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된 일상을 그림으로 승화했던 샤갈,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18/08/18)

글 입력 2018.06.1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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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에 친구와 같이 마르크 샤갈 특별전에 다녀왔다. 오후 5시에 방문했었는데, 생각보다 그림들이 너무 많아 나중엔 후다닥 관람해서 좀 아쉬웠다. 샤갈 특별전에 방문하실 분들은 꼭 일찍 들러서 천천히 감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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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작품은 총 4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꿈, 우화, 종교, 두 번째는 전쟁과 피난, 세 번째는 시의 여정, 네 번째는 사랑이다. 샤갈은 입체파의 그림들이 굉장히 많다.

샤갈은 항상 동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젖소, 돼지, 개구리, 여우, 수탉, 개미들과 함께 자라온 유년기의 환경 덕분이라고. 샤갈은 작가의 글에 따라 상상력을 동원하여 동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다른 시대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간의 상을 작품에 반영하는 능력, 그리고 넘치는 상상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라퐁텐과 샤갈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환경의 요인이 컸던 건지, 그림의 제목 또한 '여자로 변한 고양이', '주정뱅이와 그의 아내', '지혜를 파는 바보', '산토끼와 개구리', '독수리를 흉내내고 싶어하는 까마귀', '물에 얼굴을 비춰보는 사슴', '태양과 개구리', '마을 사람과 뱀' 등 동물을 접목시켰다.

1926년에 시몽 크라는 도덕성과 종교를 다룬 <일곱 가지 죄악>의 도서 출간을 제안한다고 한다. 7명의 작가와 시인이 한 각자만의 해석을 담았는데, 장 지로두는 자만을 폴 모랑은 탐욕을 피에르 마코를랑은 성욕을 앙드레 살몽은 시기를 자크 드 라크르텔은 분노를 막스 자코브는 욕망을 조제프 케셀은 나태를 맡았다고. 크라의 오랜 친구였던 마르크 샤갈은 책의 삽화를 담당해 위트 넘치고 신랄한 풍자가 가득한 15점의 동판화를 제작했다.

<일곱 가지 죄악> 부분에서의 느낌은 '나태'가 가장 나의 일상 모습이 반영되어 있지 않나 생각했다.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마치 휴일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현대인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다음으로는 '분노1'에서 말의 얼굴이 움직이는 모습처럼 두 개를 그린 부분이 인상깊었다. 대다수 앞 부분을 본따서 그린다면, 샤갈은 옆 모습까지 그림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또한 '자만1'에서는 인간의 몸에 닭의 머리가 그려져 있다. 어떻게 인간의 몸에 닭의 머리를 그릴 생각을 했을까. 기괴하면서도 당시 상상력과 재현성이 상당히 출중함을 보여주고 있다.
 
볼라르와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한 작업을 하기로 한다. 어린 시절부터 종교와 성서는 샤갈에게 늘 중요한 주제였다고. 샤갈은 성서 삽화작업을 통해 그의 근본, 가장 내밀한 감정, 비텝스크 유대인 마을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 사랑과 인류애 같은 감정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1931년에 샤갈 일가는 팔레스타인을 여행. 성지를 향한 긴 여정동안 선택받은 자들의 역사가 쓰인 곳인 하이파,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지를 거쳐갔다. 성경 판화를 통해 우리는 샤갈의 신앙, 생명력, 그를 밝혔던 팔레스타인의 빛, 그가 영접했을 영적인 힘을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두 차례로 진행했다. 1931년에서 1939년에 만들어진 66점의 판화로 구성된 첫 프로젝트는 볼라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중단되었다. 이후에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출판업자 테리아드가 1956년 파리에서 105점의 판화로 구성한 2권의 책 출간했다. 여기에서의 그림 제목 또한 '모세의 죽음', '검을 들고 있는 천사 앞 여호수아', '여호수아와 패배한 왕들', '사울 앞에 선 다윗', '하나님에게 인도를 받는 남자' 등이 있다. 이로 인해 샤갈에게 지나치는 모든 순간들이 그림의 소재였고, 일생 자체가 그림으로 표현했음을 보여준다.

샤갈의 생은 분열과 대립이 넘쳐난 격동의 20세기 전반에 걸쳐 펼쳐졌다. 그는 시대의 공포와 죄절 속에서 살아갔다. 고향인 비텝스크로 돌아간 시점에 터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샤갈은 대립의 중심지인 파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석달만 지내려고 했던 것이 해를 넘겼다고. 비텝스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모스크바로 옮겼다고 한다. 1918년에 러시아 혁명이 터지고, 새로운 시대에 협력하고자 했다. 고향에서 예술학교와 미술관읕 세우고 극장에서 일하며 지냈다. 그는 스스로를 혁명에 바쳤으나 그들의 독단적인 태도와 예술적인 작품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엮으려는 요구에 떠날 결심을 한다. 그리고 1922년 파리로 돌아왔으나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1944년 샤갈일가는 9월에 파리로 돌아갈 준비 중 벨라가 세상을 떠난다. 이로 인해 샤갈은 육체적 정신적 길을 잃게 되었다.

샤갈은 어둡게 처리한 동판화를 제작한다. 미소를 띠며 기타 소리에 맞춰 춤추는 군인들, 참호에서 발견된 사상자와 군인들, 도시를 가로지르며 공포를 터뜨리는 폭격기,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평화가 등장한다. 생명이 다시 찾아오고, 하늘에는 무지개같은 형상과 함께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나타난다. 샤갈은 고통을 응시하고, 아픈 이들과 공감하며 공포에 직면하는 순간에도 희망을 지키는 이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인상깊었던 그림 중 '도판8'과 '도판15'였다. '도판8'에서는 하늘에 폭격기가 날아다니는 절망적인 모습이라면, '도판15'에서는 새들이 날아다니는 희망적인 모습을 그렸다. 아마도 희망이라는 한줄기의 빛을 바라던 그의 애타는 심정이 담긴 것이 아닐까한다.

문학 애호가였던 샤갈은 한 평생 시인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블레즈 상드라르, 앙드레 브르통, 기욤 아폴리네르, 앙드레 살몬, 폴 에뤼아르, 막스 자코브, 앙드레 말로와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친분을 쌓았다고. 화가가 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정말 예술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1967년 출판업자 제랄드 크래머는 1909년부터 1965년 사이에 쓰여진 샤갈의 자작시를 엮어 24개의 목판화와 함께 출판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많은 이들에게 화가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자작시를 쓸 정도로 시에도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 다들 놀라워하지 않을까.

1976년 샤갈은 석판화에 대한 애정을 담아 <샤갈의 아틀리에> 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대중에게 발표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었다고. 이후 출판업자 무를로가 한정판 에디션 번호를 기재한 250점의 모음집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샤갈의 지도와 감수하에 찰스 솔리에르가 채색했다. 그림과 시 뿐만 아니라 석판화에도 재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도대체 샤갈은 부족한 재능이 무엇일까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던 것같다.

게다가 진정한 사랑꾼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 샤갈은 벨라를 사랑했고, 그녀 또한 그를 사랑했다. 둘은 쿵짝이 정말 잘 맞았다고 한다. 샤갈은 그림을 그렸다면, 벨라는 샤갈의 그림을 팔았다고. 그의 그림에서도 애틋한 사랑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벨라가 등장하는 그림에선 사랑하는 연인들의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부부가 어딨을까. 뮤즈로 여겼던 벨라가 일찍 죽었다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다. 벨라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있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문득 잠자고 있던 연애세포가 깨어났다. 나도 샤갈과 벨라처럼 인생관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상상에 잠시 빠졌었다. 마지막으로 고된 일상을 그림으로 승화했던 그의 의지가, 나태해진 나의 일상을 샘솟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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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는 샤갈의 작품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기록했다.


"내 그림 중에는 비텝스크의 영감을
담지 않은 작품은 한 점도 없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이따금 내가 채색을 제외하고 판화술과 석판 인쇄술을 익히지 않았다면 내 작업은 부족함이 있었을 것이다. 석판이나 동퍈을 만진 순간 마치 부적을 만진 것 같았다. 나의 기쁨과 슬픔읕 그 안에 녹여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령 내 삶에서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 탄생, 죽음, 결혼, 꽃, 동물, 새, 불쌍한 노동자, 부모님, 사랑하는 이와 보내는 밤, 성서 속의 예언자, 길거리, 집, 사원, 그리고 천국. 나이가 들수뢰 느껴지는, 우리 안팎에 존재하는 삶의 비극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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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나는 그대만을 바라볼 뿐이고,
그대는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할 뿐이오."
- 샤갈이 바바에게 바친 시


"그녀의 침묵은 내 것이며 그녀의 눈동자도
내것이다 그녀는 마치 내 어린시절과 부모님,
내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고,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나의 아내임을 알았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눈, 
그녀의 검은 눈은 얼마나 크고 둥근지!
그것이 바로 나의 눈. 나의 영혼이었다."
-  아내 벨라와의 첫만남을 회상하며


"침실 창문만 열었는데
푸른 공기, 사랑, 꽃들이 그녀와 함께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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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이 끝나면 예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은 포토존 외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포토존 공간이 소수이다 보니, 관람하는 시간동안 셔터 소리가 없어서 그림에 더욱 집중하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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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개요 >


전시명 :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展

전시기간 :  
2018. 04. 28 – 2018. 08. 18

전시장소 :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르 메르디앙 서울 1)

 관람시간 : 11:00am-8:00pm(입장마감 7:00pm)

휴관일 : 매월 넷째주 월요일
(05.28(월요일) / 06.25(월요일) / 07.23(월요일))

도슨트 : 2:00pm, 5:00pm(평일운영) / 주말(공휴일 포함) 없음

입장요금
- 성인(19세 이상) 13,000
- 학생(//대학생) 10,000
- 어린이( 3-12) 8,000
- 현장 50%할인 : ( 65세 이상, 장애인 본인, 의상자, 국가유공자, 기초수급자, 상의군경) 
**단체문의 ()티움교육 1588-4909 / 일반단체문의 02-3451-8186
**특별무료권(36개월 미만 유아_증빙물 지참시 적용)

주최 : M컨템포러리, 한겨레신문사

주관 : M컨템포러리

기획 : M컨템포러리, COMEDIARTING SRL

협찬 : 르 메르디앙 서울, 버닝썬, 인피니티 코리아, KT멤버쉽, 파나소닉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20, 르 메르디앙 서울 1
 
문의 : 02.3451.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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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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