 배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삶을 비춘다.

어느 날 딸은 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들어온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딸 그린과 여자 친구 레인은 엄마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런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엄마는 딸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더 이상 어린 나이도 아닌 딸애는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여자를 좋아하기까지 하니 엄마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비슷하게라도 살았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은 일그러진다. 그렇게 딸과 엄마의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너희들이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너희가 혼인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관계.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헛된 사이.
영원히 불완전한 채로 남는 삶.
그러므로 그림자처럼 끈질지게 뒤를 따라다닐 사람들의 경멸과 모욕.
감수해야 하는 수치심과 자괴감의 무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딸은 위험한 투쟁을 나서기도 한다. 엄마는 그런 딸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비를 맞으면서 목청 터져라 소리를 치고, 언젠가 몸에 상처가 날 정도로 사람들 사이로 뛰어드는 딸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갈등 속에서 엄마는 딸에 대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독백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독백들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다 자신에 대한 자책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다. 왜 엄마는 스스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걸까. 결국 모든 딸이 겪는 차별과 갈등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회적인 문제인데 말이다.

성소수자를 담아내는 소설들을 보면 대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성소수자인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나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 있고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기준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성애 혐오자, 호모포비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엄마의 시선에 완전히 녹아버린 것이다. 어쩌면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몸에서 나온 나의 딸이 점점 더 평범함과 먼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모진 말을 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갈등은 커져만 간다. 어쨌든 딸이기 때문에 엄마는 이해를 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렇게라도 딸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맘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타인에 대한 이해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딸애는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배우고 배우다가 배울 필요가 없는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워 버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계와 불화하는 법.”


이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젠’이다. 젠은 요양보호사인 엄마가 돌보는 늙은 노인이다. 그녀는 젊을 적 사회를 위해 헌신을 하느라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자식 하나 없는 무연고자이다. 사회를 위해 많은 봉사를 해왔지만 정작 늙은 젠을 돌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젠의 도움을 받아온 이들은 시간이 지나 그녀를 잊는다. 결국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몸에는 커다란 욕창이 생기고 하루하루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젠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늙은 여성’이 자리할 수 있는 위치를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남성이 모두 배제된 이들의 삶은 애처로울 정도로 고달프다. ‘나’의 남편은 죽었고 딸에겐 여자 친구가 있으며 젠은 가족 없이 홀로 늙어가고 있다. 그들은 서로 안아주지 못한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먹먹하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와 비혼이 얼마나 혐오적으로 작용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같은 것 없어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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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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