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전뿐이고 매력은 부족했던, 마르크 샤갈 영혼의 정원 展 [전시]

글 입력 2018.06.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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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외부 - 영혼의 정원展 02.jpg
 

 지난 일요일,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M컨템포러리에서 개최된 <마르크 샤갈, 영혼의 정원 展>을 보고 왔다. 날씨가 워낙 쾌청했던 주말이어서 그런지 미술관 내부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오랜만에 나가는 강남의 건물들은 여전히 높았고, ‘대구 촌놈’의 기분을 간질였다.

 게다가 전시회의 주인공은 내가 꽤나 좋아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이었다. 러시아 출신의 샤갈은 1900년대 최고의 화가 중 하나이며 ‘색채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많다. 미국 여행 중 방문했던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접한 샤갈의 그림들이 너무나도 취향 저격이었기에 국내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나를 한껏 기대하게 했다.

 최근 전시회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공간보다는 예쁘게 생긴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는 ‘포토 스팟’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번 전시회는 지정된 포토존을 제외하면 작품 사진의 촬영이 일체 금지되어 있어 그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 - 영혼의 정원展 01.jpg
▲끝없이 전시된 샤갈의 에칭 작품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전시회장으로 들어가자 샤갈의 수채화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특유의 파스텔 톤의 채색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곧바로 샤갈이 작업했던 삽화들이 쭉 전시된 공간이 이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라퐁텐 우화에 들어간 샤갈의 동판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양이 과하게 많았다. 물론 예술가에게 시리즈물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고, 샤갈의 문학적 면모라는 반전 매력을 드러내려고 한 점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유려한 색채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작가의 전시회에서 흑백에 형태도 불분명한 동판화 작품들이 전시 공간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은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같이 갔던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비전공자에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소위 ‘미알못’인 우리지만, 우린 샤갈의 몽환적인 색채를 감상하러 온 것이지 흑백의 라퐁텐 우화집 삽화를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샤갈이 동판화를 비롯해 에칭, 석판화 등 다양한 판화를 사랑했다곤 하지만 ‘정원’의 이미지를 통해 마케팅을 했던 전시회에서 이런 그림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샤갈의 문학적 역량과 판화에 대한 애정이라는 반전은 있었으나 매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제 3부 시의 여정 - 영혼의 정원展 01.jpg
▲전시의 3부에 가서야 우리가 생각한 샤갈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기나긴 라퐁텐 우화 삽화집과 성경 삽화 구간이 끝나자 그토록 고대했던, 샤갈 특유의 채색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목판화 작품들에 채색을 한 시-삽화 시리즈는 소박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간소한 윤곽에 아름다운 색 배치가 눈에 띄었다.

 또, 전시의 마지막 부분이었던 4번째 섹션, ‘Love’에선 샤갈이 사랑했던 여인들과 꽃을 그린 아름다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림이 몇 점 없었던 작은 전시공간이지만, 감히 평가하기 민망할 정도인 걸작들이 몰려 있어 이곳만 둘러보더라도 티켓값의 4/3은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유화와 수채화는 색채 사용 방식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각자 독특한 매력이 전해져, 샤갈이 참 다재다능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많은 홍보를 통해, 그리고 샤갈이라는 작가의 이름값을 통해 역대급 흥행을 하고 있는 전시회 치고는 구성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샤갈은 샤갈이다. 전시 후반부에 나오는 걸작들만 보고 오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다. 전시기간이 두 달 정도 남아있으므로(8월 18일 까지) 시간이 된다면 들러볼 만 한 것 같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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