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뉴런을 덮는 따뜻한 색채,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샤갈 영혼의 정원전

글 입력 2018.06.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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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뉴런을 덮는 따뜻한 색채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샤갈 영혼의 정원전



샤갈전을 감상하고 돌아온 날, 피곤에 쩔어 일찍 잠에 들었다. 그때 샤갈 꿈을 꿨다. 꿈에서 필자는 평소처럼 불을 끄고 멍하니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열린 문 사이로 흑빛 진주로 깎아 놓은 듯한 수탉이 필자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달은 순간 수탉과 필자의 눈이 마주쳤다. 수탉의 눈은 밝았다. 샤갈 특유의 색으로 칠해진 수탉의 다양한 색감의 털도 검은 눈처럼 빛나고 있었다. 사실 필자는 지금까지 수탉이 바보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작은 머리와, 거창하게 돋은 벼슬이란! 그런데 꿈에서 본 그 수탉은 우아하고 침착했다. 수탉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뜬금없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들렸다. 그 웅장한 도입과 수많은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것같이 반복되는 화려한 멜로디가 꿈에서도 충격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깼다. 글쎄, 왜 이 음악이 귀에 들렸는지 모르겠다. 천일야화를 주제로 한 풍부한 서사성이 어울린다고 생각한걸까, 단순히 첫 도입부의 웅장함 때문일까? 하여튼 우아하게 서있는 수탉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잠에서 깨어 한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필자가 꿈에서 본 수탉은 분명 샤갈의 수탉이었다.

필자의 꿈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인 일화를 차치하고서, 꿈을 꾸고 나서 필자는 어렴풋이 샤갈이 왜 수탉을 그렸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종교와 인간, 고향과 아내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간직한 샤갈에게, 아침을 알리기 위해 고개를 젖히고 울부짖는 수탉은 자신의 또다른 아바타이자, 아침을 기다리기 위해 목을 빼놓고 기다리는 자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그가 독실한 유대인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그것은 어쩌면 종교적인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과 개인의 불안에 둘러싸인 필자에게도 샤갈의 상징이 큰 인상으로 다가왔다. 샤갈의 그림을 감상하고 돌아온 그 날, 수탉이 똑같이 필자의 방에서 꼿꼿히 필자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그 점에서 작가와 필자의 느낌이 일치했기 때문이라 믿고있다.


3]보라색 수탉 The Purple Rooster.jpg
 

샤갈전에서 만난 <보라색 수탉>은 필자에게 오랜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 벨라와의 사랑이 서커스라는 유쾌하고 몽환적인 소재와 맞물려 그려진 이 작품은 '색채의 마술사'라는 샤갈의 별명답게 파란색의 고정관념을 아름답게 부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파란색은 사랑에 대한 찬란함과 환희로 가득차 있다. 거꾸로 매달린 수탉과 당나귀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열망을 상징하는 것 같이 보인다. 자유로운 구성도 마음에 든다. 사실 사랑이야말로 환상과 꿈 속을 헤엄치는 것과 같지 않던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한동안 벨라의 따뜻한 체온과 허리가 느껴졌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케를 든 연인>, <러시아 마을>이 큰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 작품들에는 묘하게 필자를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부케를 든 연인>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색채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구석에서 서로를 어루만지는 연인과 거대한 화병은 필자에게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매일 매일 소중하게 물을 주고 닦아낸 화병처럼 그들의 사랑도 그런 방식으로 피어오른 것이다. 샤갈의 작품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아련한 그리움을 느낀 관객이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러시아 마을>은 전시장을 들어가는 초반부에 고향을 사랑했던 샤갈의 말과 함께 배치되어 있다. 화가를 꿈꾸게 된 상황을 묘사한 샤갈의 글은 그가 얼마나 고향의 기억을 따뜻하게 간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차가운 색으로 덮여있지만 묘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이 작품의 하늘을 달리는 썰매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작가의 또다른 시선일 것이다. 샤갈의 많은 작품에서 과거의 찬란한 시간에 바치는 아련한 감정이 느껴진다. 파시즘의 광기에 젖어있던 시대와 돌아갈 수 없는 고향, 사랑하는 이의 상실은 누구라도 끝없이 과거의 찬란한 시간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1] 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jpg
 

이토록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가득찬 샤갈전이었지만, 샤갈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방문한 관객으로서는 몇몇 지점에서 아쉬웠다. 첫째로, 의뢰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전시회에서 샤갈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전시했다고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반정도가 의뢰된 작품이었다. 물론 삽화에도 예술가의 개인적인 감성이 녹아들어있기 마련이지만, 샤갈의 감정을 좀 더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었던 필자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두번째로는 '색채의 마술사'라는 이름을 가진 샤갈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의 반 이상이 에칭작품이었다. 샤갈의 색채를 기대하고 방문한 관람객으로서는 아쉬운 점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숨낳은 삽화를 감상할 때 다소 집중력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관 전체가 일반적인 전시관과 다르게 다양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지만, 샤갈 특유의 작품을 본다는 느낌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결국 위의 이유로 전시관의 반정도는 '샤갈'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덜했다. 큐레이터의 설명이나 오디오를 빌려 감상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아무런 도움없이 감상하러 간 관객으로서는 의뢰된 삽화에 다소 억지로 4가지 주제를 맞춘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샤갈이 심취했던 종교와 사랑, 아름다운 색채의 표현을 많이 감상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샤갈 덕후'로서는 샤갈의 작품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고양되었다. 그가 그려낸 수탉은 영원히 내 마음 속에서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을 것이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정원(0818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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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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